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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8월호
[극장 나들이] 붉은 천에 가려져 있던 이야기, 네 소년의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R&J’
[극장 나들이] 붉은 천에 가려져 있던 이야기, 네 소년의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R&J’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7.10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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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극으로 진행되는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
네 소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감상하는 것도 좋아
9월 29일까지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공연
엄숙한 가톨릭 학교 속, 네 명의 소년은 붉은 천에 싸여있는 금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견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서울]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받아 온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짜릿한 변화와 함께 찾아왔다. 네 명의 ‘남학생’들이 보여주는 새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지난 2018년 7월 한국에서 초연 무대를 가진 연극 <알앤제이(R&J)>는 극에 몰입하게 만드는 음악과 안무, 객석과 무대의 공존, 신선한 연출 등을 이유로 큰 사랑을 받았다. 초연에 이어 재연 연출을 맡은 김동연 연출은 “새로 함께하는 배우들이 있기에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재연에 함께하는 배우들이 그들만의 해석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한다.

라틴어, 수학, 역사, 성경 그리고 고해성사만이 반복되는 학교 생활. 사진 / 김세원 기자
학생들은 통제 속에 지친 모습을 보이지만, 일과가 시작되면 반복적인 삶을 지속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엄격한 가톨릭 학교 속 네 명의 학생은 라틴어, 수학, 역사, 성경 학습과 고해성사를 반복한다. 지나치게 딱딱한 환경 속 그들은 지친 모습을 내비치지만, 일과가 시작되면 다시 통제된 상황 속의 생활을 시작한다. 

규율과 규칙에 지친 네 소년은 늦은 밤 손전등 하나에 몸을 맡긴 채 기숙사를 빠져나온다. 그들이 기숙사를 나와 마주한 것은 붉은 천으로 감싸진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 

학생4 역을 맡은 송광일 배우는 “금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난 후 학생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매력적인 극”이라며 “독회가 반복 되면서 연극을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서로 감정을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금서 '로미오와 줄리엣' 독회를 하는 학생3 역의 강기둥 배우. 사진 / 김세원 기자
네 학생은 극 중 극이 진행 될수록 몰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어느새 배역과 학생들 스스로의 모습은 경계가 사라진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네 학생은 학교의 규율을 위반한 채로 매일 독회를 이어간다. 그들은 점점 역할극에 빠져들게 되고 소설 속 인물들의 삶 속에 자신들의 삶을 투영하기 시작한다. 배역의 특징에 맞춰 연기하다가도, 어느새 학생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역할의 성별과는 관계없이 역할 자체에 빠져들어 자신의 모습과 배역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학생2 역을 맡은 강찬 배우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극 중 극으로 등장하는데, 학생들이 인물에 동화되고 자연스럽게 배역의 입을 빌려 자기감정을 말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극 중서 확인할 수 있는 학생들의 정보는 많지 않다. 학생들이 연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 속에서 학생들의 성격 등을 추측할 뿐이다. 극 중 극인 <로미오와 줄리엣> 속에서 학생 1, 2, 3, 4의 역할이 네 친구 관계에서 어떤 것인지, 어떤 색깔인지 생각하며 보는 것도 극의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붉은 천은 연극 '알앤제이'의 상징적인 소품. 사진 / 김세원 기자
맵 여왕 역할을 하고 있는 학생3의 모습. 사진 / 김세원 기자
맵 여왕으로 변신하는데 도움을 주었던 붉은 천은 이내 줄리엣의 의상으로 변화한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교복 상의를 이용해 유모로 변신한 학생4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학생2와 3. 사진 / 김세원 기자

학생들의 변화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붉은 천’도 집중해서 볼만한 점 중 하나이다. 무대의 변화가 없는 대신 극은 금지된 책을 싸고 있던 붉은 천을 활용해 극을 이어나간다. ‘줄리엣’과 ‘유모’의 의상으로 사용되었던 붉은 천은 ‘머큐쇼’와 ‘티볼트’의 결투 장면에서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서로를 공격한다. 또, 사랑에 빠진 ‘로미오’와 ‘줄리엣’이 함께 밤을 보내는 침실 역시 붉은 천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제5의 배우로 불리기도 하며 상징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극 속의 대사는 대부분 셰익스피어의 텍스트를 사용한다. “오! 로미오,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와 같이 유명한 대사를 시작으로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한 로미오의 순례자의 손 키스를 손대신 입으로 해달라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소네트, 한여름 밤의 꿈 등에서 발췌된 시적인 언어는 극에 아름다움을 더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유명한 장면 중 하나인, 순례자가 손으로 나누는 키스 장면. 사진 / 김세원 기자
"오! 로미오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라고 외치는 줄리엣의 대사를 듣는 로미오 역의 학생1. 사진 / 김세원 기자
줄리엣 역을 연기 중인 학생2의 강영석 배우. 사진 / 김세원 기자

엄숙한 학교, 규율과 규칙들 속에 살아가던 네 소년은 금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새로운 감정을 배우게 된다. 책으로만 배웠던 사랑이라는 감정은 연극을 하며 느끼게 되는 학생들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들을 통제한 것에서 벗어나게 될까? 

연극 알앤제이는 9월 29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이어진다. 사진제공 / (주)쇼노트

극 속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은 극 중 극의 형태이지만, 오히려 관객은 <로미오와 줄리엣> 그 속에서 학생 1, 2, 3, 4, 네 명의 소년을 만나게 된다. 

수업 종이 울리기 전까지 이어지는 네 소년의 이야기, 연극 <알앤제이(R&J)>는 9월 29일까지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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