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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 섬을 사랑하라] 안개와 모래섬이 아름다운 섬, 이작도
[이 섬을 사랑하라] 안개와 모래섬이 아름다운 섬, 이작도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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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대이작도에 있는 쿤 풀안 해수욕장. 물이 나가면 그 앞으로 모래섬인 풀등이 드러난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대이작도에 있는 쿤 풀안 해수욕장. 물이 나가면 그 앞으로 모래섬인 풀등이 드러난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서해안 섬들 가운데 낚시꾼들이 가장 많이 찾고 있다는 섬 이작도. 60년대 이미자를 스타덤에 올린 영화 '섬마을 선생님'을 촬영했던 곳. 하루에 두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모래섬 풀등 해수욕장이 있는 섬. 

이작도에서 올해로 3번째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처음 이 곳에 왔을 때는 아직도 찬바람 느껴지는 겨울의 막바지였다. 엠티 오는 기분으로 오라는 전임 선생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차를 실을 수 없는 파라다이스라는 배에 1톤 트럭 가득 짐을 싣고 아무 생각 없이 이 섬에 들어왔다.

특별한 대중교통이 없는 이곳에서 많은 마을 분들이 자기 일처럼 이삿짐을 날라주시던 그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그 날 나는 뱃머리 귀퉁이에 걸터앉아 이작도의 첫 모습을 뇌리에 심었다. 바다라고 하기에는 협소한 호수 같은 곳. 대이작도에서 바라다 보이는 소이작도와 두 섬이 바다를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 호수같았다.

서해안 섬들을 다니다보면 배 뒤를 따라오는 갈매기들과 조우하게 된다. 조류학자들은 과자를 던져주는 일이 좋은 일은 아니라고 한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서해안 섬들을 다니다보면 배 뒤를 따라오는 갈매기들과 조우하게 된다. 조류학자들은 과자를 던져주는 일이 좋은 일은 아니라고 한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이작도에서 학교는 섬의 관문이라던 어느 어르신의 말씀이 떠오른다. 이작도 부두에서 배를 내려 해안을 따라 외길로 뚫려 있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건물이 바로 이작분교이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영흥초등학교 대이작분교라는 명칭으로 이 학교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한때는 1백여 명의 학생이 다닐 정도였다지만 지금은 청강생까지 포함해 13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를 합해 네 개의 학교가 있었으나, 세 개의 학교가 폐교되어 지금은 하나의 학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덕분에 소이작도 사는 학생 둘은 아침 오후 두 차례 아버지가 몰고 다니는 조그만 어선을 타고 통학한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남짓, 이작도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해안을 따라 난 길이 하나 있다. 이작도에서 차가 다니는 큰길은 그 길뿐이다. 사람들은 서해라 하면 뿌연 바다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길을 따라 거닐다 보면 그것은 단지 선입견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바닷물은 파랗고, 가끔씩 헤엄치고 다니는 물고기들을 볼 수도 있다. 그 길을 따라 걸어 이작도를 한번 둘러보자.

가장 먼저 발길이 닿는 곳은 학교가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은 이작도에 있는 3개 마을 중 큰 마을인 대이작 1리. 마을 뒤로 난 오르막길을 거쳐 장골이라는 마을을 지난다. 내가 처음 차를 타고 그 오르막길을 넘어 갈 때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작은 섬임에도 불구하고 솟아 있는 두 개의 산. 그리고 마을. 이 마을이 바로 장골이다.

장골은 섬에서는 볼 수 없는 자그마한 산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저 너머에 바다가 보이긴 하지만. 장골에는 해수욕장이 두 개 있다. 작은 풀 해수욕장과 큰 풀 해수욕장이다. 고운 모래사장 앞으로는 그렇게 질퍽하지 않는 갯벌을 숨기고 있어서 물이 빠지면 여러 가지 조개도 주울 수가 있다.

