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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우리 술 이야기] 주향에 취하고 해풍에 깨어난다, 복분자酒
[우리 술 이야기] 주향에 취하고 해풍에 깨어난다, 복분자酒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7.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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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복분자 열매. 빨간 열매들이 까맣게 익으면 따서 술을 빚는다. 2003년 7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복분자 열매. 빨간 열매들이 까맣게 익으면 따서 술을 빚는다. 2003년 7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전북] 까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잔에 따라 놓고 보니 검붉다. 포도를 으깬 빛깔이랄까. 한 모금 맛을 보니 와인 가운데 약간 떫은 종류? 아니… 와인보다 뒷맛이나 향이 좀 더 강하다. 한 모금 더… 어느새 정신이 아찔하다.

복분자.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관목. 일반 산딸기와 구분해서 나무에서 나는 딸기라고 설명하는 이도 있다. 요즈음은 고창, 지리산 일대, 순창 등지에서 많이 재배를 한다. 그런데 왜 선운산 복분자를 알아줄까?

해풍을 맞고 자라 맛이 좋단다. 이 복분자로 만든 술이 날로 인기다. 많이 마셔도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는 일이 없는데다 달콤쌉쌀한 맛에 술 좋아하는 이들은 앉은 자리에서 훌쩍 한두 병을 마시고 일어난다. 남성에 좋다(?)고 소문나 은근히 뭔가를 기대하는 이도 있다.

복분자 밭. 복분자 술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자 복분자 재배 면적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3년 7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복분자 밭. 복분자 술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자 복분자 재배 면적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2003년 7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선운산 앞에서 바라본 선운산. 원래 도솔산이었는데 선운사가 유명해지면서 산이름이 바뀌었다. 이 곳에서 자란 복분자는 해풍을 맞고 자라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2003년 7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선운산 앞에서 바라본 선운산. 원래 도솔산이었는데 선운사가 유명해지면서 산이름이 바뀌었다. 이 곳에서 자란 복분자는 해풍을 맞고 자라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2003년 7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복분자주를 제조하는 ‘선운산특산주흥진’ 임종훈 부장의 따끔한 충고. “복분자주가 몸에 좋은 건 사실이지만 하루 저녁에 몇 병씩 마시면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과유불급(過猶不及). 한방에서는 볼 때 복분자는 정력 증진와 조루 개선에 효능이 있고, 신경을 안정시키고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또한 시력감퇴와 야맹증에 효과가 있고 간을 보호한다. 이렇게 좋은 재료로 술을 담갔으니 효능이야 있겠지만 마시는 법이 받쳐줘야 한다. 실제로 하루에 한두 잔 반주로 꾸준히 마셔 효과를 봤다는 사람은 적지 않다고.

풍천장어와 함께 즐기는 술 민속주에는 얽힌 이야기가 한둘씩 있다. 복분자를 예로 들면 어느 노인이 나무하러 갔다가 복분자 열매를 실컷 먹었는데 자다가 소변을 누었더니 그 힘에 항아리가 업어져 복분자라 했다든가, 열매를 따고 술을 빚을 때면 부녀자들이 남자들은 얼씬도 못하게 하고 정성스럽게 빚었다는 이야기들이다.

선운사 주변에는 야생 복분자를 따다 술을 담갔다고 내놓는 곳도 있는데 사실인지, 더 효능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 수요가 늘면서 복분자를 재배하는 곳도 많이 늘었다. 생산업체도 전국적으로 11군데에 이르고 두 군데가 새로 생산할 채비를 하고 있다.  

와인이 포도의 맛과 빚는 방법에 따라 각기 맛이 다르듯 복분자도 업체마다 발효와 숙성과정 등이 약간씩 달라 맛도 조금씩 다르다. 흥진에서는 6월 초순에서 중순, 까맣게 영근 복분자를 따다 한 3개월 정도 발효시킨다. 그런 다음 8개월여 숙성을 해서 내놓은 게 일반 대중판매를 위한 16도짜리 복분자주. 계속해서 1년 더 숙성시켜, 맛은 좀더 부드럽고 알코올 도수는 좀 오른 19도짜리가 있다.

풍천장어와도 잘 어울리는 복분자주. 2003년 7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풍천장어와도 잘 어울리는 복분자주. 2003년 7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복분자주를 마실 때는 풍천장어를 찾는다. 풍천. 선운사 앞으로 흐르는 인천강이 바닷물과 어울리는 곳이다. 밀물 때 바닷물이 강으로 밀고들어오면서 바람을 이끌고 온다 해서 바람 풍(風), 내 천(川)자를 쓴다. 그 바닷물과 민물사이를 오가는 장어가 바로 풍천장어.

주변에서 염전을 할 정도로 완만한 인천강은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이 10km에 이른다. 장어는 여기를 왔다갔다 하다보니 운동양이 많아(?) 다른 지역 장어보다 맛이 구수하고 담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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