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5월호
[여름꽃 나들이①] 수국이 호수를 이루고 있는, 해남 포레스트수목원
[여름꽃 나들이①] 수국이 호수를 이루고 있는, 해남 포레스트수목원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6.05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계절 내내 축제를 여는 포레스트(4est)수목원
오는 6일부터 '땅끝수국축제' 개최
활짝 핀 수국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사진 남길 수 있어
푸른 수국이 호수를 이루고 있는 해남 포레스트수목원. 사진제공 / 포레스트수목원
푸른 수국이 호수를 이루고 있는 해남 포레스트수목원. 사진제공 / 포레스트수목원

[여행스케치=해남] 여름을 대표하는 꽃 중에 수국이 있다. 땅끝 해남 두륜산 서쪽 골짜기, 달마산을 비켜선 곳에 있는 포레스트(4est)수목원에 다녀왔다. 사계절 꽃이 핀다는 수목원에 여름꽃 수국이 활짝 피었다.

해남읍내에서 완도 방향으로 차를 타고 15분여 달리면 왼쪽 두륜산 아래 작은 마을이 있다. 황산리 봉동골짜기, 수국이 숲을 이룬 신생 식물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포레스트수목원을 찾아가는 중이다. 진초록 들판은 한가롭다 못해 적막감이 돈다. 

사계절 내내 축제가 열리는 수목원
3년여 동안 준비한 끝에 마침내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한다는 포레스트수목원. 봄에는 분홍꽃축제, 여름에는 땅끝수국축제, 가을에는 팜파스축제, 겨울에는 땅끝얼음축제를 연다는 곳이다. 수목원 이름에다 포레스트(4est)를 붙인 까닭이다.

활짝 핀 수국을 배경삼아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진제공 / 포레스트수목원
활짝 핀 수국을 배경삼아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진제공 / 포레스트수목원
'땅끝의 보석'이라 쓰인 수목원 표지석. 4est는 별(star), 기암괴석(stone), 이야기(story), 배울거리(study)에서 따온 말이다. 사진제공 / 포레스트수목원
'땅끝의 보석'이라 쓰인 수목원 표지석. 4est는 별(star), 기암괴석(stone), 이야기(story), 배울거리(study)에서 따온 말이다. 사진제공 / 포레스트수목원

한적한 농촌 마을을 지나 소나무숲으로 들어서자 근사한 건축물과 주차장이 드러난다. 목재 건물에 유리창으로 된 건물은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부속건물은 창고, 화장실, 숙소이다.

부속건물 뒤쪽으로 수목원이 자리 잡고 있다. 수목원 전체 부지는 약 6만 평인데, 이번에 외부에 공개한 면적은 3만 평 정도 된다. 이 면적은 수국이 자라고 있는 면적이다. 약 3만 평 산기슭에 150종 수국이 자라고 꽃을 피우게 된다면 이해가 쉽겠다. 적송과 해송, 편백과 삼나무, 층층나무와 때죽나무, 진달래와 싸리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면 수국은 파란 호수를 이루고 있다.  

수국은 본래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가 원산지였으나 유럽과 미주에서 개량한 신품종들이 많이 나와 있다. 미국에서 수입된 미국수국, 일본에서 수입된 일본수국이 우리나라 정원을 장악하고 있는 사례가 많지만, 우리 산야에서 자생한 토종도 많이 있다. 경기ㆍ강원지역에서 자생하는 산수국과 울릉도에서 나는 등수국, 울릉도나 남부 섬에서 나는 바위수국 등도 있다. 닮았지만 조금씩 다른 게 수국이다. 이곳에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수국을 구경할 수 있다.

탐스러운 꽃봉오리들의 흥겨운 수다
수국이 피어 있다. 눈이 부시다. 탐스러운 꽃봉오리를 보자 두 손으로 감싸보고 싶다. 방긋 웃고 있는 꽃송이를 가슴에 안아보고 싶다. 얼굴에 비벼봤으면 좋겠다. 

수국은 키가 1.5m 정도 자란다. 줄기 아래쪽에서 많은 가지가 나와 무리지어 자란다. 사진제공 / 포레스트수목원
수국은 키가 1.5m 정도 자란다. 줄기 아래쪽에서 많은 가지가 나와 무리지어 자란다. 사진제공 / 포레스트수목원
수목원에는 여러 종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사진은 하얀 꽃이 핀 때죽나무. 사진 / 박상대 기자
수목원에는 여러 종류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사진은 하얀 꽃이 핀 때죽나무. 사진 / 박상대 기자
약초원에 자라난 작약. 사진 / 박상대 기자
약초원에 자라난 작약. 사진 / 박상대 기자

분홍색, 보라색, 군청색, 흰색, 빨강색~ 연분홍, 연보라, 연청, 연붉은 꽃들이 피어 있다. 이들의 색깔을 꼭 집어서 무슨 색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수국은 한 종류라도 뿌리를 내린 토양의 성분에 따라 꽃 색깔이 다르다. 산성인 땅과 알칼리성인 땅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한 뿌리에서 피어난 꽃도 가지마다 색깔이 조금씩 다르고, 피는 날짜에 따라 다른 색깔을 내기도 한다.  

