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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바닷모래와 바람이 만들어낸 신비로움,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바닷모래와 바람이 만들어낸 신비로움,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 김세원 기자
  • 승인 2019.07.16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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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5000여 년 동안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 사구
해무로 햇볕이 있어도 시원해 여름 야외활동 장소로 제격
엽낭게와 달랑게를 비롯해 모래 경단 등 해안에서 발견할 수 있어
1만 5000여 년 동안 형성된 신두리 해안사구에도 여름이 왔다. 초록 풀로 덮인 사구의 모습. 사진 / 김세원 기자

[여행스케치=태안] 사구는 바다에서 육지 쪽으로 강풍이 불 때 밀려온 모래가 퇴적되어 형성된 것으로 특히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는 북서 계절풍, 즉 겨울바람으로 만들어진다. ‘사막’같은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지만, 모래 언덕 위 가득 피어난 통보리사초와 띠 등의 모습은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빙하기 이후 1만 5000여 년 동안 형성된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가 약 3.4km, 폭은 1.3km인 국내 최대 규모의 모래 언덕이다. 한국의 사막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곳에도 여름이 온 듯 바닥을 시작으로 언덕 곳곳이 초록빛을 내뿜고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보이는 모습 오른쪽으로 돌면 잘 조성된 산책길이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태안의 해안가에 생긴 거대한 모래언덕, 신두리 해안사구
입구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커다란 모래언덕과 함께 조성된 산책길이 나타난다. 여름 남동풍에 깎여나간 모래언덕은 찬 계절 태안 해안을 우뚝 지키고 선 것보다는 작아졌지만 그럼에도 꽤 큰 규모를 자랑한다. 

풀이 자라 완벽한 모래 언덕을 볼 순 없지만 군데군데 풀이 나지 않은 모래 언덕도 있다. 모래 속에 있던 수분이 위로 올라오면서 만들어진 검은 색 줄무늬 등 풀이 난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꼼꼼히 돌아보는 게 좋겠다.

사구로 들어가기 전 확인하면 좋은 지도. 사진 / 김세원 기자
사구 속 수분이 위로 올라오면서 검은 빛을 띄는 모래언덕. 사진 / 김세원 기자
사구에서 가장 풀이 적게 난 부분의 모습. 사진 / 김세원 기자

본래 물이 차 있던 해안사구의 저층은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지금과 같은 모래 바닥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모래 바닥부터 언덕까지 풀이 무성하다. 안경호 태안군 신두리 해안사구 생태해설사는 처음부터 사구에 풀이 피어난 것은 아니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모래가 쌓이는 양이 적어지면서 식물이 식생 하기 시작했다“며 ”1998년 군사보호지역이 해제되면서 개발을 위한 공사에 바다의 모래가 사용되었고 그 결과 사구로 날아오는 모래의 양이 적어졌다“고 설명한다.

모래 언덕에 피어난 식물을 덮을 만큼의 모래가 쌓이지 않자 사구에는 식물이 식생하기 시작한 것. 다행히 지금은 여러 학자의 주장으로 천연기념물 제431호가 되어 보호받고 있다.

자연적으로 군락이 조성된 해당화는 한차례 활짝 피었다 몇 곳을 제외하고는 져가는 중이다. 해당화는 저물어도 사구는 아직 산란기다. 산책로에서는 다양한 동식물을 볼 수 있다. 아직 조금 남아있는 해당화를 보며 걸음을 옮기자, 모래언덕 안에 알을 보호하고 있는 한 쌍의 새가 눈에 띈다. 

알을 지키고 있는 새의 모습. 사람이 사구로 들어가면 알을 포기해버린다. 사진 / 김세원 기자
데크길 옆으로 모래귀신이 파 놓은 함정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언덕에 가득한 띠는 바람에 흔들리면 장관을 보여준다. 

바닷바람으로 인해 생겨난 언덕에는 새뿐 아니라 개미를 잡아먹고 사는 개미귀신, 표범장지뱀을 비롯해 수많은 생명이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사구에 함부로 발을 들여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창 계속되는 개미귀신의 사냥을 지켜보다 발걸음을 옮긴다. 모래언덕을 지나면 통보리사초와 띠가 가득 펼쳐진 언덕이 장관이다. 언뜻 보면 억새와 닮은 띠는 은백색의 꽃이 인상적이다. 하늘하늘 바람 따라 흔들리는 띠를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은빛 물결이 찰랑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바람을 타는 띠 앞에서 방문객들은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다. 겨울이 되면 사라지는 이 풍경을 한껏 만끽해보자.

