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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그 섬이야기]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 덕적도
[그 섬이야기]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 덕적도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7.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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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인천]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 덕적도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해안가를 거닐면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 노래가 절로 나오게 하는 섬 덕적도. 산새가 울고, 꽃이 피는 아름다운 섬 덕적도. 

덕적도의 관문인 진리항과 대부도에서 하루에 2회 출항하는 정기여객선. 사진 / 정대일 기자
덕적도의 관문인 진리항과 대부도에서 하루에 2회 출항하는 정기여객선. 사진 / 정대일 기자

차가운 바닷바람을 가슴에 안고, 달랑 이불보따리 하나 싸들고 찾아온 곳이 바로 덕적도이다. 30여 년을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라 옹골지게 도시물만 먹다 섬으로 발령을 받자 처음엔 당혹스러웠다. 학창시절부터 한 번은 섬에서 근무해 보리라고 벼르고 있었지만 너무 갑작스레 찾아온 일이기에 아이들과 마누라를 집에 두고 떠나올 때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갈매기의 배웅을 받으며 달린 지 1시간 40여분. 배가 내린 곳은 덕적도에서 ‘도우’라 불리는 뱃터였다. 갯내음 물씬 풍기는 부두 마을을 지나 나즈막한 고개를 넘어가자 바닷가 짙은 솔밭에 둘러싸인 조그만 학교가 있었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울타리 안에 있고 초등학생만 60여명 되는 그야말로 작은 섬마을 학교였다. 아직은 순박하고 천진한 맘씨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좋았고, 방과후에 들과 바닷가에서 맘껏 뛰놀며 자라는 아이들이 야생토끼 마냥 귀여웠다. 이곳에서 신석기시대 유물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한 것이 꽤 오래된 섬일 것이다. 삼국시대에는 나당연합군 14만 명이 이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한다. 그래서 이 동네 이름이 지금도 ‘진말’(진리)로 불리고 있다.

덕적도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사진 / 정대일 기자
덕적도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사진 / 정대일 기자

학교가 있는 곳은 면사무소며 파출소 우체국에 농협 보건소가 모여 있는 덕적도의 중심지다. 덕적도의 아침은 할머니들로부터 시작된다. 옆구리에 바구니 하나씩 들고 굴을 쪼기(따기) 위해 갯바위로 나서거나, 주변의 텃밭이나 논에서 굽은 등을 더 구부리고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몸에 밴 근면함을 배우고 있다.

이곳도 여느 농촌 못지 않게 고령화가 심각하다. 젊은이들은 거의 도시로 떠나고 이제는 노부부만 사는 세대가 많다. 이 섬에는 해수욕장이 두 곳 있다. 진말에서 길을 따라 차로 10여분 가면 6.25충혼탑이 있고, 그 고개 너머에 밭지름이라는 작은 해수욕장이 있다. 거기서 고개를 몇 고비 더 돌아 넘어가면 주위 20ha의 명사십리를 형성하고 있는 서포리 해수욕장이 나온다.

한때 섬의 상징물일 정도로 해당화가 많이 있었다. 사진 / 정대일 기자
한때 섬의 상징물일 정도로 해당화가 많이 있었다. 사진 / 정대일 기자
덕적도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많다. 이개 마을 한 민박집에서 본 동나무. 사진 / 정대일 기자
덕적도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많다. 이개 마을 한 민박집에서 본 동나무. 사진 / 정대일 기자

서포리는 사구마다 노송이 울창하며 해당화와 여러 야생화가 철따라 피고 지는 아름다운 해수욕장이다. 두 해수욕장 주변에는 기암괴석이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감투형상의 ‘감투바위’와 선녀와 장사들이 돌을 날라 신선들의 놀이 장소로 만들어 놓았다는 ‘장사신선바위’가 그 멋을 더 한다.

비로봉 아래 있는 전망대에서 본 일몰. 사진 / 정대일 기자
비로봉 아래 있는 전망대에서 본 일몰. 사진 / 정대일 기자

서포리 가는 마지막 구비에 높이 지어진 팔각정에서 바라보는 서해낙조도 볼 만하다. 서쪽에 있는 포구라는 명칭의 이곳 서포리는 명실상부하게 덕적도의 최고의 유흥지이다. 세 집 건너 민박집이고, 여관도 여럿 있다. 덕적도 전체가 여름철에 많은 관광객으로 굉장히 부산스러운데 특히 이 동네는 그 중 더 한 곳이다. 그래서 서포리 사람들은 섬마을의 순박하고 다정한 정취가 옛날만 못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따뜻한 맘을 갖고 계시는 분들이 많고, 그래도 젊은이들이 고향에 정착하고 살아가겠다며 많이 노력하는 곳이기도 하다.

