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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0월호
[여행 레시피] 김삿갓도 머문 풍경, 화순. 기대보다 큰 감동 ‘콩닥콩닥 설렘 화순’에서 만나요!
[여행 레시피] 김삿갓도 머문 풍경, 화순. 기대보다 큰 감동 ‘콩닥콩닥 설렘 화순’에서 만나요!
  • 황소영 객원기자
  • 승인 2019.07.15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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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경치 감상하기 좋은 버스 투어
30여년 만에 개방된 적벽부터
연둔리 숲정이, 천불천탑 운주사까지
화순 8경 중 하나인 적벽을 둘러볼 수 있는 버스 투어는 네 종류로, 인터넷과 전화 그리고 현장에서 접수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화순 8경 중 하나인 적벽을 둘러볼 수 있는 버스 투어는 네 종류로, 인터넷과 전화 그리고 현장에서 접수할 수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여행스케치=화순] “화순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광주의 위성도시쯤으로 생각한 건 무지에서 온 오해였다. 지명 앞에 ‘콩닥콩닥 설렘’이 붙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관광안내지도를 펼쳐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으니까.”

해남과 순천에 이어 전라남도에서 세 번째로 큰 화순의 대표적 여행지, 즉 ‘화순 8경’은 30여년 만에 개방한 천하 제일경 적벽, 천불천탑의 성지 운주사, 하늘다리가 멋진 백아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 유적지, 수만리에서 큰재를 지나 이어진 철쭉공원, 진각국사가 득도한 규봉암, ‘아름다운 숲’에 선정된 연둔리 숲정이, 미국 CNN이 극찬한 세량지이다.

여덟 손가락 안엔 들지 못했지만, 만연사와 쌍봉사 등 전통사찰과 환산정, 임대정 원림, 영벽정 등의 누정문화, 능주향교와 죽수서원 등의 문화유산, 무등산 만연산 안양산 백아산 등의 명산과 그 기슭에 깃든 자연휴양림, 2개의 온천과 4개의 골프장 등 화순의 곱고 너른 품엔 다양한 볼거리가 한 가득이다. 매년 가을엔 오색단풍과 어우러진 국화향연이 펼쳐진다니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들뜬 여행이 가능하다.

화순을 둘러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네 종류의 버스 투어다. 이름도 예쁜 ‘설렘화순 버스투어’는 동부권과 서부권으로 각각 나뉘는데, 동부권은 적벽~김삿갓문학동산~오지호기념관 등이고, 서부권은 운주사~고인돌유적지~적벽 등이다. 두 코스 모두 7시간 30분쯤 걸려서 하루 1회뿐이고, 적벽만 관람하는 ‘적벽투어’는 상대적으로 소요시간이 짧아 하루 2회 진행한다. 다만 원활한 운영과 안전을 위해 비가 오면 취소된다.

예약자에 한해 관람이 가능한 화순적벽. 화순 제1경이자 국가지정 명승 제112호다. 수, 토, 일에 한해 하루 2회 투어를 진행한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적벽, 비구름에 가려진 화순 제일 비경
“비 예보가 있던데 내일 예정대로 진행하나요?” “오후부터 올 것 같아요. 적벽투어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오전 9시 30분 출발하는 투어버스를 타기 위해 화순으로 향하지만 일기예보와는 달리 남녘엔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전날 미리 취소문자를 보냈어야 했는데 이렇게 빨리 비가 올지 몰랐어요.” 예정대로 운행은 하지만 원래는 우천 시 취소된다는 게 운영진의 설명이다. 다행히 화순까지 온 걸음이 헛되진 않게 됐다. 정원 25명인 예약자들은 대부분 참여했다.

적벽투어가 예약자에 한해 한정된 이유는 이 일대가 광주에 식수원을 공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이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30여 년간 통제됐던 것이 2014년 10월 부분 개방돼 지금에 이른다. 명승 제112호 화순적벽은 동복댐 상류부터 약 7km에 이르는 절벽 경관을 말하는데 물염적벽, 창랑적벽, 보산적벽, 노루목적벽 등 크게 네 권역으로 나뉜다.

예상보다 이르게 내린 비를 맞으며 걷는 길은 운치있다. 본래 비가 내리는 날에는 적벽투어를 진행하지 않는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설렘화순 버스투어 티켓. 사진 황소영 / 객원기자
안개가 그득해도 가까운 곳에 자리해 볼 수 있는 보산적벽과 노루목적벽.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비는 여전히 추적추적 차창을 적시며 쏟아지고 있었다. 비포장 좁은 임도여서 적벽을 오가는 셔틀버스는 일반 버스보다 크기가 작다. 노란 버스가 먼저 닿은 곳은 전망대다. 전망대에 서면 백아산(810m), 옹성산(573m), ‘적벽동천’이라 쓰인 글귀 등이 보이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다. 가까운 보산적벽과 노루목적벽만이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물에서 올라온 안개에 싸여 흐릿한 모습을 드러냈다. 바위틈마다 뿌리를 내린 초록의 생명들이 운무 사이에서 싱그럽게 빛났다. 

