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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체험여행] 한발, 두발 걸어서 만나는 종로 ‘세운상가’ 구석구석
[체험여행] 한발, 두발 걸어서 만나는 종로 ‘세운상가’ 구석구석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06.14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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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술이 공존하는 곳, 세운상가
주민 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듣는 50여 년의 세월
상가 일대 부품 모아 선보이는 ‘세운부품도서관’까지
사진 / 조아영 기자
세운상가는 50여년의 세월을 지닌 우리나라 최초 주상복합건물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TG삼보컴퓨터’와 ‘한글과컴퓨터’가 태어난 곳이자 어떤 이에게는 먹통이 된 전자기기를 마술처럼 뚝딱 고쳐주던 수리공의 얼굴로 기억될 공간, 종로 세운상가. 

상가가 조성된 지 50여년이 흐른 지금, 이곳에서 기기를 수리하던 청년은 장인이 되었고, 젊은 메이커(Maker)들은 장인과 함께 또 다른 미래를 다지고 있다. 서울시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세운상가의 면면을 구석구석 걸으며 만났다. 

다시세운, 과거와 현재를 잇다
다시세운 프로젝트는 세운상가를 비롯해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풍전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까지 7개 상가를 아우른다. 복잡한 상가 내부를 수월하게 둘러보려면 ‘한발 두발, 세운’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편을 권한다. 주민 해설사가 동행해 세운이 품은 공간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수십 년간 제조업에 종사한 장인과의 만남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발 두발, 세운' 투어 프로그램 집결장소인 다시세운광장. 사진 / 조아영 기자
장인과 청년 메이커들이 함께 제작한 '세봇'은 세운상가의 마스코트로 거듭났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투어는 다시세운광장에서 출발해 3층 데크로 향한다. 데크 초입에는 대형 태권브이 ‘세봇(’세운‘과 ’로봇‘의 합성어)’이 우뚝 서 있어 눈길을 끈다. 세봇은 상가에 입주한 장인과 청년 메이커들의 손에서 탄생한 이곳의 마스코트로, 가까이 다가서면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며 방문객을 반긴다.

세봇과 더불어 다시세운 프로젝트로 새 단장을 마친 서울옥상은 상가 9층에 자리한다. 탁 트인 옥상에서는 종묘와 광장시장, 남산 등 서울 도심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벤치가 설치되어 있어 잠시 쉬어가기 좋다.

서울옥상은 2017년 새 단장 후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맞은편에 자리한 종묘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서울옥상에서 바라본 남산서울타워 일대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특유의 분위기를 지닌 세운상가 5층 중정은 영화 <초능력자> 촬영지로 쓰이기도 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최문규 주민 해설사는 “세운상가는 1967년 국내 최초로 조성된 주상복합건물인 만큼 고층 주거공간에 정치인, 연예인 등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거주했다”며 ”5층 중정은 건축가 김수근이 채광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던 과거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독특한 구조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ㅁ’자 모양의 중정은 얼핏 홍콩 왕가위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 속 청킹맨션을 연상케 한다. 천장 중앙의 반투명 아크릴을 통해 쏟아지는 햇볕은 고즈넉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중정을 둘러보고 나면 오랜 세월 기술을 연마해 ‘세운 마이스터’ 칭호를 부여받은 장인과의 만남이 이어진다. 세운 마이스터는 전자기기, 게임기, 특수 장비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서 최소 2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이들로, 청년 메이커들의 기술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류재용 장인의 작업 모습.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진공관 앰프를 통해 음악이 흘러나오는 류재용 장인의 작업실. 바깥 복도에는 장인이 제작한 진공관 블루투스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들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상가 8층에서 KNOT LAB을 운영하는 류재용 장인은 “이 근방에서 작업한 지도 벌써 50년이 넘었다”라며 운을 뗀다. 이어 “현재는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기 위해 진공관 앰프를 주로 만들고 있다”며 “반도체 앰프보다 효율은 떨어지지만, 진공관만이 지닌 부드러운 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업실 바깥 복도에는 류 장인이 제작한 ‘진공관 블루투스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즐겨 듣는 음악을 직접 골라 부드러운 선율을 느껴볼 수 있다. 

Info 세운전자상가
주소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Tip 한발 두발, 세운
세운ㆍ청계ㆍ대림상가의 숨은 공간을 주민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는 도보 투어 프로그램. 참여 신청은 다시세운 프로젝트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인원이 3명 이상일 경우에만 출발 가능하다. 
진행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협의에 따라 시간ㆍ경로 조율 가능)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집결장소 서울 종로구 종로3가 143-1 다시세운광장

사진 / 조아영 기자
지난달 31일 개장한 세운부품도서관 외관. 사진 / 조아영 기자

기계 속 부품과 재료가 한자리에, 세운부품도서관
세운상가 내부를 돌아보고 나면 3층 보행데크로 발걸음을 넓힌다. 지난달 31일 새롭게 문을 연 세운부품도서관을 만나기 위해서다. 현재 도서관에서는 기획전시 <을지로 산업도감 Vol.1>가 개최되어 다양한 부품과 재료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전창명 어보브 스튜디오 대표는 “세운상가의 기술력은 많은 조명을 받았지만, 이곳 일대 ‘부품’은 비교적 조명할 기회가 적었다”며 “기술자 분들 또한 부품이 가장 중요하고, 이 일대만 돌아봐도 필요한 부품은 모두 구할 수 있다고 말씀하실 정도”라고 말한다. 

섹션1에 전시된 한국제어시스템의 호텔 객실관리 시스템.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기계 속 부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양한 재료를 전시해놓은 부품도서관의 재료서가. 사진 / 조아영 기자

전시는 세운상가 일대에서 제작된 대표 제품을 관람할 수 있는 섹션1과 세운과 을지로, 청계천 일대서 구한 부품과 재료를 선보이는 섹션2로 구성되어 있다. 섹션1에서는 여행 중 누구나 한 번쯤 이용해봤을 ‘호텔 객실관리 시스템’과 게임 ‘스트리트파이터’ 조이스틱 등 우리 실생활에 밀접한 제품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섹션2는 200여 개의 부품 모듈을 배치한 ‘부품도서관’과 아크릴, 돌, 유리, 금속 등 180개의 재료를 전시한 ‘재료서가’로 나뉜다. 옛 전화기에 부착되어 있던 동그란 다이얼, 많은 연인들이 남산서울타워에 거는 ‘사랑의 자물쇠’ 등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세운전자박물관에서는 청계청과 세운상가 일대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LP판을 골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수리수리청음실 내부. 사진 / 조아영 기자

도서관 곁에는 세운전자박물관이 자리해 청계천ㆍ세운상가 일대 역사와 기술자의 작업대를 재현한 공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추억이 담긴 물건을 고쳐주는 ‘수리수리협동조합’의 ‘수리수리청음실’도 인근에 있어 자유롭게 LP판을 골라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다.

보행데크로 이어진 대림상가에는 최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전파를 탄 ‘다전식당’과 시그니처 음료 ‘호랑이 라떼’로 뜨거운 사랑을 받는 카페 ‘호랑이’가 자리해 맛 좋은 한식과 커피를 즐기기 제격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다전식당은 돈까스와 제육볶음 등 다양한 한식 메뉴를 판매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사진 / 조아영 기자
대림상가에 자리한 카페 호랑이의 시그니처 음료 '호랑이 라떼'.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세운부품도서관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59 세운상가 3층 세운메이커스큐브 세운-서 301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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