부아산 정상에 설치된 구름다리.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부아산 정상에 설치된 구름다리.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부아산 정상에 설치된 구름다리. 날씨가 맑으면 산 정상에서 승봉도와 인천이 보일 정도로 조망이 좋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부아산 정상에 설치된 구름다리. 날씨가 맑으면 산 정상에서 승봉도와 인천이 보일 정도로 조망이 좋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장골로 들어서기 전 오르막길에서 길이 갈리는 작은 삼거리가 있다. 대이작도의 전망대라 할 수 있는 부아산을 올라가는 길목이다. 아기를 업은 모습이라고 해서 업을 부, 아이 아자를 써서 부아산이라 부른다. 걸어서도 10분 남짓이면 오를 수 있는데 날씨가 쾌청한 날은 정상에서 인천까지 보인다 하니 바다와 산을 동시에 좋아하시는 여행객은 반드시 올라보라고 권하고 싶다.

산을 오르다 보면 이곳에 방목해 놓은 염소들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도 있으며, 도라지·더덕·둥글레 등의 산나물을 채취하는 재미 또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산을 오르면서 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바다의 모습은 도화지에 여러 가지 파란색을 섞어 놓은 듯한, 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파란색일 것이다. 가끔 그 도화지 위를 한두 척의 배들이 하얀 자취를 남기며 지나간다.

장골을 지나 한참을 가다보면 마지막 마을, 계남리를 가기 조금 전에 목장불이라는 곳이 나온다. 모가지처럼 갑자기 좁아져 양쪽으로 바다를 다 볼 수 있는 곳, 그 양쪽에는 해수욕장이 자리잡고 있다. 올 여름 그 곳에 바나나 보트와 라이브 카페가 생길 예정이다.

그리고 마지막 마을 계남리. 어느 정도 옛영화나 노래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알고 계신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촬영지가 여기 계남리 끝에 자리잡고 있는 계남분교이다. 폐교된지 10여 년.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에는 수풀이 우거졌고, 교실은 겨우 골격만 유지하고 있다.

계남리는 큰 마을에서 약 4.4km 떨어진 곳이다. 그 마을에 살던 학생이 '손바닥만한 동네예요'라던 말을 한 귀로 흘렸던 적이 있다. 그러나 처음 그곳에 발을 디뎠을 때, 아! 정말 손바닥만 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작기도 했지만, 뭐랄까, 너무 포근한 느낌을 주는 아담한 포구였다.

대이작도에 있는 풀등 해수욕장. 약 13시간 마다 나타나서 6시간 동안 선을 보이다 사라진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대이작도에 있는 풀등 해수욕장. 약 13시간 마다 나타나서 6시간 동안 선을 보이다 사라진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이작도에는 낚시를 즐기려는 여행객들이 많다고 한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이작도에는 낚시를 즐기려는 여행객들이 많다고 한다.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이작도에는 특이한 곳이 있다. 작은 풀 해수욕장에서 물이 빠지면 갯벌 너머로 작은 모래사막이 나타난다. 이곳 사람들은 풀등이라 부르는데, 작은 풀 해수욕장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만큼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물론 걸어서는 갈 수 없고,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멀리서 보면 그리 커 보이지는 않지만 그 넓이가 50만 평이라 한다. 가끔 우리 학교 애들은 그 곳에 가서 축구를 하고 해수욕까지 한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 부아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그 섬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모습 또한 이작도에서 볼 수 있는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라 하겠다.

대이작리 마을 뒤 언덕에서 본 마을 전경과 멀리 보이는 소이작도.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대이작리 마을 뒤 언덕에서 본 마을 전경과 멀리 보이는 소이작도. 2003년 8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이작도를 떠올리면 맨 먼저 생각되는 것이 조용함이다. 주위의 섬들과 달리 여기는 해수욕장이 꽤 많다. 아무리 성수기 때 오더라도 사람들에 치여서 짜증나는 경험은 겪지 않을 것이다. 가끔 안개가 많이 끼는 날에는 신선이 사는 마을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조용한 곳. 조용함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바로 이작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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