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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1월호
[섬플러스⑪] 푸른 비단 위에 펼쳐놓은 풍요의 섬, 신안 자은도
[섬플러스⑪] 푸른 비단 위에 펼쳐놓은 풍요의 섬, 신안 자은도
  • 양소희 여행작가
  • 승인 2019.07.05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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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해안 풍경 따라 걸을 수 있는 해넘이길
동양 최대 규모의 '독살'이 있는 할미섬까지
맛 좋은 자은도 양파와 산낙지 등 풍요로운 식사 즐길 수 있어
천사대교 개통 이후 자은도로 가는 길이 더욱 수월해졌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신안] 신안 천사대교 개통 후 자은도가 뜨고 있다. 예전에는 목포로부터 27km 떨어진 자은도에 가려면 반드시 배를 타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차를 타고 천사대교를 지나 10여분 남짓 더 달려가 은암대교를 건너면 바로 자은도에 닿는다. 

가는 길은 쉽지만, 빨리 달려가지 말고 천사대교, 자은도, 암태도로 갈리는 기동삼거리에서 잠시 멈춰보자. 동백꽃 머리로 유명해진 벽화를 지나치면 서운하기 때문이다. 벽화 속 인물은 담벼락이 있는 집에 살고 계시는 손석심 할머니와 문병일 할아버지이다. 처음에는 할머니만 그렸지만, 할아버지가 내 얼굴도 그려달라고 민원(?)을 넣어 할머니 옆에 나란히 그리기로 했는데 문제는 애기동백나무가 한 그루라 할아버지 머리가 되어 줄 나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나무를 공수해 온 후에야 두 분의 얼굴이 완성되었다. 기동삼거리에서 우연히 할아버지를 만났다. 냉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 했더니 몹시 부끄러워하신다. 순수하고 다정한 섬 주민의 모습은 신안군에서 지나치면 안 될 명소가 되었다.

신안군 명소가 된 동백꽃 머리 벽화의 주인공 문병일 할아버지.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안내판을 통해 이동 코스와 거리 등을 알 수 있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울창한 솔숲과 시원한 바다가 있는 해넘이길
자은도에서 딱 한 곳만 가야 한다면 현지인들은 해넘이길을 추천한다. 이 길은 천도천색길의 제1코스로 총거리 9.7km이며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짧은 길은 아니지만, 고된 길이 없기 때문에 시원한 바닷바람과 탁 트인 해안 풍경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누구나 즐겁게 걸을 수 있다. 고운 모래가 펼쳐져 있는 백사장과 울창한 숲이 있는 해넘이길은 2012년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으로부터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5대 대표노선으로 선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바다 전망과 함께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걷는 해넘이길.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해넘이길의 시작점인 둔장어촌체험마을.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소박한 섬 마을 벽화가 눈길을 끈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해넘이길로 향하는 둔장어촌마을 입구 안내판에는 자은도의 지명 유래가 된 두사충(杜思忠, 일명 두사춘) 이야기가 매력을 더해준다.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명나라 장군 이여송(璕如松)이 조선을 돕기 위해 병사들과 함께 배를 타고 왔는데 겁을 잔뜩 먹은 두사충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전쟁터에서 도망쳐 자은도에 와서 숨어 지냈다. 

두사충은 해 질 녘이 되면 고향이 보이는 언덕(해넘이길)에 올라 가족을 생각하다 둔장해변에서 섬 주민들을 만났는데 사연을 들은 사람들은 음식도 나눠주고 새 옷도 주며 그를 품어 주었다고 한다. 두사충은 분계해변을 걷다가 여인송을 보고 아내를 생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두사충은 자신을 보듬어 준 은혜를 잊지 못해 이 섬을 자은도(慈恩島)라 칭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동양 최대 규모의 독살이 있는 할미섬 
해넘이길 윈드비치(탐방데크)를 따라 둔장해변이 있는 바다로 내려오면 할미도로 향하는 해상목교가 나온다. 해상목교는 이달에 개통될 예정인데 할미섬이 유명한 건 동양 최대 규모의 ‘독살’이 있기 때문이다. 독살은 서해안의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하는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식이다. 해안에 돌을 쌓아 밀물이 되면 고기가 같이 들어왔다가 썰물이 되면 물이 빠지면서 돌담에 남은 고기를 잡는데 석방렴이라고도 한다. 

