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10월호
[해외여행] 세계 지성인들이 지켜낸 아드리아의 보물, 두브로브니크
[해외여행] 세계 지성인들이 지켜낸 아드리아의 보물, 두브로브니크
  • 김수남 여행작가
  • 승인 2019.06.11 1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로아티아 여행의 종착역, 두브로브니크(Dubrovnik)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구시가지
성벽투어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스르지산 전망대 조망
로브리예나츠 요새에서 바라본 올드타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로브리예나츠 요새에서 바라본 올드타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의 관문을 자그레브라 한다면 종착역은 두브로브니크(Dubrovnik)가 될 것이다.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 최남단 해안가의 옛 도시이다. 바로크 양식과 고딕,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고 주황색 지붕의 옛 건물들이 해안가에 빼곡하여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경관이 된 곳이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두브로브니크를 두고 ‘아드리아해의 진주’라고 하였으며 극작가 버나드 쇼는 ‘지상의 낙원’이라고 찬양하였다. 크로아티아와 사랑에 빠진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마녀배달부 키키>라는 작품 속에 두브로브니크를 그대로 재현해 놓기까지 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흠모하는, 웅장한 성벽에 안긴 올드타운이지만 그 내력을 들여다보면 쓰라린 상처와 사연도 많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예술인과 문학인들이 지켜낸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는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비극을 지닌 아름다운 구도시, 두브로브니크
14세기부터 1808년까지 두브로브니크는 ‘라구사(Ragusa) 공화국’이라는 작은 소국이었는데 16세기 무렵까지는 지중해의 대표적 무역중심지로서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1667년에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전체 인구의 20%가량인 5000여 명이 사망하고 건물의 3/4가량이 파괴되는 비극을 맞이한다. 사회주의 유고슬라비아 연방에 속해 있을 때는 1991년에서 1992년으로 이어지는 연방 붕괴 과정을 거치면서 또 한 번 전체 건물의 절반가량이 포격으로 파괴된다. 

‘유고 내전’으로 불리던 이 참혹한 전쟁에서 두브로브니크를 구한 것은 인류의 보물이 파괴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유럽의 지식인들이었다. 프랑스 학술원장이던 장 도르메송(Jean D’Ormesson)을 중심으로 예술인들과 문학인들이 나서서 포격 중단을 외치는 시위를 벌였다. 여기에 각국의 외교적 압박이 더해지면서 아슬아슬하게 두브로브니크가 살아남게 되었다. 나폴레옹에게 멸망당한 라구사공화국은 미국의 독립을 인정한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유네스코는 진주처럼 빛나는 이 구도시를 1979년에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시켰다. 올드타운을 보듬고 있는 10~14세기에 만들어진 2km 길이의 성벽은 두브로브니크의 자랑이다. 구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시간 속으로 산책하는 성벽투어는 오늘날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되었다. 

마을을 동서로 이어주는 플라차 거리. 과거에는 바닷길이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마을을 동서로 이어주는 플라차(placa) 거리. 과거에는 바닷길이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성벽투어를 하며 올드타운을 조망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성벽투어를 하며 올드타운을 조망할 수 있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시간의 더께가 쌓인 기와지붕과 성벽투어 중인 여행자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시간의 더께가 쌓인 기와지붕과 투어 중인 여행자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올드타운으로 떠나는 아득한 시간여행
올드타운은 경사도가 있는 해안가에 형성되다 보니 좁은 골목과 계단이 많다. 성 안으로는 차의 진입도 불가능하다. 보통은 ‘필레 게이트’로 불리는 성의 서문이 메인 입구 역할을 한다. 필레게이트를 통과해 만나게 되는 성내 중심도로인 플라차(placa) 거리는 반질반질한 석회암 도로가 인상적이다. 

성내 동서를 이어주는 약 300m 거리의 이 도로엔 항상 관광객들로 붐비지만 13세기 운하를 메우기 전까지만 하여도 배들이 지나가던 해협이었다. 1468년에는 돌로 메워서 길을 만들었는데 당시 자재를 조달받기 위해 통행세로 돌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플라차 거리는 ‘큰 거리’란 뜻의 ‘스트라둔(Stradun)’으로도 불린다. 

성 안에는 사자왕 리처드가 지었다는 두브로브니크 대성당을 비롯하여 작은 시장이 열리는 군돌리치 광장, 두브로브니크의 수호성인인 성 블라호에게 봉헌된 성 블라호 성당, 15세기부터 라구사 시민들의 급수대 역할을 해 오고 지금은 만남의 광장 역할을 겸하고 있는 오노프리오 분수, 열주 기둥과 인물상들이 인상적인 렉터(Rector‘sㆍ행정관) 궁전 그리고 프란체스코 수도원과 시 상징 종탑 등의 명소가 있다. 

