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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영화 속 여행지] 잃어버린 빛을 찾아 떠난 사람들, 애국지사의 발자취 따라 서울 역사 여행
[영화 속 여행지] 잃어버린 빛을 찾아 떠난 사람들, 애국지사의 발자취 따라 서울 역사 여행
  • 송인경 여행작가
  • 승인 2019.07.10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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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속 장면을 따라 떠나다
유관순 열사가 실제 투옥됐던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역사의 흔적 살펴볼 수 있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과 효창공원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외부 전경.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여행스케치=서울] 다가오는 8월에는 ‘광복절’이라는 반갑고도 고마운 날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일제 식민통치에 맞서 싸운 독립열사에 대한 고마움과 기쁨을 잊고 지낸 지 오래다. 많은 사람에게 광복은 태어남과 동시에 누리게 된 당연한 혜택이기 때문이다. 자유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맘때, 한 소녀의 이름이 떠오른다. 그는 바로 ‘유관순’.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속 장면을 따라 길을 나섰다.

‘항거’의 사전적 의미는 ‘순종하지 아니하고 맞서서 반항함’을 뜻한다.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을 빼앗긴 채 온갖 핍박과 설움 속에 살아간 우리 민족은 일본에 항거했다. 독립을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엔 18세 소녀, 유관순이 있었다. 

유관순 열사를 만나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4월 1일 아우내 장터 만세 운동을 주도하다 서대문감옥에 수감된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처참한 모습과는 상반된 의연하고 담담한 표정의 유관순이 감옥으로 들어서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민족저항실 추모공간은 수형기록표 속 5000여 명의 애국지사와 이름 모를 독립투사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독립운동가와 민주화운동가들이 실제 수감되었던 옥사.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줄곧 곧은 표정을 유지하던 그녀의 얼굴에 변화가 생긴 건 여옥사 8번 방의 문이 열린 후였다. 3평도 안 되는 공간에 수십여 명이 빼곡히 모여선 모습. 누울 수조차 없어 교대로 잠을 자야 할 만큼 처절한 현실이 유관순의 눈앞에 펼쳐졌다. 당시 서대문감옥의 열악한 상황은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누울 자리가 없어 힘센 이들이 먼저 누운 자의 가슴을 밀어 자리를 만들어 모두가 누운 후에야 밀던 자까지 눕는다. 힘써 밀 때는 사람의 뼈가 상하는 소리인지 벽판이 부러지는 것인지 우두둑 소리에 소름이 돋는다.’- <백범일지> 속 수감생활 일화

좁은 공간에 더해지는 추위와 더위, 배고픔은 수감자들을 괴롭히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가혹한 현실도, 모진 고문과 탄압도 광복을 향한 열망을 꺾을 순 없었다.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항거의 흔적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성 애국지사를 수감하여 가혹한 고문을 행했던 여옥사.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당시의 참혹한 상황이 모형으로 재현되어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의 주 무대가 된 곳으로 1908년 경성감옥으로 개소해 서대문감옥, 서대문형무소, 경성형무소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가 1998년에 역사관으로 개관되어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거듭났다. 

