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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신한국 기행] 깊은 산 맑은 물 흐르는, 정선 항골계곡
[신한국 기행] 깊은 산 맑은 물 흐르는, 정선 항골계곡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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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항골계곡을 방문한 사람들이 소원을 쌓아두고 간 흔적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항골계곡은 탑골계곡이라고도 한다. 멀리 보이는 산이 백석봉이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항골계곡 위쪽에 있는 돌탑과 장승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항골계곡 위쪽에 있는 돌탑과 장승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백석봉은 산나물과 약초를 채취하기 좋은 산이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백석봉은 산나물과 약초를 채취하기 좋은 산이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강원]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북평 5리. 광산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강원도 두메산골. 항일투사들이 활동했다는 깊은 산골, 한여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계곡물, 그 계곡에 동네 사람들이 모여 '소망탑'이라는 돌탑을 쌓고, 장독대에서 뒹굴던 옹기그릇으로 예술촌을 만들었다. 

정선 항골계곡에 가던 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비 내리는 강원도 계곡이라면 몸을 사려야 할 텐데. 그래도 초행길이라는 이유로 차에 몸을 실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강원도 산골의 운무를 구경할 수 있다는 사진기자의 꼬드김도 있었고.

항골계곡이라는 이름은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어 숨쉬기조차 거북스런 한여름에도 뼈가 시릴정도로 찬물이 계곡사이로 흐른다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찰 한(寒)골'이라고도 불린다는 계곡은 저 옛날 노루가 몸을 뉘여 쉬는 가운데 목이 위치했던 계곡이라 하여 '항골계곡'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화전민이 산자락을 생존의 터로 삼아 군락을 이루며 살던 것이 마을의 기초가 되었다는 북평5리에는 지금도 화전민의 자취를 볼 수 있다. 산자락에 군데군데 터를 일구며 살던 화전민들의 집이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남아있어 세월의 흐름을 실감케 한다.

사금의 발견과 탄광개발로 한때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던 곳이지만 사금도 탄광도 그 자취마저 희미해진 지금 항골계곡은 가족끼리 오붓한 쉼터를 찾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항골계곡은 장독대에 있던 옹기들을 재활용한 예술계곡이다. 옹기에는 명심보감 내용을 옮겨 쓴 격언들이 많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항골계곡은 장독대에 있던 옹기들을 재활용한 예술계곡이다. 옹기에는 명심보감 내용을 옮겨 쓴 격언들이 많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계곡입구에 있는 노루목 탑골공원에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았을 법한 돌탑들과 갖가지 글이 쓰여있는 옹기들, 마을의 수호신처럼 버티고 서 있는 장승들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올린 돌탑들은 마을 사람들과 항골계곡을 방문했던 외지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계곡바위, 산비탈 100여m를 따라 숲길 곳곳에 놓여 있는데 그 수가 180여기나 된다.

작은 돌멩이를 하나하나 쌓아 올린 탑들은 아이들이 쌓아올린 작은 탑에서 석가탑이나 마이산 탑사를 연상시키는 정교하게 쌓아올린 것까지 그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소망의 탑쌓기'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진행 중인 이 탑쌓기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소망을 빌 줄 아는 순수한 동심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화된 집안에서 쓸모가 없어 버려지던 재래식 옹기에 '고통 끝에 낙이 온다' '행복은 참는 자의 몫' 등 개인의 소망이나 고사성어를 적어놓아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옹기들은 쌓아올린 돌탑이 무너져도 깨지지 않았다고.

노루목 탑골공원에서 계곡입구까지 잘 닦여진 길은 자동차로 오르기에 불편함이 없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족끼리 산책삼아 오르기에도 그리 힘든 길은 아니다. 마을 사람들의 철저한 관리로 쓰레기 하나 볼 수 없는 깨끗한 환경에 아이들의 물놀이가 가능한 개울까지 그야말로 가족나들이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돌탑은 3년 전, 지금은 작고한 면장님의 아이디어로 주민들이 참가해서 만든 소망 쌓기 이벤트의 결과물이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돌탑은 3년 전, 지금은 작고한 면장님의 아이디어로 주민들이 참가해서 만든 소망 쌓기 이벤트의 결과물이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깊은 산골 계곡에는 사계절 맑고 찬 물이 흐른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깊은 산골 계곡에는 사계절 맑고 찬 물이 흐른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항골가든 소나무 숲 아래 있는 약수터. 이정표가 없어 찾는 이가 드물다. 항골 가든에서 가르쳐준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항골가든 소나무 숲 아래 있는 약수터. 이정표가 없어 찾는 이가 드물다. 항골 가든에서 가르쳐준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백석봉(1,170m)과 상원산(1,421m)을 발원으로 하는 깨끗한 물이 항골계곡으로 바로 흘러 발을 담그고 10분도 채 넘지 못할 정도로 차가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계곡에서 흐르는 '강선암약수'는 수질검사에서 식수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피부병에 특효가 있어 아는 사람들만의 비법으로 전해오기도 한다.

규모가 작은 마을답게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민박들이 많고 북평5리 이장님과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캠핑장도 있다. 민박에서는 마을 주민이 직접 만들어 주는 식사까지 같이 할 수 있는데 대부분 집에서 직접 기른 야채로 그 맛을 더해준다.

항골가든에서는 직접 기른 토종닭으로 백숙을 만들어준다. 곰취 장아찌에 싸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항골가든에서는 직접 기른 토종닭으로 백숙을 만들어준다. 곰취 장아찌에 싸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2003년 8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계곡입구에 있는 ‘항골가든’은 이 마을에서 40여년을 살아온 터줏대감인 최상철(새마을지도자)씨가 운영하고 있다. 손수 기른 닭을 잡아 산에서 직접 채취한 석이버섯, 감자, 양파, 마늘, 파를 듬뿍 넣고 주인의 솜씨가 돋보이는 곰취장아찌에 싸먹는 백숙은 별미 중에 별미로 꼽힌다.

8월이면 자연산 송이가 많이 나서 송이를 넣고 백숙을 해주는데 그 맛이 일품이라 한번 먹은 사람은 꼭 다시 찾는다고 한다.

척 보기에도 산이 깊다는 느낌을 주는 강원도의 산들은 곳곳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품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항골계곡은 여름 성수기에만 계곡을 개방하는 마을사람들의 철저한 관리와 넉넉한 인심으로 아이들의 손을 잡고 다녀오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쉼터가 되고 있다.

항골계곡까지 가는 동안 백석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보며 산이 주는 소박한 폭포에 잠시 눈을 쉬어 가고 도로를 따라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마음을 쉬어가는 것도 항골계곡을 찾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항골계곡 가는 길 정선읍에서 가전 삼거리를 지나 아우라지 방향으로 5분여를 달리면 북평 초등학교 이정표가 있다. 그곳에서 좌회전하면 항골계곡이다. 영동고속도로 진부에서 정선으로 가다 가전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아우라지 방면으로 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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