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10월호
[이색 여행지] 제주도에 개국한 재활용 생명나라, 탐나라공화국
[이색 여행지] 제주도에 개국한 재활용 생명나라, 탐나라공화국
  • 박상대 기자
  • 승인 2019.07.19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속적으로 꾸며지는 진행형 공화국, 뜻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2만원 비자 발급비, 내 맘대로 구경, 참여, 보람 느낄 수 있는 권리 부여

[여행스케치=제주] 제주에는 박물관과 공원이 많다. 남들이 쓰다버린 것들을 모아서 새로운 예술품과 생명체로 재탄생하는 상상나라, 창의적 콘텐츠를 생산하는 나라. 남이섬을 세계인의 관광지로 일군 강우현 대표가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 대사관 사람들이 다녀간 징표로 그 나라 국기가 계양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세계 여러 나라 대사관 사람들이 다녀간 징표로 그 나라 국기가 계양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있는 제주도 모형 섬과 작은 연못. 사진 / 박상대 기자
정문을 들어서면 왼쪽에 있는 제주도 모형 섬과 작은 연못. 사진 / 박상대 기자

여럿이 가꾸고 골고루 나누는 풍요로운 나라
제주 한림읍 정물오름 맞은편에 새로운 공원 공화국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 이름은 탐나라공화국. 이곳이 공화국이란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은 여러 사람이 더불어 심고 가꾸고 꾸미고 쌓고 닦고 있어서다.

탐라공화국으로 들어가는 입구. 사진 / 박상대 기자
탐나라공화국으로 들어가는 입구. 사진 / 박상대 기자

대주주 한 사람이나 대기업에서 투자해서 조성한 공원이 아니다. 전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방식으로 성의를 모아 꾸미고 있다. 이미 완성한 공원을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한 것이 아니라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계속 꾸며야 하기 때문에 진행형인 공화국이다.

여기에서 일하는 상근 노동자들도 사장부터 직원까지 같이 어울려 땀을 흘리고, 같이 나누어 가지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공간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즐겁고 보람 있기 때문에 임금이나 근무조건을 따지지 않는다.

기자는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는 콘텐츠 생산학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물체에 생명을 불어넣고, 버려진 쓰레기에 예술혼을 불어넣는 콘텐츠 창작소라고 할까!

탐나라공화국으로 들어가는 길 . 사진 / 박상대 기자
탐나라공화국으로 들어가는 길 . 사진 / 박상대 기자

탐나라공화국은 한림읍 중산간지역 언덕배기에 자리하고 있다. 도로와 인접해 있는데 거대한 현무암 덩어리로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고, 입구에는 세계 여러 나라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여기에 게양된 국기는 적어도 그 나라를 대표한 외교관이나 문화인이 다녀간 징표라고 한다.

국기게양대나 바닥에 깔린 보도 블럭, 화분과 철근 울타리, 작은 팻말까지도 누군가가 사용하다 버린 것을 가져다가 재활용한 것이다.

탐나라공화국을 한 바퀴 관람하고 나면, ‘지상에 있는 것 중 버려야 할 쓰레기는 없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상상력이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한다
입구를 들어서자 왼쪽으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보인다. 작은 카페(Lava)와 접견실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면 2만 원을 내고 비자를 발급받으라고 권한다.

단지 어느 공원에 구경하러온 사람이라면 비자로 대체한 입장료가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공화국을 마음대로 구경하고, 무슨 일에 참여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비자를 받아들고 옆으로 옮기면 이곳이 얼마나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인지 짐작하게 한다. 활화산에서나 볼 수 있는 용암(Lava), 마그마를 볼 수 있다!

현무암을 녹여서 용암을 만들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현무암을 녹여서 용암을 만들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땅 속에 구멍을 뚫고 보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빵틀처럼 생긴 작은 용광로에서 현무암을 녹여 만든 것이다. 현무암이 먼먼 옛날 용암이 식어서 만들어진 돌이니 그것을 다시 불에 달구면 녹아서 용암이 될까? 하는 상상력의 결과물인 것이다.

수십 수백 년 동안 화산섬 제주도에서 살고,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아무도 상상하지 않았던 일을 탐나라공화국 사람들이 실험하고 실행한 결과물인 것이다.

섭씨 1200도에서 돌이 용암으로 변하고, 그 용암을 이용해 다른 무엇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여행객들은 깜짝 놀란다. 상상력의 결과물은 새로운 콘텐츠로 탄생한다는 진리를 체감하게 한다.