관람 순서대로 역사관을 둘러보면 서대문형무소의 역사와 우리 민족의 자유를 향한 갈망,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관을 지나 지하고문실로 향하게 된다. 지하복도를 걷다 보면 당시 사용된 고문 도구와 방식을 재현한 모형을 마주하게 되어 충격과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유관순 열사가 실제 투옥됐던 ‘여옥사’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그가 몸을 뉘었을 8번 방은 영화 개봉 이후 더욱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옥사를 나와 담장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사형장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엔 ‘통곡의 미루나무’라 불리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사형장으로 끌려온 애국지사들이 조국의 독립을 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원통함을 이곳에서 토해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온 이들에게 해방 조국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한탄스러웠을지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사형장 앞에 놓인 통곡의 미루나무.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은 1908년 경성감옥으로 개소해 서대문감옥 등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가 1998년 역사관으로 개관됐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Info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관람료
성인 3000원, 청소년ㆍ군인 1500원, 어린이 10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휴관, 1월 1일ㆍ설ㆍ추석 당일 휴관)
주소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1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마주한 독립의 열망
“대한독립 만세!” 유관순 열사와 애국지사의 외침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항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고난과 역경을 딛고 발전한 우리나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다양한 종류의 태극기를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태극기와 광복군 서명문 태극기, 김구 선생의 서명이 담긴 태극기가 전시돼 있는데 ‘굿세게 싸우자’라고 쓰인 글귀를 보면 마음이 아려온다. 그들의 이러한 다짐과 염원에도 대한민국의 독립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1전시실에서는 다양한 태극기를 살펴볼 수 있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6.25전쟁 당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운장구 태극기.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한국의 독립을 선언한 3.1독립선언서.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특별전, '대한독립 그날이 오면'.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이처럼 제1전시실에선 우리 민족의 독립을 향한 열망과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후에는 제2전시실이 아닌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특별전 <대한독립 그날이 오면>을 먼저 둘러보길 권한다. 이곳엔 유관순 열사를 비롯해 학생, 농민, 노동자 등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다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독립을 향한 멀고도 험난했던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제2전시실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과 의미, 6.25전쟁의 참혹한 실상, 또한 전쟁의 폐허 위에 피어난 희망 등 1948년부터 1961년까지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제3, 4전시실은 개편 중이기 때문에 1961년 이후의 대한민국의 이야기는 오는 12월에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 자리한다.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Info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수ㆍ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 1월 1일ㆍ설ㆍ추석 당일 휴관)
주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98

애국지사와 시민들의 안식처, 효창공원 
울창한 소나무가 반겨주는 효창공원은 본래 조선 정조의 장자 문효세자가 묻혀 ‘효창묘’라고 불렸던 곳이다. 이후 왕실 묘역으로 자리 잡아 ‘효창원’으로 개칭되었다가 일제강점기에 공원으로 개발돼 ‘효창공원’이 되었다. 현재는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애국지사의 안식처가 되어 김구, 윤봉길, 이봉창 등 7인의 독립운동가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공원에 들어서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보면 백범김구기념관을 만나게 된다. 이곳에선 민족의 지도자로 불렸던 김구선생의 생애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현재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의 험난한 여정도 함께 엿볼 수 있다. 그는 평생 한 가지 소원을 가슴에 품고,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평생을 바쳤던 분이기에 그의 삶과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이 다르지 않다 생각되기 때문이다. 

울창한 소나무가 반겨주는 효창공원 산책로.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겨레의 큰 스승인 백범 김구 선생의 좌상.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고 하나님이 내게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오"하고 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 할 것이요, 또 "그 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를 높여서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독립이오" 하고 대답할 것이다. - <백범일지 - 나의 소원> 中

기념관 밖으로 나오면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와 의열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의열사는 효창공원 내에 묘역이 있는 독립운동가 7인의 영정을 모신 사당으로 평일에는 누구나 방문이 가능하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유일한 슬픔이라고 말한 소녀 유관순. 생지옥 속에 있으면서도 괴로워하기보다는 도리어 눈이 샛별처럼 빛난다고 했던 청년 심훈. 자신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대한독립이라 외쳤던 겨레의 큰 스승 김구. 

독립운동가 7인(이동녕, 김구, 조성환, 차리석,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의 영정과 위패를 모셔 놓은 의열사. 사진 / 송인경 여행작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겼던 현재의 자유가 수많은 선조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졌음을 새삼 깨달으면 여러 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부끄럽고, 죄송하고, 감사하고…. ‘그들의 죽음이 아닌 그들의 삶을 기억해야겠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다짐해본다.

Info 백범김구기념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추석 연휴 휴관)
주소 서울 용산구 임정로 26

Info 효창공원 의열사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월~금요일)
주소 서울 용산구 효창원로 17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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