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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섬플러스⑨] 허균이 꿈꾸었던 ‘율도국’이 이곳에, 부안 위도
[섬플러스⑨] 허균이 꿈꾸었던 ‘율도국’이 이곳에, 부안 위도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06.19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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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새가 고슴도치와 닮아 '고슴도치섬'이라 불리기도
파도가 길어지면 돈이 모였던 파장금항 파시 골목
8월 하순이면 '위도상사화' 만개…해수욕장 인근 장관 이뤄
매년 8월 말경이면 위도상사화가 해수욕장 인근 동산을 하얗게 뒤덮는다. 사진제공 / 부안군청

[여행스케치=부안] 불야성을 이루던 항구의 조기 파시, 허균이 <홍길동전>을 통해 그렸던 이상세계 ‘율도국’의 모티브로 알려진 섬…. 수많은 이야기가 서린 위도는 깊숙이 살펴보아야 진면모를 알 수 있는 섬이다. 옛 영화(榮華)를 기억하는 골목을 걷고, 탁 트인 관광순환도로를 일주하며 여름날의 위도를 마주했다.

전북 부안군 격포항에서 뱃길을 45분여 달려 만나는 이 섬은 모양새가 고슴도치와 닮아 ‘위도(蝟島)’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4.8배가량 되는 전북에서 가장 큰 섬이자, 식도ㆍ정금도ㆍ상왕등도 등 6개의 유인도와 24개의 무인도를 거느린 섬. 위도를 여행하는 이들은 모두 여객선터미널이 자리한 파장금항에서 첫걸음을 뗀다. 

근대 파시(波市)의 흔적이 남은 골목
파장금항을 통해 입도하면 2개의 크고 작은 고슴도치 모양 조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슴도치섬’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여행객을 가장 먼저 반기는 자리에 조성되어 있다. 항구의 조형물뿐만 아니라 위도 곳곳의 포토존에는 고슴도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다.

위도를 찾은 여행객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고슴도치 조형물. 사진 / 조아영 기자
섬 곳곳의 포토존에도 고슴도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항구에서 골목을 따라 5분가량 걸어가면 1960년대 ‘조기 파시’로 유명했던 위도의 옛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최만 부안군 문화관광해설사는 “흑산도, 연평도와 더불어 위도 파시는 우리나라 3대 조기 파시로 꼽혔다”며 “칠산어장의 중심지인 위도로 조기 떼가 몰려들었고, 이를 어획하기 위해 1100여 척의 어선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항구와 마을에는 다방과 술집, 식당, 이발소, 세탁소 등 수많은 가게가 때에 맞춰 문을 열었다”고 말한다.

상인들은 매년 3월부터 6월까지 파시가 서면 이곳에 판잣집을 짓고 임시로 머물며 한철 장사를 했다. 배가 만선이 되어 섬에 닿으면 늘 돈이 돌았기에 ‘파장금’이라는 지명 역시 파도가 길어지면 금(金) 즉, 돈이 모인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고깃배가 건져 올린 조기는 영광 법성포에서 염장돼 전국으로 판매됐다.

조기 파시로 유명했던 위도. 파장금항 인근 골목에는 여전히 그 시절 흔적이 묻어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위도미용실'이라 적힌 커다란 간판이 골목 한편에 놓여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골목을 걷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풍경과 옛 우물. 사진 / 조아영 기자

우리가 익히 아는 ‘영광굴비’가 탄생한 것도 바로 이때다. ‘위도조기’라 불리지 않았던 이유는 위도가 행정구역 개편으로 당시 부안이 아닌 전남 영광에 편입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갓진 항구 마을이 북적이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는 쉽지 않지만, 좁은 골목에 그 시절 흔적이 남아있어 구석구석 둘러볼 만하다. 여인숙 ‘인천관’은 비교적 외관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다방으로 쓰였던 공간에는 아직도 소파 등이 철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골목 깊숙이 들어서면 ‘위도미용실’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놓여 있고, 마을을 찾은 이들이 사용했던 우물이 남아 있어 번성했던 시절을 어렴풋이나마 그려볼 수 있다.