신두리 해안사구는 해무 덕분에 바깥과의 온도 차가 크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신두리 해안사구가 여름에도 좋은 이유
곰솔생태숲에 도착하기도 전인 고라니동산의 오른 편에도 곰솔이 가득하다. 1960년 사구의 이동을 막기 위해 방품림이 조성되었기 때문. 포인트를 잘 맞추면 소나무들이 일렬로 선 모습을 볼 수 있다. 

짙은 초록의 나무가 배경으로 들어서자 뿌옇다고 느껴지기만 하던 안개의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안경호 해설사는 “안개가 심한 날은 사람들이 사구에서 나는 연기인 줄 알고 119에 화재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짙다”며 설명한다. 

짙은 초록 나무가 배겨응로 들어서자 안개가 눈에 보인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주로 봄, 여름에 볼 수 있는 해무는 사구 곳곳을 덮고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주로 4~10월경 나타나는 해무는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볼거리이다. 바다와 육지의 온도 차에 의해 만들어진 해무는 태안 바다를 숨기고 사구 곳곳을 흐른다. 

해무 덕분에 사구의 온도는 주변 지역과 크게는 15도에서 작게는 8도 정도 차이 난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도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 특히 곰솔이 빼곡히 늘어선 쪽으로 다가가면 그 온도 차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햇볕이 있어도 시원한 정도이니 한여름 더위 속 야외활동 장소로 제격이다. 

곰솔은 그늘을 만들어 더운 여름에도 산책하기 좋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곰솔과 억새골 지나 신두리의 해안으로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곳인 만큼 사구 곳곳에 바람의 흔적이 남아있다. 곰솔 사이사이에 바람이 지나가며 만든 자리가 보인다. 이런 흔적들은 바람에 따라 사라졌다가도 다시 생겨나는 일을 반복한다. 

곰솔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어느새 사방이 소나무인 곰솔생태숲의 입구로 들어서는 나지막한 오르막이다. 2007년 환경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생태숲의 바닥은 떨어진 솔잎이 켜켜이 쌓여 무릎이 좋지 않은 노인도 다니기 편할 정도로 폭신하다. 사방이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어서인지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솔향이 코로 스며든다. 

바람이 지나간 흔적에 따라 파인 구덩이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과거 별똥별이 떨어졌던 작은별똥재. 사진 / 김세원 기자
별똥재에 지나면 억새골. 영화 '마더'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약 30분 정도, 운석이 떨어졌던 장소라 이름 붙은 작은별똥재를 지나 걸으면 억새군락이 자리한 억새골이다. 영화 <마더>에서 김혜자 배우가 춤을 추며 등장한 첫 장면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광활한 모래 언덕은 이곳이 모래 언덕인지도 모를 만큼 억새로 가득하다.  

억새를 감상하며 쭉 길을 내려오면 바다가 나온다. 평소에는 물놀이 하기 좋은 바다이지만, 안개가 짙은 날에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모호하고 깊이 들어오면 나가는 길을 찾기 힘드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 

해변에 들어서자 달랑게가 먹이활동 후 뱉어놓은 모래 경단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엽낭게와 달랑게가 뱉어둔 경단은 햇볕아래 건조되어 해풍에 운반되어 사구의 일부가 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모래 경단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엽낭게와 달랑게가 먹이활동 후 뱉은 모래 경단. 사진 / 김세원 기자
파도의 흔적. 모래 위에 물결이 새겨져 있다. 사진 / 김세원 기자
사구센터 내 모래 놀이터. 사진 / 김세원 기자

달랑게와 엽낭게, 그리고 파도의 흔적을 보며 조금 더 걸으면 여름의 모습을 한 신두리 사구의 시작점인 출입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사구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바로 옆에 자리한 사구센터에서 체험활동을 하거나 전시를 감상해도 좋겠다. 아이들이 놀기 좋은 모래사장도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와도 좋은 곳이다.

한편 JTBC에서 지난 14일부터 시작한 예능 <캠핑클럽>의 티저에서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에 방문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핑클 멤버 이효리, 옥주현, 이진, 성유리 네 사람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래언덕의 모습도 기대 된다.

Info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주소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산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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