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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7월호
[골목길 여행] 예술과 문학을 흠뻑 머금은 작은 동네, 통영 봉숫골 산책 
[골목길 여행] 예술과 문학을 흠뻑 머금은 작은 동네, 통영 봉숫골 산책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06.10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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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여다봐야 수수한 매력 느낄 수 있는 봉숫골
국내 1세대 서양화가 전혁림의 작품세계 담은 미술관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까지
통영시 봉평동의 봉숫골은 소박한 매력을 지닌 작은 마을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경남 통영시 봉평동의 봉숫골은 소박한 매력을 지닌 작은 마을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통영] ‘통영은 다도해 부근의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소설가 박경리는 장편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자신의 고향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선생을 비롯해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의 무대가 되었던 통영은 그들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은 곳이기도 하다. 

그중 봉평오거리에서 용화사광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은 더욱 특별하다. 한국 추상화를 개척한 서양화가 전혁림(1915~2010)의 작품세계를 담은 미술관과 아기자기한 책방이 여행자를 반겨주는 마을, 봉숫골(봉수골)에 다녀왔다.

봉숫골 초입에는 전혁림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표석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봉숫골 초입에는 전혁림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표석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전혁림 화백의 작품 <유리창>을 담은 패널. 사진 / 조아영 기자

‘단디’ 살펴봐야 그 매력을 알 수 있는 동네
‘단디’는 ‘단단히’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통영케이블카와 스카이라인 루지 등 대표 명소와 인접해 있어 잠깐 들르는 여행객이 많고,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동네’가 된 봉숫골은 자세히, 똑바로 살펴봐야 속살과 매력을 알 수 있다. 

통영종합버스터미널에서 231번 또는 281번 시내버스를 타고 통영중학교를 지나 천우아파트 정류장에 하차하면 빽빽하게 자라난 가로수가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온다. 매년 봄 분홍빛 꽃을 틔워 골목을 수놓는 벚나무다. 벚꽃이 개화하는 3월 하순에는 이곳에서 ‘봉숫골 꽃나들이 축제’가 개최되어 꽃나들이 행렬, 통영국제음악제 프린지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음료를 마시며 쉬어가기 좋은 벚꽃아래카페. 사진 / 조아영 기자
벚꽃아래카페 외관. 마을 곳곳에는 특색있는 식당과 카페가 자리해 소박한 식도락 여행을 즐기기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벚꽃아래카페 외관. 마을 곳곳에는 식당과 카페가 여럿 자리해 소박한 식도락 여행을 즐기기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봉숫골 초입에는 ‘현대미술의 거장 화가 전혁림 거리’라는 표석이 서 있어 눈길을 끈다. 2015년 통영시에서 전혁림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조성한 것으로, 화백의 약력이 새겨져 있다. 걸음을 옮겨 동네 구경을 하다 보면 <유리창(2005)> 등 화백의 작품을 담은 작은 패널도 살펴볼 수 있다.

마을 곳곳에는 일본식 튀김 덮밥으로 유명한 ‘니지텐’과 충무김밥을 단일 메뉴로 선보이는 ‘김선생 충무김밥’ 등 특색있는 식당과 핸드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우리동네 커피집’, 신선한 생과일 음료가 맛있는 ‘벚꽃아래’ 등 카페가 여럿 자리해 소박한 식도락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짙은 푸른빛 예술혼은 봉숫골 한편에 남아
골목 중간 즈음에서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전혁림 미술관에 닿게 된다. 이곳은 전혁림 화백이 30여 년간 생활했던 사택을 허물고 지은 공간으로, 색색의 타일로 꾸며진 외관이 독특하게 다가온다.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건물은 현재 관장을 맡고 있는 아들 전영근 화백이 직접 설계한 것이다. 

타일로 꾸며진 외관이 눈길을 끄는 전혁림 미술관. 사진 / 조아영 기자
색색의 타일로 꾸며진 외관이 눈길을 끄는 전혁림 미술관.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전시실에서는 화백의 약력과 과거 사진을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통영에서 태어난 전혁림 화백은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서양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색채의 마술사, 한국의 피카소 등 수많은 수식이 따르지만, 통영의 바다를 닮은 짙은 청색을 즐겨 써 ‘코발트블루, 바다의 화가’로 불리곤 했다.

