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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1월호
[체험여행] 역사 따라 걷는 길…경기 영남길 8코스 안성 죽주산성길
[체험여행] 역사 따라 걷는 길…경기 영남길 8코스 안성 죽주산성길
  • 유인용 기자
  • 승인 2019.06.15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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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6월의 걷기 여행길
봉업사지 오층석탑 등 고려 불교 유적 많아
송문주 장군이 몽골에 대승 거둔 죽주산성
사진 / 유인용 기자
‘경기 영남길’은 조선시대 서울과 부산을 이었던 영남대로를 고증을 토대로 새롭게 조성한 걷기길이다. 8코스에 속하는 죽주산성길은 용인과 안성을 잇는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여행스케치=안성] 차가 없던 옛날 우리 조상들은 산과 강을 건너 팔도를 걸어 다녔다. ‘경기 영남길’은 조선시대 서울과 부산을 이었던 최단 노선 ‘영남대로’를 경기도와 각 시에서 고증을 토대로 새롭게 조성한 걷기길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성남과 용인, 안성, 이천을 경유하는 경기 영남길은 총 길이가 약 116km에 이르며 10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그 중 용인 한택식물원에서 안성 죽주산성으로 이어지는 8코스 ‘죽주산성길’을 걸었다.

고려시대 신성한 땅이었던 죽산
죽주산성길은 식물원부터 산성까지 등산과 트래킹을 고루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또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한국관광공사가 ‘6월의 걷기 여행길’로 선정한 길이기도 하다. 길은 용인 백암면의 황새울마을에서 시작해 한택식물원을 지나고 비봉산을 넘어 죽주산성과 죽산버스터미널로 이어진다. 

차량이 있다면 죽산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무료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거꾸로 죽산에서 용인으로 넘어가 한택식물원까지 걷는 코스를 추천한다. 죽주산성으로 가는 길에는 안성의 다양한 불교 유적을 볼 수 있다.

진영숙 안성시청 문화관광해설사는 “부처님이 계시는 국토를 불국토라고 하는데 신라의 불국토가 현재의 경주 지역이었다면 고려의 불국토는 안성의 죽산이었다”며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봉업사를 비롯해 죽산 시내에만 큰 절이 6개나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아쉽게도 현재는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 봉업사는 절터에 탑이 하나 남아 있다. 죽산에서 출발해 1km 정도 걷다 보면 길옆으로 서 있는 석탑이 바로 보물 제436호로 지정된 안성 봉업사지 오층석탑이다. 봉업사는 태조 왕건의 영정을 모셨던 진전사찰이었으나 현재는 6m 높이의 석탑과 당간지주만 남아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보물 제436호로 지정된 안성 봉업사지 오층석탑. 봉업사는 태조 왕건의 영정을 모셨던 진전사찰이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죽산 시내에서 죽주산성까지는 논밭 사이로 난 농로를 걷는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송문주 장군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매산리 석불입상. 사진 / 유인용 기자

석탑을 지나 15분 정도 걸으면 이번엔 커다란 석불입상 하나를 마주한다. 먼 미래에 중생을 구하러 온다는 미륵보살상 ‘매산리 석불입상’이다. 이 불상에는 장사 남매에 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죽산에는 비범한 장사 남매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남동생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패하고 도망쳐 돌아왔다. 이를 용납할 수 없었던 누나는 자결을 권했고 남동생은 후일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해명했다. 누나는 ‘일주일 동안 나는 죽산에 산성을 쌓을 테니 너는 나막신을 신은 채 송아지를 끌고 임금님이 계시는 도성까지 다녀오는 내기를 하자’며 ‘내기에서 지면 자결하라’고 했다. 여섯째 되던 날 누나가 성을 거의 다 쌓자 아들을 살리기로 결심한 어머니는 누나에게 뜨거운 팥죽을 쑤어주며 성 쌓는 시간을 지연시켰다. 결국 남동생이 내기에서 이겼고 누나는 그 자리에서 자결해 미륵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진영숙 해설사는 “그 미륵이 바로 매산리 석불입상”이라며 “남동생은 훗날 죽주산성에서 벌어진 몽골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송문주 장군이라고 전해진다”고 말했다.

