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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섬] 추억이 잡아당겨 되돌아 본 섬, 선유도
[이달의 섬] 추억이 잡아당겨 되돌아 본 섬, 선유도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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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선유도에 내려 앉는 아름다운 낙조.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선유도에 내려 앉는 아름다운 낙조.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군산] 선유도 여행은 초행길이 아니다. 십수 년 전 군에 간 교생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친구와 함께 겨울바다를 가던 일이 생각난다. 눈발이 날리던 바다 한가운데 서서 교생선생님의 눈 속에 담긴 바다를 보았다. 아득한 시간을 돌아서 다시 선유도에 간다. 세월을 건너온 섬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는다.                                           

오후 2시 40분 선유도행 마지막 배를 타기 위해 초등학교 운동회때 달리던 실력으로 뛰어서 붙잡아 탓다. 갑판 위로 올라가니 이미 만원이었다. 토요일이 여가 시간으로 주어진 탓인지 친구들과 낚시 가방을 메고 떠나는 사람들, 부부동반 여행객이 대부분이었다.

여행객들의 어수선한 잡담이 갑판 위를 장악하고 있는 틈 사이에 초등학생인 듯 싶은 아이 둘을 데리고 운동복 차림으로 여행을 떠나는 가족이 인상적이었다. “어디에서 왔어요?” “청주에서 왔는데요. 아빠가 쉬는 토요일이라 학교 수업은 뒤로 미루고 갯벌체험학습 여행을 떠나는 중입니다.” 교육의 첨단을 걷는 부부였다.

바다위에 점점이 더 있는 해태양식장. 태풍 매미가 다행이 이곳은 피해갔다.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바다위에 점점이 더 있는 해태양식장. 태풍 매미가 다행이 이곳은 피해갔다.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된장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는 어머니 같은 장자도
햇살이 바다 위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한낮, 나도 갑판 위에 널려진 채 1시간 50분쯤 바다를 건너 왔을까? 선생님 대신 선유도 선착장에 세워진 관광안내지도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예전에는 리어카가 운송수단이었는데 지금은 자동차로 주인이 바뀐 듯 싶다.

민박집 자동차가 호객행위를 하는 사이를 비집고 선유2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바닷물이 만조를 이루어 도로까지 혀를 낼름거리고 있다. 선유팔경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쪽으로 빠져나가는 햇살을 붙잡았다. 6시 40분쯤 장자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유낙조를 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전거를 빌렸다.

선유도와 장자도, 무녀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만 자동차는 통행금지 상태다. 걸어서 가기에는 지루하고 자전거 하이킹하기에 딱 이다. 나는 자전거 무면허라 2인승 자전거를 빌려 동행한 미소(다움 까페 바닷가 우체국장.청주대학생)가 운전을 하고 뒷좌석에서 선유팔경을 찾았다.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능선 길을 달리고 있을 때 맨 처음 은빛바다와 조화를 이룬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 왔다. 소란스럽던 여름바다를 잃어버린 채 덩그마니 놓여 있는 모습이 외로워 보였다. 누군가가 백사장에 흘리고 간 ‘나 잡아봐라’ 소리가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조개를 출하하는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조개를 출하하는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선유봉과 장자교.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선유봉과 장자교.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조금 지나 장자교 근처에서 장자어화(장자도의 고깃배)를 만났다. 바다로 내려앉은 노을 위에 배들이 줄을 맞추고 서있는 풍경은 된장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는 어머니 같았다. 빨간색을 칠한 장자교를 건너가자 노을이 부벼대는 언덕이 있었다. 그 곳에서 선유낙조가 빨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둠이 급하게 길을 지워버리는 바람에 남겨진 선유팔경은 내일 찾기로 하고 파도소리를 베고 누워 잠을 청했다.

붉은 바다 수선스럽더니 해 떠오른다
다음날 새벽 어제 해가 빠진 곳에서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리는데 내가 자리 잡은 곳이 촬영 포인트인지 사진동호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6시 20분이 지나자 주변을 어수선하게 붉은 색으로 칠하더니 해가 산 위로 올라섰다. 내가 보기에 가장 먼저 햇빛이 가 닿는 곳은 장자봉 남쪽에 있는 장자할매바위였다. 남편이 장원급제하여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바위가 되었다는 할매바위는, 지금도 흰 띠로 아기를 업고 남편 향한 마음을 뭍으로 보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준다는 할매바위.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사랑하는 사람과 이어준다는 할매바위.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이제 이 곳은 사랑을 약속하는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나요. 장자할매바위를 보면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세요. 사랑은 잘 이루어지지만 만약 외도하면 돌이 된다는 새로운 전설이 전해진다고 하네요’ 사랑도 약속하고 바닷가 쪽으로 난 몽돌밭길을 걸으며 파도소리를 들으면 연인의 마음을 확실하게 붙잡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비가 오는 날에 볼 수 있는 망주폭포
다시 자전거 바퀴를 돌려 무녀도 쪽으로 길을 냈다. 갯벌에는 사람들이 갈매기처럼 앉아 있고 해수욕장 옆으로 무뚝뚝하게 서 있는 망주봉이 보였다. 비가 오면 선유팔경의 하나인 망주폭포를 볼 수 있다. 망주봉은 유배되어 온 충신이 매일 산봉우리에 올라 한양 땅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워하였던 곳이라는 유래가 있다.

곧 바로 망주봉에서 내려다보면 기러기가 앉은 듯한 모래밭이 있는데 이곳이 평사낙안이다. 다시 선착장을 지나 깎아지른 듯한 언덕을 오르자 선유교가 바다를 건네주었다. 오른쪽 바다에서 무인도이자 바닷새의 천국이기도 한 3개의 섬 삼도귀범을 찾았다. 그밖에 신시도 월영산 달빛아래 날리는 단풍을 월영단풍, 끝으로 투구 쓴 병사 같은 모습의 섬 봉우리를 무산십이봉이라고 한다.

무녀도에서 조개 채취하는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무녀도에서 조개 채취하는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김상미 객원기자

바닷물이 빠져나간 무녀도 갯벌에는 사람들이 모여 조개를 채취하고 있었다. 종패는 뿌리지 않고 자연산 바지락, 굴을 봄·가을에만 수확한다. 주로 멸치잡이가 생업이었는데 지금은 해태양식을 많이 한다고 했다. 무녀교 밑에서는 수집된 조개의 무게를 다느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마지막으로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둘러보고 무녀교를 넘는데 신시도를 떠나오던 배가 뱃고동을 길게 울렸다. 섬을 떠나기 위해 길게 늘어서 행렬 뒤로 산 그림자가 배웅을 하고 있었다.

Tip
연인을 위한 자전거 하이킹
걷기에는 지루한 거리라서 자전거를 빌려 움직여야 한다. 자전거 대여점은 선착장 앞이나 선유도 해수욕장 근처에 있다.

흰 섬의 검은 물떼 새를 따라가자
흰섬 부근에 천연기념물인 검은물떼새와 가마우지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떼 지어 날아오르는 새의 가벼움을 따라 날아가 보자.

강태공처럼 세월을 낚자
새우 한 봉지와 낚시줄, 낚시 바늘만 있으면 장자교 위에서 우럭 낚시를 할 수 있다. 서툴게 낚시를 드리워도 눈먼 우럭이 줄을 잡아당긴다. 그 밖에 선유도나 장자도에서 막 담근 까나리액젓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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