모래사장과 자갈마당과 갯바위가 어우러진 섬
그 길을 따라 구불구불한 고개 길을 몇 차례 돌고 올라보면 용이 돌아 나왔다는 회룡동, 지금은 호롱골이라 불리는 벗개를 만날 수 있다.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 넓은 갯벌을 막아 지금은 이 섬에서 가장 넓은 농경지와 저수지를 갖게 되었는데 그것이 벽안의 서양 신부님 작품이라고 한다. 한때 신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성당이 서너 개였다지만 지금은 작은 공소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20여 년 만에 신부님이 한 분 부임해 오셨는데 그 분의 올곧은 생각과 화통한 성격은 주민들의 호감을 얻었고, 지금은 이 섬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계신다. 이곳 할머니 할아버지 신자들은 그분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원하지만, 인연이 얼마나 길어질지 모를 일이다.

진리항구에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전 9시부터 싱싱하고 싼 횟감을 판다. 횟감은 가족이 직접 잡은 진짜 자연산이다. 사진 / 정대일 기자
진리항구에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오전 9시부터 싱싱하고 싼 횟감을 판다. 횟감은 가족이 직접 잡은 진짜 자연산이다. 사진 / 정대일 기자
덕적도에는 작은 모래사장과 낙시터가 많다. 사진 / 정대일 기자
덕적도에는 작은 모래사장과 낙시터가 많다. 사진 / 정대일 기자
덕적도는 모래사장과 갯벌, 자갈해안이 공존하는 보기 드문 섬이다. 사진 / 정대일 기자
덕적도는 모래사장과 갯벌, 자갈해안이 공존하는 보기 드문 섬이다. 사진 / 정대일 기자

벗개를 지나 지금은 폐교가 된 서포초등학교 터를 지나 한적한 산길을 따라 한 10여분 차로 달리자면 산 아래로 다시 항구가 보인다. 북리이다. 섬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조기 파시가 한창이던 시절엔 7백여 가구가 넘는 가장 번화한 부락이었다. 지금은 지난 추억이지만 극장이며 각종 유흥시설이 밀집한 곳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 명맥을 잇고 있는 작은 고깃배들이 10여 척씩 정박하고 있다. 주민들 대부분은 바지락을 캐서 팔거나 꽃게 그물을 풀어서 수입을 삼고 있는데 검게 그을린 얼굴로 남녀노소 구별 없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하다.

덕적도는 해안을 따라 일주도로가 닦여 있다. 단지 능동 길만은 막다른 길이라 다시 돌아 나와야 한다. 하지만 덕적도에 와서 능동 자갈마당 풍광을 놓치고 가면 후회할 것이다.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 해변은 어린아이 머리통 만한 자갈들이 해변을 이루고 있다. 밀물과 썰물 때 자갈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바닷물에 수만 년 동안 풍화된 멋진 암석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바로 앞쪽 손에 잡힐 듯한 곳에 선미도가 있다. 객기를 부리자면 헤엄쳐서 족히 건널 수 있을 듯싶지만 그 사이를 흐르는 해류는 장난이 아니다. 그 섬에는 등대지기와 병든 딸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노인이 한 분 계셨는데 지금은 유명을 달리하고, 등대지기만이 이 섬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진2리. 보통들 이개라고 부르는 이 동네에는 99년 말까지 명맥을 유지해 오던 초등학교 터가 있다. 바닷가 마을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정말 아름다운 학교이다.

지금은 폐교되어 사설수련원으로 임대되어 있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다 교육정책이라니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비록 내가 이곳에서 태어나지도 이곳에 뼈를 묻지도 않을 것이지만 지금 이곳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곳을 기쁜 마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수 있다. 이곳에서 배우고 느낀 것은 평생의 훌륭한 스승으로 간직될 것이다.

다른 여느 섬보다 물이 흔하고 농수산물이 지천에 널려 있는 섬 덕적도. 일몰과 일출을 볼 수 있는 섬, 개구리와 뻐꾸기가 같이 울어대는 섬, 내가 본 가장 아름답고 여유로운 낙원인 이곳 덕적도는 하늘의 축복을 받은 섬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덕적도 가는 길
서울 -> 월곶 -> 시화호 -> 대부도 방아 선착장
승용차 승선은 예약할 수 없고 선착순이다.
운임은 경차 4만5천원, 중소형승형 5만원. 운전자 요금 별도.  
선편 시간 : 대부도 출발 - 9시, 덕적도 출발 - 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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