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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이달의 산] 강원도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산, 홍천 가리산
[이달의 산] 강원도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산, 홍천 가리산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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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산 입구에서 본 가리산. 멀리 정상 바위가 보인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산 입구에서 본 가리산. 멀리 정상 바위가 보인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삼 입구에서 본 가리산. 멀리 정상 바위가 보인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산 입구에서 본 가리산. 멀리 정상 바위가 보인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홍천]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하여 터널을 이루고, 여름에는 참나무 숲이 울창해서 하늘을 볼 수 없는 산.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이 산을 물들이고, 강원도 땅을 가장 많이 조망할 수 있다는 가리산.                        

“몸이 나른한 날은 산에 가라. 쉬는 날은 무조건 산에 가라.” 산을 좋아하는 선배의 추천으로 홍천 가리산을 찾아간다. 강원도 제1의 전망대!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백대 명산 가운데 하나라는 홍천 가리산. 정선에 있는 가리왕산과 이름이 비슷하여 잠시 헷갈렸는데, 산 정상 모습이 곡식이나 땔감을 차곡차곡 쌓아 놓은 큰 낱가리 같다며 이름 붙여준 가리산은 분명히 홍천에 있는 산이었다.

서울을 벗어나 양평 들녘을 지나친다. 하늘이 쾌청하여 기분이 좋다. 파란 하늘과 짙푸른 산야. 홍천 땅에 접어들자 강원도 냄새가 난다. 강원도 냄새란 도로 가의 산이 높아지고, 농작물보다 밭작물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홍천읍내를 지나 인제 방면으로 달리는데 산 색깔이 더 짙푸르다. 산이 높고 깊어진다. 이쯤이면 여행객은 아무 산이나 오르고 싶어진다. 어쩌면 그게 더 현명한 일인지도 모른다.

중국의 시인 임어당은 발길 닿는 대로 가는 것이 여행이라 했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르고 떠돌아다니는 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설파했다. 하지만 취재팀은 소개받은 산을 가야 한다. 그 산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가리산은 경사가 급한 계곡이라 물이 많지 않지만 손발을 담그면 한여름에도 발이 시리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가리산은 경사가 급한 계곡이라 물이 많지 않지만 손발을 담그면 한여름에도 발이 시리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가리산 휴양림에는 11개의 산막과 소형 방갈로, 야영장이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가리산 휴양림에는 11개의 산막과 소형 방갈로, 야영장이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역내리에서 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볼 수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역내리에서 자연휴양림 이정표를 볼 수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홍천에서 다시 20분 쯤 차를 몰아가자 가리산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인다. 철정리 검문소를 지나고, 두촌면 역내리. 가리산으로 가는 안내탑이 오른쪽 길가에 서 있다. 가리산.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본 가리산은 그 정상이 까마득히 멀리 보인다. 참 기묘하다.

많은 산들이 초입부터 정상까지 한눈에 보일 때는 능선과 정상이 얼추 이어져 보이는데 이 산은 아니다. 능선 뒤쪽에 바윗덩어리를 올려놓은 듯하다. 산을 오르는 초입에 누군가 잡석을 깔아 놓았다. 등산객을 위한 배려인 모양인데 자연스럽지도 못하고, 오히려 걷기에 불편하다.

야영장을 지나 등산로를 오른다. 산길은 오솔길이다. 아직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지 않았다는 증거다. 등산로 옆으로 깊은 계곡이 있는데 물은 많지 않다. 경사가 가파라서 그런 모양이다. 10분쯤 오르자 참나무 숲이 나타난다. 가삽 고개라는 1차 능선을 오르는데 참나무와 활엽수 숲이 갈수록 더 깊어진다.

군데군데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하늘을 덮고 있는 활엽수들 덕분에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지만 조망권을 빼앗긴 듯한 기분이다. 능선에 올랐는데도 정상을 볼 수가 없다. 참으로 특이한 산이다. 정상에 오르지 않은 사람에게는 정상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것인가?

가리산에는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 참나무과 활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가리산에는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 참나무과 활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산행의 또 다른 재미는 온천지에 피어난 야생화. 노랑갈퀴꽃도 보인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산행의 또 다른 재미는 온천지에 피어난 야생화. 노랑갈퀴꽃도 보인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은 완만하다. 숲 속에 야생화들이 피어 있다. 그늘에서 꽃을 피운다는 천남성, 노란 현호색, 입사귀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노랑 갈퀴, 초록 수풀을 분홍색으로 물들이고 피어 있는 큰 앵초,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는 정향나무, 보라색 꽃잎을 눈부시게 피우고 있는 꿀풀….

잠깐 걸음을 멈추고 목을 축인다. 나무 등걸에 앉아 우적우적 오이를 씹으며 땀을 훔치는데 아, 걸어온 뒤쪽을 돌아보니 아스라이 홍천 들녘과 산들이 펼쳐져 있다. 산을 잘 오르는 사람들은 말한다.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 뒤에 펼쳐진 풍경을 볼 줄 아는 사람이 그 산을 아는 사람이라고.

가삽 고개에선 뒤를 돌아보고 정상에 이르면 오른쪽을 보는 것이 좋다. 가삽 고개를 올라 정상으로 가는 길에 오른쪽을 보라. 멀리 소양호가 보인다. 안개가 끼어 시야가 맑지 못한 날은 볼 수 없지만.  

가리산 정상에 올라 바라본 시원한 풍경.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가리산 정상에 올라 바라본 시원한 풍경.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정상에 오르는 길은 높이 뛰기 선수가 도움닫기를 한 후 껑충 뛰어오르는 일에 빗댈 수 있을 정도로 급경사를 이룬다. 어느 쪽을 택하든 바위 절벽을 타고 올라야 한다. 정상까지 밧줄이 있어서 주의를 기울이면 위험한 오름은 아니다. 약 10분이 걸리는데 어린애가 아니라면 오를 만한 코스이다.

정상에 오르면 두세 평쯤 되어 보이는 바위가 있다. 정상에 올라 숨을 들이쉬는데 짙은 향기가 난다. 수수꽃다리! 외국에 밀반출 되었다가 라일락으로 개종되어 한국에 돌아와 우리 정원을 지키고 있는 꽃 수수꽃다리. 그 향기가 등산객을 흥분시켰다.

가리산 정상에 오르니 과연 강원도 제1의 전망이란 말이 틀리지 않다. 사방팔방으로 시야가 시원하다.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과 춘천시 북산면 경계에 자리 잡은 가리산. 강원도에서 진달래가 가장 많이 피는 산으로 유명한데, 진달래가 만개하면 능선 길 좌우로 연분홍 터널을 이룬다.

또한 정상 부근 바위에서는 석간수가 쏟아져 나와 등산객의 목을 축여준다. 산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생겼기 때문에 가리산 또는 가리봉이라 불렀다. 가리산은 소양호와 맞닿아 있어 배를 타고 들어가는 과정부터 일품이라는데 이즈음은 그 길을 찾는 이가 많지 않다고 한다.  

가리산 가는 길 서울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양평, 홍천을 지나 인제 방면으로 직진. 철정리 검문소 지나서 4km를 더 가면 역내리가 나온다. 역내리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가리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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