배편은 성수기ㆍ명절 등 시기에 따라 시간표가 변경되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 후 예매해두는 것이 좋다. 사진은 격포여객선터미널 외관. 사진 / 조아영 기자
부안 격포항과 위도 파장금항을 오가는 파장금카페리호. 사진 / 조아영 기자

Tip 위도 가는 배편
격포항에서 위도로 들어가는 배는 평균 2시간에 1대씩 파장금카페리호와 대원카훼리호가 번갈아 운항한다. 2019년 6월 기준 입ㆍ출도시간이 동일하지만, 성수기ㆍ명절 등 시기에 따라 시간표가 변경되기 때문에 ㈜포유디해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입도시간 오전 7시 55분, 9시 45분, 11시 35분, 오후 1시 25분, 3시 15분, 5시 5분
이용요금(편도) 대인 8300원, 중고생 7500원, 만 65세 이상 6700원, 소인 4100원
차량요금 경차 1만5000원, 중형차 1만8000원
주소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길 64-18 격포여객선터미널

위도가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에 속해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 사진 / 조아영 기자
채석강과 흡사한 모양새의 퇴적층과 화산암은 이채로운 감상을 준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섬 곳곳에 숨은 비경을 발견하는 재미
파장금항 일대를 돌아보고 나면 이제 위도의 자연경관을 만끽할 차례다. 전북에서 가장 큰 섬인 만큼 차를 가져오지 않으면 자유롭게 여행하기 불편하지만, 뚜벅이 여행자라도 걱정을 덜 수 있다. 섬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관광순환도로를 한 바퀴 크게 도는 공영버스가 운영되기 때문. 

버스는 치도리, 소리, 대리, 논금마을을 거쳐 미영금해수욕장 등 주요 명소에 정차한다. 이동 중에도 차창을 통해 다채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버스를 운행하는 백은기 부안군 문화관광해설사가 관련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알차게 여행할 수 있다.

버스로 섬을 돌다 보면 채석강과 흡사한 모양새의 퇴적층과 화산암을 볼 수 있다. 위도는 변산반도와 더불어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섬으로, 다양한 퇴적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생태 탐방 여행지로도 주목받는다. 백은기 해설사는 “벌금리 퇴적층은 약 8500만 년 전 후기 백악기 시대부터 퇴적된 것”이라며 “2013년에는 공룡알 화석이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거대한 책을 켜켜이 쌓아둔 듯한 퇴적층은 이채로운 감상을 주며, 아득히 먼 옛날을 헤아려보게 한다.

미영금해수욕장은 인파가 적은 편이어서 섬 정취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고운 백사장으로 이루어진 위도해수욕장. 사진 / 조아영 기자

무더운 날 섬에서 즐기는 물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위도해수욕장과 미영금해수욕장은 위도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고운 백사장이 반겨주는 위도해수욕장은 수심이 깊지 않아 온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 좋으며, 차량으로 약 7분 거리에 떨어진 미영금해수욕장은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자그락자그락 소리를 내며 산책하는 재미가 있다. 이름난 위도해수욕장에 비해 인파가 적은 편이기에 섬의 정취를 느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낚시를 좋아한다면 인근 바위에서 갯바위 낚시를 즐겨봄 직하다. 단, 갯바위 낚시를 할 때는 항상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이얀 꽃길 따라, 서해를 벗 삼아 걷는 길
위도해수욕장 인근 동산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얀 꽃을 피우는 ‘위도상사화’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늦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 하순에서 9월 초순, 위도상사화가 만개할 무렵에는 ‘위도섬마을 달빛 걷기축제’가 1박 2일간 개최된다. 달빛 아래 피어난 새하얀 위도상사화를 감상하고 카메라에 담을 수 있으며, 보름달 보며 밤새걷기(달빛걷기), 한 여름 밤의 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새하얀 꽃을 피우는 위도상사화. 사진제공 / 부안군청
위도섬마을 달빛 걷기축제에서는 아름다운 위도상사화를 감상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다. 사진제공 / 부안군청
위도에 솟은 각 봉우리를 기점 삼아 다양한 등산 코스를 즐길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달빛걷기는 파장금에서 출발해 진리와 벌금을 거쳐 위도해수욕장에 도착하는 코스로 구성되며, 약 4시간가량 진행된다. 각 코스에는 간이음식점(3개소)가 설치 및 운영되어 걷는 도중 잠시 쉬어가거나 허기를 가볍게 달랠 수 있다.

