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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만화 속 배경 여행] 여름 바다와 서핑을 만나다! 웹툰 '라인업'의 무대, 부산 송정해수욕장과 청사포
[만화 속 배경 여행] 여름 바다와 서핑을 만나다! 웹툰 '라인업'의 무대, 부산 송정해수욕장과 청사포
  • 서찬휘 여행작가
  • 승인 2019.07.10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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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청춘 로맨스 만화 '라인업' 배경지 속으로
서퍼들의 천국이자 시작점, 부산 송정해수욕장
서핑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는 송정서핑학교까지
파도가 부서지기 시작하는 ‘라인업’에서 파도를 기다리고 있는 서퍼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여행스케치=부산] 몇 년 사이, 바람 좋은 해수욕장에서 서핑 보드에 몸을 맡기며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동안 방송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많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국내에도 서핑하기 좋은 파도를 품은 스폿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라인업>은 그 가운데 대표적인 곳인 부산의 송정해수욕장을 무대로 한 서핑 만화다.

웹툰 <라인업>은 코미카에서 <아침 식사 됩니다>라는 작품을 연재한 바 있는 라돌(권보라) 작가가 올해 2월부터 연재를 시작한 작품이다. 12화 분량으로 제작되어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청춘 만화로, 부산시 브랜드 웹툰 제작 사업 선정작답게 배경인 송정해수욕장 곳곳의 매력적인 부분을 잘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핑 청춘 로맨스 만화 <라인업>
‘라인업’은 파도가 부서지기 시작하는 위치를 뜻하는 서핑 용어다. 서퍼들은 라인업에서 보드에 앉아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파도가 오는 때에 맞춰 보드에 서 미끄러져 내려온다. 

한 서퍼가 보드를 끌고 파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서핑 입문자들은 해변에서 안전하게 교육을 받은 후 강사를 따라 물에 진입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웹툰 <라인업>의 주인공 나민호는 번번이 취업 실패로 낙담하는 이 시대의 취업 준비생이다. 친구들이 하나둘 먼저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조바심을 느끼고 있던 민호는 자리를 뜨는 친구들을 배웅한 뒤,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해 걸음을 옮긴다. 

해수욕장에는 예전보다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많이 늘어있었고, 그중 유난히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이가 있었다. 한데 그 실력자가 해변으로 걸어 나오더니, 민호를 보고 느닷없이 이름을 부른다. “니 민호 맞재? 오랜만이네. 나 바다야, 한바다!”

구김살 없이 시원한 미소를 지닌 서퍼 ‘한바다’는 민호의 중학시절 첫사랑. 바다의 전학으로 인연이 끝나는 듯했으나 우연히 들른 송정해수욕장에서 재회한 셈이다.

이모의 서핑 샵 일을 돕고 있다는 바다에게 민호는 백수라는 사실을 들키기 싫어 그만 휴가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만다. 그리고 같은 날 민호는 바다의 권유로 서핑의 세계에 들어선다. 예고 없이 재회한 첫사랑과 느닷없이 시작하게 된 서핑. 민호는 과연 취업과 서핑에 성공하고, 바다를 향한 마음마저 정의할 수 있을까?

웹툰 '라인업' 3화 도입부. 이미지 /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 갈무리

Tip 웹툰 <라인업>
라돌(권보라) 글ㆍ그림. 부산 브랜드 웹툰 제작 사업 선정작으로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 부산시 홈페이지 및 SNS에서 연재됐다. 많은 브랜드 웹툰이 홍보 장소를 부각하기 위해 이야기 흐름이 어색해지거나 정보 전달에 치중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 데 비해, <라인업>은 일부 회차 말미에 장소를 소개하는 별첨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내용을 서사에 할애해 개연성이 뛰어나며, 귀엽고 명료한 작화로 눈길을 끈다.

만화 배경 좇아 송정해수욕장 구경하기
만화에서는 주 무대인 송정해수욕장을 비롯해 인물들이 조개구이를 먹는 청사포, ‘야도(야구 도시)의 상징’이라 할 법한 사직구장, 광안대교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수변공원 등이 함께 소개된다. 여름의 절정인 만큼, 이번 여행은 송정해수욕장에서 첫걸음을 뗀다.

송정해수욕장을 표현하는 알록달록한 제호.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송정해수욕장 해변 풍경. 일반 피서객보다 서핑 수트를 입은 이들이 더 많아 보인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부산의 해수욕장을 이야기할 때 해운대, 송도, 광안리 등에 비해 ‘송정’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법하다. 송정해수욕장은 해변 폭이 1.2km로 단박에 ‘작다’는 느낌을 주지만, 수많은 서퍼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동호회 등을 통해 활동 중인 국내 서퍼만 7만여 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면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풍경이다.

송정해수욕장이 우리나라에서 서핑의 메카로 여겨지는 까닭은 숙련자들은 물론 초보자들까지 만족시키는 자연 환경 덕이 크다. 겨울에도 수온이 11도 정도로 온화하며, 수심도 얕은 편이기 때문이다. 