다음 정차지는 보산적벽, 문화관광해설사를 따라 우산을 쓴 사람들이 줄줄이 젖은 길 위를 걷는다. 병자호란 때 의병장으로 활동했던 정지준(1592~1663)이 인조가 청나라 태종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소식을 듣고 분개해 고향에 내려와 지었다는 망미정과 수몰민들의 한을 달래기 위해 세운 망향정 등을 거쳐 버스로 돌아온다. ‘쌍화점’ ‘조선마술사’ ‘대왕의 꿈’의 촬영장소로도 쓰인 적벽은 비에 젖어 유독 더 붉다. 제대로 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차곡차곡, 수량을 불린 물줄기와 하얗게 핀 구름꽃을 두 눈 가득 담아본다.

연둔리 맞은편 구암리에 있는 김삿갓 문학동산. 김병연이 쓴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연둔 숲정이와 김삿갓문학공원
‘숲정이’란 마을 근처의 숲을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연둔리 숲은 동복천을 따라 남북으로 700m쯤 늘어선 가로수인데, 전라남도 기념물 제237호이자 2002년 제3회 ‘아름다운 마을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차지한 곳이기도 하다.

연둔 숲정이는 1500년경 마을이 형성되면서 마을을 보호하고자 인공으로 조성한 숲이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둔정교가 있지만 부러 오래된 연둔교를 건너 숲정이로 간다. 걷는 이에겐 이 다리도 괜찮다. 때로는 낡은 것이 더 예쁘다. 하늘을 그대로 담은 동복천과 어두울 만큼 울창한 숲은 한여름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다. 휘어지고 틀어진 노거수 앞에선 경외감마저 든다. 비 멎은 숲은 사람이 지날 때마다 향긋한 공기를 내뿜는다.

낡은대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숲정이로 가는 연둔교.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방랑을 멈추고 화순에 청착했던 김병연의 자취를 볼 수 있는 종명지.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동북천 위로 드리운 연둔리 숲정이의 노거수.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연둔리 건너편 구암리엔 김삿갓 종명지와 문학동산이 있다. 전국을 떠돌던 삿갓 김병연은 적벽의 비경에 반해, 35년간의 방랑생활을 끝내고 화순에 정착했다고 한다. 종명지는 1863년 3월, 57세의 나이로 이곳에서 삶을 마감한 그의 마지막 자취를 더듬을 수 있는 곳이다. 김병연이 머물던 압해 정씨 ‘백인당파’의 종가 사랑채 등이 복원돼 있고, 그 앞에 여러 작품을 조각해 전시한 문학동산, 300m 거리엔 초분지(3년 뒤 영월로 이장)도 있다.

천왕문도 사천왕상도 없는 운주사 경내에는 탑과 돌부처들이 즐비하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천불천탑의 성지 운주사
운주사(사적 제312호)의 역사나 고건축에 대한 식견이 없더라도 일주문을 들어서 구층석탑(보물 제796호)을 마주한 순간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갈피를 잡지 못한다. 통일신라 말 도선국사가 “이곳 지형이 배형으로 되어 있어 배의 돛대와 사공을 상징하는 천불과 천탑을 세웠다.”는 설이 있지만 확실하진 않다.

1980년대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과 “고려 혜명스님이 1천여 명과 함께 천불천탑을 조성했다.”는 <동국여지지>의 기록에 의거 고려 초기에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조선 초기까지는 명맥을 유지하다 정유재란 때 폐사됐고, 1800년경 무너진 불상과 불탑을 세우는 등 중건을 시작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지장전 앞에 피어있는 석류꽃.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보물 제796호의 구층석탑. 위로 쭉 뻗은 위용이 남다르다. 
아직도 미스터리에 싸인 운주사 천불천탑과 와불. 와불이 일어서면 태평성대가 온다는 전설도 있다. 사진 / 황소영 객원기자

적벽에 이어 화순 제2경에 속하는 운주사는 흔히 ‘미스터리’로 표현되는 석탑과 석불의 사찰이다. 보물로 지정된 석조불감과 원형다층석탑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빨간 석류꽃 너머로 지장전이 보인다. 한 무리의 여행객은 대웅전 뜰에 모여 스님의 설명을 경청중이다. 경내를 나와 좁다란 돌계단을 오른다. 거북바위에 세워진 두 기의 석탑을 지나면 하늘을 보고 누운 와불에 닿는다. “이 와불을 일으켜 세우면 고인돌 유적지 핑매(장군)바위를 지나 적벽을 쳐다보는 자세가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 꼭 그래서는 아니다. 누운 두 기의 석불과 좌우로 펼쳐진 능선 앞에선 모든 것이 신비롭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 번에 만족할 도시는 아니다. 화순은 다음을 기약하는 땅이다.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왔던 길을 되짚어 나선다.

원데이 화순 여행 레시피
① 적벽투어는 오전 9시 30분, 오후 2시 하루 2회이며 3월 하순부터 11월 하순까지 수, 토, 일만 운행한다. 이용대체육관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문화해설사의 안내 하에 적벽투어를 갖는다. 망미정과 망향정 등을 거치며 버스 이동 포함 3시간쯤 걸린다. 요금은 만원.
② 이용대체육관에서 동복면이 있는 서쪽으로 20km를 달리면 연둔리에 닿는다. 연둔 숲정이는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가로수다. 왕복해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길 건너에 김삿갓 문학동산이 있으므로 두 곳을 묶어 함께 여행하면 좋다. 주차요금과 입장료는 없다.
③ 연둔리에서 동남쪽으로 43km 떨어진 도암면에 운주사가 있다. 입장료는 3000원이며 카드결제는 되지 않는다. 일주문을 지나 운주사 경내를 보고 와불~칠성바위를 거쳐 다시 일주문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보편적이다. 약 2km로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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