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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역사문화기행] 세계유산 등재 앞둔 영주 소수서원…함께 돌아본 부석사‧정도전 생가‧무섬마을
[역사문화기행] 세계유산 등재 앞둔 영주 소수서원…함께 돌아본 부석사‧정도전 생가‧무섬마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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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서원, 6월 말경 세계유산 등재 최종 확정
지난해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세계유산 등재된 부석사
정도전 생가인 삼판서고택‧외나무다리 유명한 무섬마을 등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영주는 조선시대 선비 정신을 알아볼 수 있는 곳으로, 특히 이달 말경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영주 소수서원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확실시되고 있다. 소수서원을 비롯해 영주에서 함께 돌아볼 수 있는 곳으로는 부석사, 삼판서고택, 무섬마을 등이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편집자주]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지난 5월 14일 ‘한국의 서원’ 9곳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권고했으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6월 30일 개막하는 제4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의 서원’은 영주 소수서원, 경주 옥산서원,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등 9곳이다.

[여행스케치=영주] 소백산 자락에 자리한 영주는 선비의 고장이기도 하다. 양반 사회를 대표하는 고택들이 많이 남아 있는 데다 선비를 양성했던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영주에서 소수서원과 더불어 고즈넉하게 걸으며 선비 정신을 되새겨볼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사전적인 의미로 선비란 ‘학식은 있으나 벼슬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다. 즉, 선비에게는 반듯하고 단정한 용모와 말투, 점잖은 걸음걸이뿐만 아니라 가난하더라도 청렴결백하고 지조를 키질 수 있는 마음가짐, 즉 선비 정신도 필요하다. 선비 정신은 경쟁이 치열하고 여유가 없어진 오늘날 우리가 배워야 하는 마음가짐이기도 하다. 영주 선비촌과 소수서원에서 선비 정신을 배워볼 수 있다.

소수서원에서 선비들의 모습을 엿보다
선비촌과 소수서원, 소수박물관은 한데 모여 있어 한 번의 입장료를 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선비촌이 자리한 순흥면 백운동은 고려 말 유학자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성리학자인 회헌 안향 선생의 고향이다. 1543년 중종 때 풍기군수인 주세붕이 안향을 기리기 위해 안향의 고향에 서원을 세운 것이 소수서원의 시초였다. 본래 이름은 백운동에 자리한다고 하여 ‘백운동 서원’이었으며 이후 소수서원으로 개명했다.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이기도 하다. 사액서원이란 임금이 직접 현판을 내릴 뿐만 아니라 학문에만 힘쓸 수 있도록 나라에서 노비와 토지를 내려주고, 세금을 면제해주는 서원을 말한다. 오늘날로 치면 소수서원은 사립대학이고 성균관 및 향교는 각각 국립대학과 국립지방학교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 급제나 관료 양성을 목표로 삼았던 향교나 성균관과 달리 소수서원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학문을 다지던 곳이다. 조선시대 무수한 인재들이 이곳을 거쳐 가며 선비 정신을 배웠다고 한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소수서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임금이 직접 현판을 내릴 뿐만 아니라 학문에만 힘쓸 수 있도록 나라에서 노비와 토지를 내려주고, 세금을 면제해 주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소수서원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학문을 다지던 곳으로 조선시대 무수한 인재들이 이곳을 거쳐 가며 선비 정신을 배웠다고 한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선비들이 실제로 살았던 생활공간을 그대로 복원한 선비촌. 소수서원, 소수박물관, 선비촌은 한데 모여 있어 한 번의 입장료를 내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선비촌은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등의 촬영지로도 활용되기도 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소수서원에서 나오면 걷기 좋은 산책로가 나온다. 선비들이 학문에 힘쓰다 머리를 식힐 겸 이 산책로를 걸었을 생각을 하니 괜스레 발걸음이 느려진다. 유생들은 정자에 앉아 산책을 즐기기도 했고 시를 짓거나 학문을 토론하기도 했다.

산책로를 지나면 소수박물관이 나오고, 박물관을 지나면 선비들이 실제로 살았던 생활공간을 그대로 복원한 선비촌이 나온다.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등의 촬영지로도 활용되었던 선비촌은 유교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영주시가 2004년에 건설한 테마파크다. 수신제가, 입신양명, 우도불우빈, 거무구안 등 네 가지 주제로 건물을 배치했으며, 각 가옥 별로 거주했던 사람의 신분에 맞게 주변을 꾸몄다. 

선비촌을 둘러보다 보면 영주 무섬마을의 해우당 고택을 복원해놓은 건물도 있다. 무섬마을에선 실제 사람이 거주하고 있어서 조용히 둘러봐야 하지만, 이곳에선 마음 놓고 구경할 수 있다. 더불어 선비촌에서는 고택 숙박체험, 떡메치기, 전통혼례시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곳곳에 꽃이 피어 있는 고즈넉한 선비촌을 거닐며 오늘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선비 정신과 태도를 새롭게 이해하고 배워보자.

Info 소수서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6시(11~2월은 오후 5시까지, 6~8월은 오후 7시까지)
입장료 어른 3000원, 청소년‧군인 20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경북 영주시 순흥면 청구리 357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부석사
선비촌에서 차로 대략 20분 정도 달려가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손꼽히는 부석사가 자리하고 있다. 부석사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두고 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 길 양 옆으로 은행나무가 일렬로 식재되어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영주 부석사.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기둥의 중간이 굵고 위아래가 갈수록 가늘어지는 주형인 배흘림기둥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부석사는 신라시대 문무왕 시절 의상대사가 창건한 국내 10대 사찰 중 하나로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 5점, 보물 6점, 유형문화재 2점 등 유독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부석사에 식재된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덕분에 부석사 오르는 길은 계절마다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르막길 끝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무량수전이 선을 보인다. 그리고 기둥의 중간이 굵고, 위아래가 갈수록 가늘어지는 주형인 배흘림기둥도 부석사 하면 빼놓을 수 없다.