터미널에서 불상까지가 논밭 사이를 지나는 농로였다면 불상을 지나 죽주산성까지는 대로변을 따라 걷는 길이다. 죽주산성 입구의 휴게소에는 경기 영남길 스탬프 존이 마련돼 있다. 영남길 브로셔를 한 장 챙겨들고 지도의 죽주산성 자리에 스탬프를 꽝 찍으면 본격적으로 죽주산성길에 오를 준비가 끝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죽주산성 입구의 휴게소에는 경기 영남길 스탬프존이 마련돼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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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주산성의 입구. 휴게소에서 죽주산성까지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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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주산성에서 몽골군을 크게 격파했던 송문주 장군을 모신 사당. 사진 / 유인용 기자

겹겹이 쌓은 죽주산성, 성을 품은 비봉산
죽주산성은 교통의 요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던 죽산에 쌓은 산성으로 죽산의 옛 지명인 ‘죽주’에서 이름을 따왔다. 고려의 송문주 장군이 대승을 거두었던 곳인 만큼 산성 안에는 송문주 장군을 모신 사당 충의사도 있다. 충의사는 10월 첫주에 열리는 ‘죽주 고려대축제’ 때 제향을 지낸다.

죽주산성이 보통 다른 산성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성벽이 3겹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진영숙 해설사는 “가장 안쪽의 본성은 신라 때 만들어졌고 고려 때 몽골군에 맞서기 위해 한 겹을 더 쌓았다”며 “가장 바깥의 외성은 임진왜란 때 만들어졌는데 당시 ‘병사 1명이 적군 1만명을 막을 수 있는 산성’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말했다.

죽주산성은 돌로 쌓은 성벽 위를 따라 걸으며 둘러볼 수 있다. 산성 곳곳에는 문을 달았던 터와 포를 쏘았던 곳 등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대가 높은 만큼 시야가 시원하게 트여 영남길을 걷지 않고 산성만 걸어보기에도 좋다. 관광객으로 붐비지 않아 고즈넉하게 걸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고 성벽 곳곳에 심어진 나무 그늘에 앉아 바람을 쐬며 경치를 감상하면 운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죽주산성은 돌을 쌓아 만든 성벽 위를 따라 걸어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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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주산성의 남문 터.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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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주산성은 3겹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바깥쪽의 외성은 임진왜란 때 조성됐으며 비봉산 등산길 코스로 이어진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성벽을 따라 걷다가 서문이 있던 자리에 닿으면 외성으로 이어지다가 비봉산을 오르는 코스가 펼쳐진다. 비봉산 코스는 난이도 중에 속한다. 해발고도는 약 370m로 죽주산성의 해발고도가 200m 이상인 점을 감안했을 때 아주 높은 코스는 아니지만 고도를 한 번 내렸다가 다시 올라야 하며 길이 미끄러워 등산화와 스틱, 장갑을 갖추는 편이 좋다.

등산로에는 갈림길마다 영남길 코스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어 길을 찾는 데에 어렵지 않다. 대신 올라가는 길에 나무벤치나 쉼터가 전혀 없기 때문에 체력을 잘 안배해 올라야 한다.

죽주산성 서문에서 약 30~40분 걷다 보면 어른 키만 한 높이의 돌탑이 쌓인 평평한 땅이 나온다. 돌탑 옆 한자로 ‘飛鳳山’이 적힌 머릿돌이 비봉산의 정상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정면의 벤치는 푸릇푸릇한 나뭇잎 너머로 안성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명당에 놓여 있어 먼 길을 걸어온 여행자의 수고로움을 씻겨준다.

경치를 감상하며 숨을 고른 뒤 올라온 길의 정반대편으로 내려가면 용인 한택식물원으로 이어진다. 비봉산 정상에서 한택식물원까지는 약 40분으로 내려가는 길도 제법 미끄러운 편이니 주의해야 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비봉산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 묶여 있는 경기 영남길 안내 리본을 볼 수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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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산 정상의 모습. 사진 가운데에 비봉산 이름이 한자로 적힌 머릿돌이 있다. 사진 / 유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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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안성 시내 풍경. 비봉산의 해발고도는 약 370m다. 사진 / 유인용 기자
사진 / 유인용 기자
경기 영남길 8코스는 한택식물원을 지난다. 죽산 시내에서 출발해 한택식물원까지는 쉬엄쉬엄 걸어 3~4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진 / 유인용 기자

길은 한택식물원을 지나 영남길 7코스인 구봉산길로 이어지지만 산을 내려온 뒤부터는 길에 그늘이 없어 여름에 걷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식물원 입구의 카페에서 목을 축인 뒤 식물원을 돌아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식물원은 바오밥나무가 있는 호주온실 등 구간이 36개로 나뉘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돌아보아도 2시간이면 충분히 볼 수 있다. 식물원에서 죽산까지 돌아오는 택시 요금은 8000원 내외이며 용인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도 있다.

Info 죽주산성
주소 경기 안성시 죽산면 죽양대로 111-46

Info 죽산면공영주차장
주소 경기 안성시 죽산면 죽산리 506-4

Info 한택식물원
입장요금 
성인 9000원, 청소년 6000원, 경로‧장애인‧국가유공자 6000원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연중무휴, 11~3월은 오후 5시까지)
주소 경기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한택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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