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청양] 삼천리 방방곡곡 어디를 가나 그 지방 고유의 민속주가 있다. 충청남도 청양. 칠갑산이라는 유서 깊은 산과 매운 고추, 구기자가 있는 고을이다. 구기자는 몇 개의 전설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면,중국 하서 지방에 3백90세가 되어도 얼굴 빛이 15세 소녀같은 여인이 있었다. 어느 날 산인이 그녀를 만나 가르쳐준 비법대로 구기자 술을 담가 먹었더니 백발이 까맣게 되고 새로이 치아가 났다고 한다.
청양군 운곡면 광암리에서 청양 둔송 구기주를 생산하고 있는 임영순(62세) 씨는 전통식품 명인이다. 10대째 종갓집 며느리 자리를 대물림하면서 무형문화재이며 한국 전통 민속주 구기자주 제조명인이 된 것.
“예전에는 그냥 시어머니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구기자 열매, 잎, 뿌리, 두충, 감초 등으로 술을 빚어서 동네 사람들이나 귀한 손님이 올 때 내놓았지요. 그런데 군청이나 면사무소 사람들이 외지 손님들을 모시고 와서 술맛을 보고 좋다고 칭찬을 하고, 사가고 그러대요.”
15년 전에 외지 손님들의 권유로 상표등록을 했다. 그리고 농림수산부 장관에게 ‘명인’ 등록을 받았다. 그것이 영광스런 일이긴 했지만 집안에는 적잖은 부담을 주었다. 은행 대출과 농림부 보조금을 받아 공장을 짓고 상품화를 시도한 것.
가족회의에서 돈 많이 벌 욕심을 부리지 말자고 결의했지만, 임영순 씨는 너무 많은 빚을 졌다며 웃는다. 빚을 다 갚고 며느리한테 대물림시켜야 할텐데… 지금 착한 며느리가 제조비법을 전수 받고 있다.
청양 둔송 구기주는 첫 맛이 좀 부담스럽다. 혀에 착 감기는 맛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 이 술을 맛본 사람들은 첫 잔을 들고는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는다. 세 잔을 마시면 은은한 술 향기가 입안에 돈다.
술맛을 꽤 아는 사람들은 마실수록 깊은 맛이 나는 술이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취기가 오를 때까지 마셔도 뒷날 아침이 유쾌하다. 한 마디로 골 때리는 술이 아니다. 억지로 과음하지 않으면 건강에 이로운 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