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가평] 막걸리는 농촌에서 들일하던 사람들이 새참으로 마시던 우리 민족의 전통 농주다. 마시면 힘이 솟고, 용기가 생기고, 닫혔던 말문이 열리고, 배고픔을 잊게 해주고, 신바람이 일게 해준다는 술이다.
막걸리는 엔간한 고을에 가면 다 있는 술이다. 술 접대를 중시하는 가문에서는 가풍이 담긴 막걸리를 빚어 먹기도 한다. 가평 잣 막걸리는 나이가 많지 않다. 10년 남짓 밖에 안 된 술이다. 그런데도 그 술맛은 애주가들 사이에 널리 소문이 났다.
한때 청와대에 납품하고, 경기도 주최 전통주품평회에서 경기 5대 명주로 선정되면서 주가가 치솟았다. 지금은 국내 최고의 전통주 반열에 올라섰다. 한때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말이 유행했다. 실제로 많은 식품들이 특정 식물의 이름을 빌려 쓰면서도 정작 그 식품은 함유하지 않은 예가 있었다.
그러나 가평 잣 막걸리에는 품질 좋기로 소문난 가평 잣이 들어 있다. 가평 잣 막걸리를 마시면 첫맛이 좀 쌉싸름하다. 목구멍으로 넘기는 맛도 매끄럽지 않다. 좀 텁텁하지만 지나치게 걸쭉한 맛은 아니다. 막걸리를 다 삼킨 후에 잣 막걸리는 제 이름 값을 한다.
입안에 잣 향기가 가득 돌고, 이빨 사이에 잣 부스러기 몇 개가 기분 좋게 남는다. 두 사발을 단숨에 들이켜도 술기운이 쉬이 올라오지 않는다. 여자들도 입맛을 다시면서 한 잔을 쉽게 마신다.
“우선은 가평 물이 좋습니다. 꽤 깊은 샘물을 쓰는데 물맛이 좋고, 사계절 온도가 거의 같습니다. 막걸리는 숙성시키는 동안의 온도가 맛을 좌우합니다. 초단, 2단, 3단계로 나눠 5일 이상 숙성시키는데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늘 체크해야 합니다. 전분과 누룩, 물의 배합은 비밀스런 노하우라….”
다른 막걸리 공장에서 양조 기술을 배우고, 공장장을 거쳐 자신의 공장을 갖게 되었다는 가평주조의 전영기 사장. 그는 가평 잣 막걸리가 아무리 많이 홍보되어도 대량생산할 생각이 없고, 그럴만한 능력도 없다면서 품질 유지에만 전념하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