윈드비치 안내판과 천도천색길(자은도 해사랑길) 안내도.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동양 최대의 독살이 있는 할미도로 향하는 해상목교.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이달 개장을 앞둔 세계패류박물관은 지붕 위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기 좋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면 할미섬으로 향해있는 독살을 가까이에서 볼 수도 있다. 할미섬에서 이어지는 사월포까지는 솔숲 산책로와 해변길 중에 선택해 걸을 수 있다. 할미섬에서 분계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이달에 개장할 세계패류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은 친환경 건물로 지붕 위에는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사람들이 자연스레 걸어올라가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다. 

해변산중 자은도 
자은도를 여행하다 보면 내륙의 농촌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 착각하게 될 정도로 평지가 계속 이어진다. 자은도는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두 손으로 둑을 쌓아 거대한 농토를 얻는 간척사업을 했다고 한다. 피나는 노력으로 만든 드넓은 논과 밭이 있어 바다일 보다는 들일을 주로 하고 있다. 

간척지로 면적이 넓어진 자은도는 전국의 섬 중에서 열두 번째로 큰 섬이 되었다. 또 어디를 가든 들판에 양파가 넘쳐난다. 자은도에서 자란 양파가 유독 맛있고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이유는 일교차와 바닷바람 그리고 물 빠짐이 좋은 땅 덕분이다.

자은도 양파는 일교차와 바닷바람, 그리고 물 빠짐이 좋은 땅 덕분에 유독 맛이 좋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자은도에는 특산물 판매장이 곳곳에 있어 쉽게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자은도의 주요 농산물은 양파, 대파, 마늘, 땅콩이며 가을에는 유기농 함초를 수확하고 이듬해 3월까지는 김을 생산한다. 염전도 있으며 암태도를 바라보는 갯벌이 광활하다. 일 년 내내 땅에서 나는 풍부한 농산물과 바다가 주는 싱싱한 해산물로 자은도에서의 한 끼 식사는 어디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풍요로움이 있다. 토속촌 식당에서 산낙지, 돔 튀김, 간장게장, 갈낙탕으로 한 끼 식사를 보약처럼 먹고 다음 여정으로 향한다.

신성한 산으로 대접받는 두봉산
자은도는 섬 중앙에 우뚝 솟은 두봉산(斗峯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나누어지고 산자락에 24개의 마을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자은도를 완벽하게 느껴 보려면 천도천색길 4코스 ‘그리운 마루길’을 따라 두봉산 정상에 올라야 한다. 길은 5.5km로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발아래 1004개의 섬이 올망졸망해 내려다보는 재미가 있다. 

신성한 산으로 대접받는 두봉산은 신안의 섬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363m로 위쪽으로 바위 벼랑을 이루고 있어 바닷길 이정표 역할을 해 왔다. 산 이름에 쌀 ‘두(斗)’자를 쓰고 있는데 그 이유는 천지가 만들어질 때 자은도는 물속에 잠겨 있었는데 한 말의 땅덩어리가 솟아오른 후 시간이 지나면서 육지가 되어 두봉산이 되었다고 한다. 

신안 자은도 해사랑길 조형물은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풍요로운 자은도에서는 매 끼니 보약 같은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사진 / 양소희 여행작가

산 정상는 전설을 입증하듯 바위에 조개껍질 흔적이 붙어있다. 산 남쪽 해발 126m 지점에는 천혜방이라 부르는 방 모양의 바위굴이 있으며, 두사춘이 이곳에 숨어 있다가 고향으로 떠났다고 한다. 참고로 ‘천도천색길’을 검색하여 다운로드받아 설치하면 자세한 자은도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편리한 교통 덕분에 손에 잡힐 듯 자은도가 매우 가까워졌다. 그러나 섬의 규모가 너무 커서 당일치기로는 모두 돌아보기 어렵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자은도를 찾는다면 실례이다. 최소 2일에서 3일은 여유를 가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매 끼니 보약 같은 식사로 건강도 챙겨보자.

풍요로운 땅에 살기 때문일까? 낯선 여행자도 넉넉함으로 품어주는 섬이 자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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