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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자연휴양림] 울창한 숲에 묻힌 역사를 읽는다, 회문산
[자연휴양림] 울창한 숲에 묻힌 역사를 읽는다, 회문산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8.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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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능선에서 바라본 회문산 정상 가는 길. 2003년 8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능선에서 바라본 회문산 정상 가는 길. 2003년 8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전북] 전북 순창과 임실군을 경계 짓는 산. 섬진강, 오원천, 구림천이 휘돌아 가는 해발 830m 회문산. 누군가 풍수지리상 5대 명당이란다. 계곡은 깊고 서늘하여 그 물은 이가 시리도록 차고 한여름에도 모기가 없단다.

순창 구림면 안심마을 뒤편으로 언덕길이 급해지는 초입에 갈림길이 있다. 왼쪽으로 꺾어지면 조선 태조 이성계의 스승 무학대사가 만일기도를 했다는 만일사로 가는 길이다. 똑바로 2-3분 올라가면 회문산 자연휴양림 매표소와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  

곧이어 휴양림 입석 간판이 보이고 좁은 계곡을 건너는 다리, 그리고 돌로 쌓은 성벽이 나온다. 한말 최익현 임병찬 등의 의병활동을 기리기 위해 세운 노령문이다. 그 아래 왼쪽 골짜기에서 나는 석간수는 그 맛이 뛰어나다. 잠시 쉬는데 누군가 물을 길으러 찾아 온다.

노령문을 지나면 산림박물관이 나온다. 좀 걷고 싶다면 노령문 위에서 계곡을 가로지르는 30m 출렁다리를 건너 구룡폭포를 구경하고, 다섯 선인이 바둑을 두었다는 전설의 오선대로 올라간다.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회문산 산세를 논했다는 무학바위도 있다. 참나무류가 주종인 숲은 울울창창하여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다. 새로 지은 하얀 숲 속의 집은 아예 머물러 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능선에서 바라본 회문산 정상 가는 길. 2003년 8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능선에서 바라본 회문산 정상 가는 길. 2003년 8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어린아니들을 위한 물놀이장. 2003년 8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어린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 2003년 8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빨치산 사령부 비트. 초소에 감시병까지 있다. 2003년 8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빨치산 사령부 비트. 초소에 감시병까지 있다. 2003년 8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물놀이장, 체력단련장, 배구장, 야외공연장, 오토캠프장, 산림박물관. 시설도 나무랄 데가 없다.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회문산은 천혜의 요새. 소설 ‘남부군’의 배경인 이곳엔 빨치산 사령부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빨치산 간부들의 훈련장은 체력단련장이 됐지만 사령부 비트(땅굴)는 복원해서 입구에 섬뜩한 감시병(?)까지 세웠다. 산봉우리에는 그 옛날 산적들의 소굴이었던 굴도 있다고. 휴양림의 도로는 능선 바로 아래까지 이어진다.

그 곳에 차를 세우고 정상까지 가는 능선산행이 1시간. 정상에 서면 동서남북으로 지리산과 내장산, 무등산과 모악산이 내다보인다. 산적, 의병, 빨치산… 산은 말이 없는데 사람들은 자기들의 역사를 자꾸 덧씌우려 든다. 회문산 우뚝 선 봉우리는 그 부질없음을 잔잔히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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