전혁림 미술관은 총 2개의 건물로 나뉜다. 입구 바로 앞에 자리한 공간은 아트샵(문화상품 전시장)으로, 전혁림ㆍ전영근 화백의 작품을 옮긴 찻잔, 머그잔 등의 생활용품과 화집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트샵 옆 깊숙이 자리한 건물이 바로 화백의 작품을 담은 미술관이자 전시실이다. 1층과 2층에는 전혁림 화백의 작품 80점과 관련 자료 50여 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3층은 전영근 화백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정해진 입장료는 없으며, 자율 관람료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화백의 약력이 쓰인 연보와 사진이 보인다. 벽면에는 <구성(2008)>, <정물(2006)> 등 강렬한 푸른 색채가 눈길을 사로잡는 추상화가 차례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1층 전시실 벽면에는 강렬한 푸른색이 담긴 추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전혁림 화백이 생전에 썼던 화구 등을 살펴볼 수 있는 2층 전시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전혁림 화백이 생전에 썼던 화구 등을 살펴볼 수 있는 2층 전시실. 사진 / 조아영 기자
3층은 미술관 관장이자 전혁림 화백의 아들인 전영근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3층은 미술관 관장이자 전혁림 화백의 아들인 전영근 화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꼈다고 전해지는 <통영항(2006)>은 어선이 드나드는 소박한 항구 풍경과 화백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당시 91세였던 그는 3개월간 밤낮없이 작업에 몰두하며 캔버스를 채워갔다. 현재 원작은 청와대가 소장하고 있지만, 전시실에 부착된 설명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를 헤아려볼 수 있다. 

한편, 휴관일을 제외한 수요일, 주말에는 단체 관람객(30명 내외)을 대상으로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해 화백의 생애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Info 전혁림 미술관
입장료
자율 관람료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월ㆍ화요일 휴관)
주소 경남 통영시 봉수1길 10

사진 / 조아영 기자
통영의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운영하는 서점 '봄날의 책방'. 사진 / 조아영 기자

봄볕처럼 따스한 서점, 봄날의 책방
미술관과 이웃한 곳에는 특별한 서점이 자리한다. 통영의 작은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운영하는 봄날의 책방이 그 주인공이다. 2014년 아트하우스 ‘봄날의 집’으로 문을 연 이곳은 재작년 1층 전체 공간을 책방으로 확장 리모델링해 더 많은 여행객을 부르고 있다. 

원숙영 남해의봄날 책ㆍ공간 마케팅팀 주임은 “서울 등 대도시에는 많은 독립서점이 있는 반면, 지방에서는 다양한 서점을 만나기 힘들다”며 “출판사로써 동네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책방 겸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하게 된 것”이라 설명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과거 응접실이었던 곳에는 남해의봄날이 펴낸 책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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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리빙 관련 서적을 소개하는 책읽는 부엌. 공간과 연계한 책 진열이 돋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통영 출신 문인의 책과 봄날의 책방이 선정한 문학 서적이 비치된 작가의 방. 사진 / 조아영 기자

여느 독립서점이 주인장의 취향을 꼼꼼히 반영하듯, 봄날의 책방 역시 편집자ㆍ마케터의 큐레이팅을 거친 서적을 진열해 두었다. 리모델링 전 응접실이었던 공간에는 남해의봄날이 펴낸 책을 비치해두어 시선을 끌고, 손님이 머물던 방들은 각각의 테마를 갖춘 채 관련 서적을 품고 있다. 아늑하게 꾸며진 공간은 천천히 공을 들여 제 마음에 꼭 드는 책을 찾게 만든다.

전혁림 미술관과 면해 있는 ‘예술가의 방’은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통영 출신 음악가 윤이상 관련 서적 등 미술과 음악, 사진, 디자인 등 예술 관련 서적으로 가득하다. 전영근 화백이 아버지 전혁림 화백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지은 책 <그림으로 나눈 대화>와 그의 그림으로 만든 패브릭 작품도 방 한편에 비치되어 있어 반갑게 느껴진다. 한때 부엌으로 쓰였던 곳은 ‘책읽는 부엌’으로 거듭나 요리와 리빙, 가드닝 등 삶에 여유를 더하는 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남해의봄날 편집자들이 직접 쓴 책꼬리가 눈길을 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미술과 음악, 사진 등 다양한 예술 관련 서적으로 채워진 예술가의 방. 사진 / 조아영 기자
구매 후 열어보기 전까지 내용을 알 수 없는 '블라인드 시 카드'는 봄날의 책방에서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콘텐츠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작가의 방’은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문인들의 책과 봄날의 책방이 선정한 국내외 작가의 문학 작품이 모여 있기 때문. 미국에서 활동하며 세계 각국에서 먼저 주목받았던 통영 출신 작가 김용익의 소설 <꽃신>, <푸른 씨앗> 등 보석 같은 책을 만날 수 있으며, 편집자들이 직접 쓴 책꼬리(책을 소개하는 짧은 리뷰)가 곳곳에 붙어 있어 낯선 책에 손길이 닿게 한다.

책을 골라 카운터로 향하는 길에는 벽면을 장식한 ‘블라인드 시 카드’가 눈길을 잡아끈다. 색색의 봉투 속에 저마다 다른 시(詩)를 담은 것으로, 열어보기 전까지 내용을 알 수 없다. 무작위로 고른 시 카드는 비밀스러운 선물처럼 책방을 나설 때까지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Info 봄날의 책방
운영시간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30분(월ㆍ화요일 휴무)
주소 경남 통영시 봉수1길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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