꽃말을 찾아보니 진심, 혹은 냉정이라고 한다.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어떤 여인은 활짝 웃어서 진심을 보여 주고, 어떤 여인은 살며시 웃으면서 냉정함을 잃지 않을 것이다. 

꽃들이 웃고 있다. 여기저기 수국을 배경으로 앉아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처녀들처럼 웃고 있다. 어떤 꽃은 활짝 웃고, 어떤 꽃은 살며시 웃는다. 

하얗게 핀 때죽나무 아래도, 찔레꽃 그늘에도, 그리고 송홧가루가 바람에 흩날리는 가운데서도 수국은 웃음을 잃지 않고 고개를 들고 있다. 수국은 당당하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모여 피니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수목원 내에 자리한 카페 겸 레스토랑. 사진 / 박상대 기자
카페에서는 차와 음료, 스파게티와 토스트 등 식사류도 판매한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바위틈에도 있고, 작은 개울이나 연못 주변에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누가 누가 더 크게 웃나, 누가 누가 더 예쁘게 웃나 견주기라도 하는 듯 까르르 깔깔 웃는다. 산비둘기와 산새들이 날고, 까투리가 운다. 꽃봉오리 위로 꿀벌들이 날고, 배추흰나비가 꽃봉오리에 앉아 있다. 

산들바람에 억새가 하늘거리고, 하늘에는 구름 꽃이 두둥실 떠 있다. 참으로 평화로운 숲속이다. 

수국 한 그루 집안에다 길러볼까?
포레스트수목원은 여러 정원으로 나뉘어져 있다. 무늬억새와 그린라이트ㆍ팜파스그라스 등 각종 억새들이 모여 있는 사초원, 각종 구절초와 감국ㆍ산국 등이 자라고 있는 국화정원, 반엽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반엽식물원, 구골나무ㆍ라일락ㆍ인동넝쿨ㆍ싸리나무ㆍ미선나무ㆍ꽃치자 등이 있는 향기원, 식물의 잎이나 줄기에 돌연변이성 무늬가 있는 털머위ㆍ해국ㆍ호랑가시나무 등이 있는 무늬식물원, 구기자ㆍ다래ㆍ당귀ㆍ방풍ㆍ도라지ㆍ천문동ㆍ작약ㆍ적하수오 등이 자라는 약초원 등등 여러 정원이 있다. 정원마다 간단한 안내판도 만들어 놓았고, 식물마다 이름표를 붙여 놓았다.

카페 뒤로 데이지꽃이 하얗게 피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카페 뒤로 데이지꽃이 하얗게 피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포레스트수목원 옆에 있는 구시골 계곡 옥외 수영장. 사진 / 박상대 기자
포레스트수목원 옆에 있는 구시골 계곡 옥외 수영장. 사진 / 박상대 기자

“전국 수목원들을 많이 찾아다녔지요. 귀한 식물들을 얻어오기도 하고, 구입하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지식과 지혜도 얻어 왔습니다. 3년간 삽질하고 호미질하니까 이제 수목원이 되었네요.”

김건영 포레스트수목원 원장은 농업고등학교 다닐 때 꾼 꿈을 이제 이룬 셈이라고 한다. 그동안 골프장에 근무하면서 조경과 식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얻었고, 식물원에 인문학을 접목시키고 있다. 혼자 힐링하고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벌써 마을 사람들이 여름철에 반짝 관리하고 있던 구시골 계곡 유원지랑 서로 협력하여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김건영 포레스트수목원 원장과 카페를 운영하는 이경애 대표 부부. 사진 / 박상대 기자
김건영 포레스트수목원 원장과 카페를 운영하는 이경애 대표 부부. 사진 / 박상대 기자
수국 모종 화분은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살 수 있다(개당 1000원). 사진 / 박상대 기자
수국 모종 화분은 해남사랑상품권으로 살 수 있다(개당 1000원). 사진 / 박상대 기자
온실에 있는 다육식물. 사진 / 박상대 기자
온실에 있는 다육식물. 사진 / 박상대 기자

수국은 정원이나 실내에서 관상용으로 기르는 화초이다. 뿌리로 옮겨심기도 하지만 꺾꽂이로 번식시키기도 한다. 삽목은 줄기를 잘라서 흙에 심어놓는 것인데 보통 20일이 지나면 새순이 나고 새 뿌리를 내린다.

“수국을 한 포기씩 화분에 담아 판매하기도 하고, 인근 농장에서 다육식물을 갖다 판매하기도 합니다. 이걸 팔아서 돈을 벌자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꽃이나 식물을 기르면서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김 원장은 이웃 면에 있는 다육식물 재배농장과 협의하여 여행객에게 다육식물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음식점에 여행객을 소개해 준다. 이웃 동네에서 주민들이 직접 농사짓는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수목원 덕분에 여행객과 이웃 주민들이 모두 행복하면 좋겠다”고 말하며 꽃처럼 웃는다.    

Info 해남 포레스트수목원
주소
전남 해남군 현산면 황산리 산1-3
입장료 개인 5000원, 단체 4000원 
※모든 입장객에게 해남사랑상품권(1000원) 1매 제공

Tip 땅끝수국축제 
올해 첫선을 보이는 축제. 약 5000주, 100여 품종 희귀수국을 만날 수 있다.
기간 6월 6일~7월14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