두브로브니크 수호성인인 성 블라이세 조각이 세워진 필레게이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두브로브니크 수호성인인 성 블라이세 조각이 세워진 필레게이트.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성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모습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성안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를게 없어 친근하게 여겨진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모두 단체관광객들과 개별여행객들로 붐비는 곳이라 제대로 시간여행의 감동을 느끼려면 이른 아침과 같이 호젓한 시간대에 둘러보는 게 요령이다.

성 밖 명소로는 로브리예나츠 요새와 로크룸 섬, 스르지산 전망대가 대표적이다. 필레게이트를 통해 성벽 바깥으로 나가면 해안가에 툭 튀어나온 암벽 위에 세워진 것이 로브리예나츠 요새이다. 성벽투어 입장권이면 무료로 갈 수 있는 곳인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구도심도 인상적이다. 

로크룸(Lokrum) 섬은 육지에서 500~600m 떨어진 작은 섬인데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공작새를 풀어 키운다고 해서 ‘공작새의 섬’으로 소개된 가이드북도 있다. 성벽 아래 올드포트에서 배가 출발한다. 

스르지산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스르지산에서 바라본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하나둘 불이 켜진 올드타운 야경은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어둠이 내리기 전, 스르지산 전망대에서 만나는 절경
성벽투어를 하면서 올드타운을 둘러보는 코스도 빼놓을 수 없지만, 역시 최고 호사는 스르지산에서 두브로브니크 전체를 조망하는 일이다. 올드타운에서 스르지산으로 오르는 방법은 서너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이다. 두 번째는 택시투어다. 택시비가 만만치 않아서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즉석에서 팀을 맺어 택시비를 분담하기도 한다. 세 번째는 걸어서 가는 방법이다. 케이블카 전망대 밑, 가장 풍광 좋은 포인트로 직행하는 작은 길이 나 있다.

마지막으로 직접 차를 몰고 올라가기도 하는데 길이 좁고 구불거리므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내리기 전, 하나둘 불이 켜진 올드타운 풍경을 스르지산에서 내려다본다면 마치 선계의 조물주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좁은 골목길에서의 여유가 여독을 풀어준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좁은 골목길에서의 여유가 여독을 풀어준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프라차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양이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프라차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고양이들.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유명한 건물이 아니더라도, 좁은 골목길이나 경사진 계단에서도 충분히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 두브로브니크이다. 크로아티아 여행은 ‘쉼표’ 여행이다. 두브로브니크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골목길 작은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이나 바다가 보이는 허름한 카페에 걸터앉아 여유를 즐겨보는 것 또한 큰 추억이리라. 

두브로브니크 여행 팁
두브로브니크는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싸다. 숙소는 고급호텔부터 에어비앤비까지 다양한데 숙소 선택의 1등 기준은 성벽 접근성과 숙소 가는 길 계단의 많고 적음이다. 렌터카를 가지고 올 경우 가장 먼저 스르지산 전망대를 한번 다녀온 뒤 반납하고 올드타운은 걸어서 보는 것이 좋다. 스르지산 전망대는 1시간 남짓이면 걸어갈 수 있는데, 바다를 조망하며 오를 수 있다. 

Bistro49의 두브로브니크 스타일 치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Bistro49의 두브로브니크 스타일 치킨. 사진 / 김수남 여행작가

● 7월 10일~8월 25일에는 ‘두브로브니크 여름축제’가 열린다. 올해 70회를 맞는 유럽에서도 권위 있는 축제로 영화, 연극, 음악 등의 다양한 문화공연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 성벽투어는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잡으면 좋은데 그늘이 없는 뙤약볕이므로 생수와 모자, 선크림은 필수다. 
● 맛집: Bistro49 – 필레게이트에서 3Km 남짓 떨어진 두브로브니크 버스터미널 앞에 있다. ‘두브로브니크 스타일 치킨(73.5kn)’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  49kn 가격대의 사각형피자도 추천할 만 하다. 
● 이색 카페: 성벽 바깥쪽 절벽에는 작은 카페 부자바(Buza Bar)가 있고 스르지산 전망대에는 파노라마레스토랑이 있어서 인기가 좋다. 
● 말라 브라차 약국: 규모는 작지만 유럽에서 3번째로 오래된 약국이다. 크림류와 림밤 등의 소품이 인기다. 성벽투어가 시작되는 지점의 성 프라체스코 박물관 입구에 자리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