윈드서핑을 즐기는 서퍼.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119 해상 구조대가 끊임없이 순찰하며 서퍼들의 안전을 도모한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송정해수욕장에서는 라인업에서 대기하는 서퍼뿐만 아니라 이제 막 기초 자세를 배우는 이들도 여럿 보인다. 초보도 탈 수 있을 만한 좋은 파도부터 시작해 숙련자들이 즐길 수 있는 높은 파도가 온다고 하니 그야말로 서퍼들의 천국이자 시작점이라 할 법하다. 

송정서핑학교서 서핑의 매력에 빠져볼까
해운대와 송도에 비하면 아늑하기까지 한 송정해수욕장에는 서퍼들을 위한 서핑 샵들이 여럿 자리 잡고 있다. 그중 유난히 눈길을 끄는 곳은 작중 묘사된 서핑 샵과 비슷한 송정서핑학교다. 

송정서핑학교를 이끄는 서미희 대표는 1988년 윈드서핑과 스키에 입문하여 국내 유일 여성 윈드 서퍼로 윈드서핑 전국대회와 부산 및 영호남 스키대회 1위 입상 등을 했던 인물이다.

부산 광안리에 이어 송정에 윈드서핑 샵을 연 서 대표는 1998년 송정해수욕장에서 한 외국인이 보드에 올라 파도를 타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본인의 길이라 확신, 독학으로 3년여간 서핑을 익힌 후 송정서핑학교를 열게 됐다. 당시 외국인의 서핑에 눈길이 갔던 까닭도 윈드서핑에 비해 장비도 단순하고 한층 더 안전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송정서핑학교 1호점 외부 전경.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우리나라 1세대 서퍼 서미희 송정서핑학교 대표. 한국 서핑 문화를 구축한 인물이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서 대표는 만화 <라인업>도 당연하다는 듯 알고 있다. 실제 부산시에서 브랜드 웹툰 제작 당시 가게를 촬영해갔다고. 만화 속 한바다의 이모네 서핑 샵 ‘갈매기 서핑’내부는 송정서핑학교에서 일부 따 온 것이 맞았던 것이다. 그만큼 작중 배경지와 외장에서도 겹쳐 보이는 지점이 있다. 대화를 나누다 ‘서핑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우문 하자 서 대표는 이렇게 답한다. 

“내 이 순간의 고민을 딱 내려놓고 서핑만 하게 만듭니다. 물 위에 있는 자체가 자유예요. 그리고 서핑 보드를 들고 전 세계 어느 바다에 가 봐도 서퍼들은 다 하나에요. 서핑 하나만으로 마치 언어가 다 통하는 거 같아요.”<라인업> 속 한바다가 서핑의 매력에 깊이 빠져드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 이야기다.

Info 송정해수욕장
개장기간
~8월 31일
주소 부산 해운대구 송정광어골로 58-1

Info 송정서핑학교
운영시간
오전 7시~오후 8시
주소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변로 54

고갯길에서 바라보면 넓은 바다가 마을을 삼킬 듯 펼쳐져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푸른 전설을 지닌 청사포에서 일몰을 맞다
해가 떨어지는 시각에도 아랑곳없이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을 뒤로하고 해수욕장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청사포로 향한다. 본래 푸른 뱀이 얽힌 전설이 있어 이름이 ‘청사포(靑蛇浦)’였던 이 마을은 마을 노인들이 이름에 ‘뱀 사(蛇)’가 들어가는 게 흉하다 여겨 푸른 돌이 많은 점에 빗대어 ‘청사포(靑沙浦)’라고 바꾸어 부른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마을 이름에 푸른 뱀이 들어 있던 까닭은 일찍이 이 마을에 살았던 부부의 전설에서 유래한다.

마을의 한 어부 부부는 유난히 금실이 좋았는데, 남편이 뱃일을 나갔다가 그만 배가 부서져 돌아오지 못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아내는 남편이 살아 있을 거라 굳게 믿으며 하염없이 기다렸고, 그 모습을 바라본 용왕이 안타까움에 푸른 뱀을 보내 부인을 용궁으로 데려와 남편과 해후하게 했다 전해진다.

청사포에 정박된 배들이 떨어지는 햇살을 받고 있다.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청사포의 포토 스폿, 쌍둥이 등대. 사진 / 서찬휘 여행작가

만화 속에서는 주인공들이 조개구이를 맛있게 먹는 곳으로 묘사되는데, 청사포는 미역과 더불어 조개구이가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일출 명소로도 꼽히는 이곳은 해가 육지 쪽으로 저물며 바다와 항구 그리고 도시를 물들이는 일몰 또한 은은하고도 강렬한 느낌을 선사한다. 붉은색과 흰색의 대비가 인상적인 이란성 쌍둥이 등대는 항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기 좋은 스폿으로, 일몰을 감상하며 근사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Info 청사포
주소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128번길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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