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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우리땅 우리맛] 설악산 정기 받아 만드는 전통 옹기장, 오색 된장ㆍ청국장
[우리땅 우리맛] 설악산 정기 받아 만드는 전통 옹기장, 오색 된장ㆍ청국장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09.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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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전통 옹기장의 풍경.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전통 옹기장의 풍경.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강원] 설악산 한계령 너머 오색약수터가 있다. 그 아래 백암 마을에서 우리 전통 된장과 간장·고추장·청국장이 익어가고 있다.        

설악산에 오색약수가 있지요. 약수가 아니라도 설악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물은 선녀의 얼굴 만큼이나 맑고 곱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계곡에 흐르는 물을 떠 마시면서 등산객들은 말합니다. 서울 수돗물 보다 낫다! 그렇게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작은 동네 백암 마을이 있습니다.

아침이면 앞뒷산에 운무가 가득 차고, 낮에는 푸르른 녹음이 짙은 숲향기를 뿜어대고, 밤에는 풀벌레 소리와 정적이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대는 마을. 그 마을에 전통 된장과 간장, 청국장을 만들고 있는 집이, 아니 사람이 있습니다.

대문 대신 옹기장 집을 알려 주는 장승.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대문 대신 옹기장 집을 알려 주는 장승.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설악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집은 자연환경과 전마이 좋은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설악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이 집은 자연환경과 전마이 좋은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옹기 장독대 옆에 소담스럽게 핀 수국. 고향 마을을 찾은 듯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옹기 장독대 옆에 소담스럽게 핀 수국. 고향 마을을 찾은 듯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만화가로, 만화 기획자로 이름을 날리던 서울 사람 최종대 씨. 한 때 70명이 넘는 만화가들로 일개 사단을 이끌던 사람이랍니다. 그런 그가 우리 전통 장(醬:간장·된장·고추장의 통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6년전. 이 동네에서 살아온 장인 어른의 강력한 권유에서랍니다.

먹는 것만 알던 사람이 만드는 일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만화가로 훈련된 호기심과 창의성이 발동한 거지요. 장 담그는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잖아요.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은 장을 담글 때면 길일을 정해서 새벽같이 목욕 재계하고,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를 한 후에 작업을 시작하셨지요.

봄에는 간장을 담고, 가을에는 메주를 쑤는데 가족들이 방문하면 어른들은 체험, 아이들은 콩의 건강학을 설명들을 수 있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봄에는 간장을 담고, 가을에는 메주를 쑤는데 가족들이 방문하면 어른들은 체험, 아이들은 콩의 건강학을 설명들을 수 있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장은 집안 여인들이 생명처럼 소중하게 생각한 겁니다. 옛말에 집안이 망하려면 장맛부터 변한다고 하지 않던가요? 그만큼 만들기도 어렵고, 관리하기도 어려운 게 장이랍니다. 전문가들도 5년을 주기로 장맛이 상해서 곤욕을 치른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 어려운 일을 남자가, 그것도 서울에서 만화가로 살던 사람이 장인 어른의 가업을 물려받아 팔을 걷어붙이고 덤벼든 겁니다.

그래서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던 사업체를 이제는 적어도 식구들 입 벌이는 할 수 있게 만들었고, 지난해 농업진흥청 주최 전국장품평회에서 맛과 색깔, 가격 부문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답니다. 왜 시련이 없었겠어요? 물이야 전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만한 좋은 물이랍니다.

14대째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진씨 일가가 식수로 사용하던 샘물을 사용하니까요. 콩은 전국에서 가장 알아주는 양양 콩을, 그것도 주문 계약 재배한 유기농 콩을 쓰고, 소금은 당연히 천일염을 쓴다네요. 천일염도 한두 해 지난 것이 아니라 5년 이상 간수를 빼낸 것이랍니다.

청국장은 삶은 콩을 광주리에 담아 온도, 습도, 산소를 맞춰 띄운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청국장은 삶은 콩을 광주리에 담아 온도, 습도, 산소를 맞춰 띄운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오색 청국장은 참나무와 소나무 장작불로 6시간 이상 삶는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오색 청국장은 참나무와 소나무 장작불로 6시간 이상 삶는다. 2003년 9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그런데도 만드는 과정에서 옛날 전통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노인들과 과학적 데이터를 겸비하려는 그가 자주 부딪쳐서 작품이 엉망이 되곤 했답니다. 예를 들어 할머니들은 옛날에 친정 어머니한테 배운 대로 섭씨 18도를 적정 온도라고 하는데 이제는 대기 온도가 달라져서 그대로 하면 상해버리는 거지요. 좀더 낮춰야 한답니다.

처음엔 메주만 만들어서 팔았는데, 전국에 메주 판매상이 워낙 많고, 완제품이 아니어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답니다. 된장이나 간장, 고추장도 쏟아 부은 공력에 비해 별 재미가 없었대요. 그때 생각해낸 것이 청국장이랍니다. 청국장은 맛에 비해 좀 고약한(?) 냄새 때문에 도시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지요.

최 사장은 청국장의 약점인 냄새를 없애기 위해 발효실에서 1년여를 고생했답니다. 그리고 콩을 삶을 때도 가스불과 장작불을 이용한 가마솥, 가마솥이 아닌 시루형 찜솥을 놓고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네요.

찜솥은 가마솥에 비해 훨씬 빨리 삶을 수 있고, 가스불은 장작불보다 편리하고 빨랐답니다. 그러나 이 댁 사람들은 가마솥에 참나무 장작과 소나무 장작을 섞어 사용하고 6∼7시간 동안 서서히 삶은 후, 뜸을 들인답니다.

청국장은 콩을 삶는 시간이 맛을 결정한다지 않습니까. 온도와 습도, 산소를 적절히 맞춰 띄우는데 광주리에 담아 정갈하게 띄워냅니다. 청국장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요. 국으로 끓여 먹는 것, 분말로 먹는 것, 날로 먹는 생청국장이 있지요.

유산균이 많이 있어서(요구르트의 약 10배) 변비나 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장복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답니다. 그래서 청국장 애호가들도 나날이 늘고 있는데 식전에 먹기도 하고, 식사와 함께 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술안주로 먹는 사람들도 있다네요.

실제로 생청국장에 고추장이나 캐첩을 발라 먹었더니 맛이 상큼하네요. 청국장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고.  

오색 백암마을 가는 길
서울 -> 인제 -> 한계령 -> 오색마을 -> 물레방아 휴게소 2km 직진후 -> 백암마을
부산 -> 양양 -> 한계령 및 설악산 오색 방면-장군바위 주유소 1km 직진후 -> 백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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