한편, 위도는 산행을 즐기는 ‘산꾼’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당일치기 여행이 아닌 1박 2일 이상 일정의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망월봉, 도제봉, 망금봉 등 섬에 솟은 산등성이를 따라 산행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발아래로 너른 서해가 펼쳐지고, 깎아지른 듯한 기암괴석을 조망하며 울창한 녹음 사이를 누빌 수 있다. 각 봉우리를 기점 삼아 5~7km 코스를 택할 수 있으며, 종주 코스는 총 14km로 6시간가량 소요된다. 

여객선 입도시간에 맞추어 운행되는 위도 공영버스. 사진 / 조아영 기자

Tip 위도 공영버스
위도의 유일한 대중교통. 여객선 입도시간(첫 운행 8시 40분경)에 맞춰 유동적으로 운행되며,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섬을 일주할 수 있다. 
이용요금 1000원(1회, 교통 카드 이용 불가)

위도에 깃든 역사와 문화 엿보기
위도면사무소 근처로 걸음을 넓히면 역사적 자취가 묻어나는 위도관아를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위도진의 첨사(수군을 거느려 다스리던 군직)가 근무했던 곳인 위도관아는 도서 지방에 세워졌던 관아 건물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아있어 그 의미가 깊다. 당시 진관 건물은 전소되어 사라졌지만, 동헌이 남아있어 천천히 둘러보며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도서 지방에 세워졌던 관아 건물 중 유일하게 현재까지 남아있는 위도관아. 사진 / 조아영 기자
위도띠뱃놀이 전시관에서는 띠뱃놀이의 내력과 절차, 띠배 모형 등을 볼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최만 해설사는 “전라 우수영 관할의 수군진이었던 위도 일대는 물, 해산물 등 군사 식량을 확보하는 보급지이자 군사요충지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했다”며 “이순신 장군 또한 군수 물품을 점검하고 준비하던 시기에 잠시 위도에 머물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관아 동헌은 1970년대 초까지 면사무소 역할을 하며 행정 업무를 봤기에 현대에 이르러서도 중요한 장소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위도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2-3호 ‘위도띠뱃놀이’에 대해 알고 싶다면 위도띠뱃놀이 전수관으로 향하길 권한다. 전수관 건물 앞에 자리한 전시관에서는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빌었던 띠뱃놀이의 내력과 절차, 띠풀을 엮어 만든 배 모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띠뱃놀이는 매년 길일인 정월 초사흗날 진행되어 이날 위도를 방문하면 바다에 띠배를 띄우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고창 선운사의 말사인 내원암. 세존전 곁에 자라난 배롱나무는 수령이 약 300년에 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내원암 약수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물로도 유명해 목을 축이며 마음속 소망을 빌어봄 직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전시관 근처에는 고창 선운사의 말사(末寺)인 내원암이 자리한다. 위도팔경 중 제1경으로 ‘내원모종(內院暮鐘ㆍ내원암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저녁 종소리)’이 꼽힐 정도로 마음에 평안을 안겨주는 곳이다. 아쉽게도 종은 전란 중 분실되어 그 깊은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암자를 거닐며 충분히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세존전 곁에 자라난 배롱나무는 수령이 약 300년에 달하는 이곳의 보호수로, 방문객에게 시원한 그늘을 내어준다. 

Info 위도관아 
주소
전북 부안군 위도면 진리안길 14-4

Info 위도띠뱃놀이 전수관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3~10월, 11~2월은 5시까지, 설날ㆍ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전북 부안군 위도면 대장길 15-15

Info 내원암
주소
전북 부안군 위도면 내원암길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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