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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술] 술보다 약으로 마셨다는 전통 농주, 가평 잣막걸리
[이달의 술] 술보다 약으로 마셨다는 전통 농주, 가평 잣막걸리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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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가평 잣 막거리는 냉장고에 보관 하면 20일, 음지에 두면 15일 정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가평 잣 막거리는 냉장고에 보관 하면 20일, 음지에 두면 15일 정도 맛이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가평]  막걸리는 농촌에서 들일하던 사람들이 새참으로 마시던 우리 민족의 전통 농주다. 마시면 힘이 솟고, 용기가 생기고, 닫혔던 말문이 열리고,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신바람이 일게 해준다는 술이다.                

막걸리는 엔간한 고을에 가면 다 있는 술이다. 술 접대를 중시하는 가문에서는 가풍이 담긴 막걸리를 빚어 먹기도 한다. 가평 잣 막걸리는 나이가 많지 않다. 10년 남짓 밖에 안 된 술이다. 그런데도 그 술맛은 애주가들 사이에 널리 소문이 났다.

한때 청와대에 납품하고, 경기도 주최 전통주품평회에서 경기 5대 명주로 선정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지금은 국내 최고의 전통주 반열에 올라섰다. 한때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말이 유행했다. 실제로 많은 식품들이 특정 식물의 이름을 빌려 쓰면서도 정작 그 식품은 함유하지 않은 예가 있었다.

가평 잣 막거리를 숙성시킬 때 사용하는 누룩 가루. 실제 잣 가루도 함유되어 있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가평 잣 막거리를 숙성시킬 때 사용하는 누룩 가루. 실제 잣 가루도 함유되어 있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그러나 가평 잣 막걸리에는 품질 좋기로 소문난 가평 잣이 들어 있다. 가평 잣 막걸리를 마시면 첫맛이 좀 쌉싸름하다. 목구멍으로 넘기는 맛도 매끄럽지 않다. 좀 텁텁하지만 지나치게 걸쭉한 맛은 아니다. 막걸리를 다 삼킨 후에 잣 막걸리는 제 이름 값을 한다.

입안에 잣 향기가 가득 돌고, 이빨 사이에 잣 부스러기 몇 개가 기분 좋게 남는다. 두 사발을 단숨에 들이켜도 술기운이 쉬이 올라오지 않는다. 여자들도 입맛을 다시면서 한 잔을 쉽게 마신다.

입안에 잣 향이 맴도는 텁텁한 잣 막걸리.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입안에 잣 향이 맴도는 텁텁한 잣 막걸리.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우선은 가평 물이 좋습니다. 꽤 깊은 샘물을 쓰는데 물맛이 좋고, 사계절 온도가 거의 같습니다. 막걸리는 숙성시키는 동안의 온도가 맛을 좌우합니다. 초단, 2단, 3단계로 나눠 5일 이상 숙성시키는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늘 체크해야 합니다. 전분과 누룩, 물의 배합은 비밀스런 노하우라….”

다른 막걸리 공장에서 양조 기술을 배우고, 공장장을 거쳐 자신의 공장을 갖게 되었다는 가평주조의 전영기 사장. 그는 가평 잣 막걸리가 아무리 많이 홍보되어도 대량생산할 생각이 없고, 그럴만한 능력도 없다면서 품질 유지에만 전념하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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