탐나라공화국 건설에 앞장서고 있는 강우현 대표. 사진 / 박상대 기자
탐나라공화국 건설에 앞장서고 있는 강우현 대표. 사진 / 박상대 기자

모든 예술은 상상력에서 시작합니다. 쓰레기로 예술품을 만드는 것도 상상력이지요. 오는 사람 막지 않습니다. 누구나 함께할 수 있지요. 내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상상해야지요.”

디자인 전문가 강우현 대표는 남이섬을 세계인에게 한국의 관광명소로 개발했다. 강 대표는 무관심의 땅, 버려진 땅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예술혼을 불어넣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게 한 상상력 전문가이다.

탐나라공화국은 무관심의 땅에 새로운 생명력을 심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둔 것은 책이다.

다양한 책들이 한 벽면에 꽂혀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다양한 책들이 한 벽면에 꽂혀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주변에서 보내준 책들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그 책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주변에서 보내준 책들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그 책들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책은 지식정보 덩어리이자 지식창고이다. 많은 사람들이 책 속에서 인생의 나아갈 길을 찾고, 책의 가르침을 따라 세상을 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유치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책과 더불어 살지만 책에서 고마움을 느끼는 것은 순간이고 곧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 집안을 차지하고 앉아 먼지를 생산하는 쓰레기 취급을 받다가 폐품으로 버려진다.

그런데 이곳에는 책들이 많이 쌓여 있다. 남들이 버린 책들을 모아서 서재를 만들고, 카페를 만들고, 미술관을 만들었다. 버려진 책들의 무덤이 새로운 생명의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책은 지식정보의 주도자에서 쓰레기가 아닌 인테리어 소품으로 거듭난 것이다.

탐나라공화국 내에 있는 연못의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탐나라공화국 내에 있는 연못의 모습. 사진 / 박상대 기자

자연과 인간이 하나된 공간에 노자 철학도 감동
탐나라공화국에는 연못이 많이 있다. 제주도가 물이 귀한 땅이라서 연못을 만들어보자는 상상력의 결과이지만, 여행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숨은 뜻도 담겨 있다.

이곳에 고만고만한 연못 80여 개가 조성되어 있고, 더러는 물고기나 양서류 등 생명체가 살고 있다. 몇 군데에서는 연꽃이나 수생식물이 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곳에는 도교경전인 도덕경 道德經의 저자로 알려진 노자를 기리는 공간 노자원이 있다. 겉에서 보면 작은 건축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지하에 근사한 전시공간과 도서관, 회의공간이 있다.

라오체홀에는 세계적인 진흙 조각가 위칭청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라오체홀에는 세계적인 진흙 조각가 위칭청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 박상대 기자

한국제주노자예술관이란 간판을 단 라오체홀이다. 이 건물은 왠지 좀 어설퍼 보이고, 바깥에 작은 연못이 에워싸고 있어서 짓다 만 건물처럼 보인다.

건물을 지을 때, 40평짜리 건물을 짓기로 허가를 냈는데 동그랗게 80평짜리 건물이 되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40평만 지붕을 덮어 합법적 건물이 되도록 했다.

라오체홀에는 중국 노자의 고향인 하남성 문화청에서 얻어온 노자 관련 자료가 많이 있다. 하남성 출신 유명 진흙 조각가 위칭청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라 상당한 값을 지불해야 하는 작품도 있는데 모두 무료로 기증한 것이다.

탐나라공화국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어떤 공간에는 일부터 지어낸 전설이 담겨 있기도 하고, 어떤 담벼락이나 인테리어를 보며 스스로 이야기를 지어낼 수도 있다.

그릇 조각과 술병, 농기구와 부엌용품을 보면서 옛 추억이 떠오른다. 먼 옛날 할머니들이 사용하던 것들, 흙을 긁어낸 후 드러난 수만 년 전 마그마의 흔적인 절벽과 돌덩어리, 어느 지방에서 보낸 특산품들 이야기까지 다양하고 흥미롭다.

재미난 글씨들이 새겨진 돌들. 사진 / 박상대 기자
재미난 글씨들이 새겨진 돌들. 사진 / 박상대 기자

탐나라공화국을 탐험하다보면 여기저기 돌에 재미있는 글씨들이 새겨져 있다. ‘길이 없어 길을 내고, 산이 없어 산을 만들다 물이 없어 하늘 빗물 연못에 담는다’ ‘내일도 모레도 만나는 날은 오늘입니다등등 강우현 대표의 카피들이 시선을 끌어간다.

강 대표는 남이 하는 일과 반대로 하나보니 역발상 경영, 생각나는 대로 꾸미다보니 상상경영, 버리는 것 다시 쓰다보니 창조경영, 사진 찍힐 곳 만드니까 디자인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한다.

Info 제주탐나라공화국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81-9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