부석사는 신라시대 문무왕 시절 의상대사가 창건한 국내 10대 사찰 중 하나로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 5점, 보물 6점, 유형문화재 2점 등 유독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이다. 산속에 폭 안겨 있는 다른 사찰과 달리, 산등성이에 자리하고 있는 부석사는 딱 트인 시야를 선보인다. 책 제목처럼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 소백산맥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자. 

Info 부석사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주소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세 명의 판서가 살았던 삼판서고택
영주 시내에 자리한 삼판서고택은 ‘세 명의 판서가 주인이 되었던 고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삼판서고택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연이어 세 명의 판서를 배출한 집이다. 

이 집의 첫 주인은 고려 공민왕 때 형부상서를 지낸 정운경이다. 형부상서란 조선시대로 치면 형조판서에 해당되고, 현재로 치면 법무부 장관에 속한다. 정도전의 아버지였던 형부상서 정운경은 60세에 관직을 사퇴하고 이 집에서 노년을 보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삼판서고택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연이어 세 명의 판서를 배출한 집이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삼판서고택에서는 멀리 영주 시내와 서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가볍게 들러 산책하기 좋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정도전의 생가이기도 한 삼판서고택.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두 번째 주인은 정운경의 사위이자 정도전의 매제인 공조판서 황유정, 그리고 세 번째 주인은 황유정의 외손자인 이조판서 김담이다. 본래 이 고택은 현 위치에서 1km 떨어진 구성공원 남쪽 아래에 자리하고 있었다. 판서가 살았던 집답게 26채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대저택이었지만 1961년 홍수와 태풍으로 붕괴되었다. 그 이후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보수할 여력이 없어 철거된 곳을 지역민들의 요청에 따라 2008년 서천이 내려다보이는 구성공원에 옮겨 안채와 바깥채 일부만 복원했다고 한다.

복원 초기에는 개방하지 않았지만, 2014년에 반영된 KBS1 드라마 ‘정도전’이 인기를 끌면서 정도전의 생가를 찾는 이들이 많아 현재는 상시 개방 중이다. 삼판서고택은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소수서원에서 무섬마을로 가는 길에 자리하고 있으며, 멀리 영주 시내와 서천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가볍게 들러 산책하기 좋다.

Info 삼판서고택
입장료 무료
주소 경북 영주시 선비로 181번길 56-1

물 위에 떠 있는 섬, 무섬마을과 외나무다리
경상도에는 낙동강 줄기가 흐르다 주변 산에 막혀 마을을 휘감아 돌아가는 3대 물돌이 마을이 있다. 안동 하회마을, 예천 회룡포마을, 영주 무섬마을이 그 주인공이다. 영주 무섬마을은 무순면 수도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수도리는 물 수(水), 섬 도(島)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과 서천이 마을 뒤에서 합수되어 마을 3면을 감싸고 있어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고 하여 순우리말로 ‘물섬마을’이라 불리다 발음이 어려워 현재는 무섬마을로 불린다.

무섬마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을과 육지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던 외나무다리다. 마을 안과 밖을 이어주는 150m 길이의 나무가 S자 형태로 이어져 있고, 높이는 하천 바닥에서 60cm, 폭은 30cm로 두 사람이 지나가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매우 협소하다. 그래서 중간중간 한 사람은 비켜설 수 있는 다리가 놓여 있다. 지금은 마을로 차가 드나들 수 있는 다리가 생겨 ‘육지 속의 섬’이라는 말이 무색해졌지만, 외나무다리는 여전히 마을의 트레이드마크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영주 무섬마을 외나무다리는 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마을과 육지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였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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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 가옥의 특징은 경북 북부 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로, 정원을 가운데 두고 그 주변에 가옥이 빙 둘러 있는 형태인 ‘ㅁ’자 형태가 도드라져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무섬마을에서는 오래된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고즈넉한 고택에서 하룻밤 머물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마을 구석구석을 탐방할 수도 있다. 사진 / 김혜민 여행칼럼니스트

무섬마을에는 4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고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예로부터 양반과 평민이 함께 공부하던 육지 속의 섬마을이었던 무섬마을은 마을 뒷산에는 태백산 줄기가, 강 건너에는 소백산 줄기가 스며들어 풍수지리학적으로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형태를 띠고 있다. 현재 40여 가구 중 20여 가구에 사람이 살고 있으며, 그 중 100년이 넘는 고택이 16채나 있다. 더불어 1666년에 건립되어 마을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만죽재 고택 및 구한말 고위 관리를 지낸 김낙풍이 지은 집으로 마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해우당 고택 등 9채의 가옥이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다만 고택 중에는 아직까지 사람이 사는 가정집이 많아 조용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무섬마을 가옥의 특징은 경북 북부 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로, 정원을 가운데 두고 그 주변에 가옥이 빙 둘러 있는 형태인 ‘ㅁ’자 형태가 도드라져 있다. 원한다면 오래된 역사가 켜켜이 쌓인 고즈넉한 고택에서 하룻밤 머물 수도 있고, 자전거를 타고 마을 구석구석을 탐방할 수도 있다.

Info 무섬마을
주소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 234번길 3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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