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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펜션여행] 사람과 나무가 함께 호흡하는 집, 남양주 둥지펜션
[펜션여행] 사람과 나무가 함께 호흡하는 집, 남양주 둥지펜션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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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남양주 둥지펜션 전경.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남양주 둥지펜션 전경.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남양주] 주인장이 만화가라고? 그렇다면 긴 머리에 조영남이 쓰는 까만 뿔테안경을 낀 배불뚝이 괴짜양반은 아닐까라는 황당한 상상 속에서 시작한 여행길이었다.                                   

마석살이 벌써 7년째라는 주인은 펜션 지을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곳의 계곡과 숲이 좋아  땅부터 사버렸단다. 다행히 전원주택을 두번이나 지어 살아본 경험이 있어 펜션을 지을 때는 아예 만화도 손놓고 집짓는 목수가 되었다.

“다른 통나무집하고 차이점이요? 잘 적응하고 튼튼하라고 100% 국내산 목재를 사서 하나하나 재단하고 붙여 식물성 기름칠을 했습니다. 귀를 한번 기울여보세요. 나무가 헥헥 거리며 숨을 쉬잖아요.”

지나가는 주인아저씨 말에 나는 정말 나무가 소리를 내는 줄 알고 귀를 가져다 댔더니 주위 사람들이 파안대소 했다. 나뭇결 하나하나가 숨을 쉬기 때문에 하룻밤 자고나면 몸이 개운해 진다는 <둥지펜션>은 7월에 오픈을 했다는 데도 아직 나무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들면서 해요”하며 바구니 가득 꺼내온 찐 밤을 권하며 주인댁은 하소연을 한다.

“올해는 너무 비가 많이 와서 속상해요. 맛있는 밤이 비에 맞아 다 떨어지고 썩어 버렸어요.” 주인댁이 내뱉은 푸념은 그냥 흘릴 소리가 아니었다. 얼마나 밤나무가 많은지 마당과 계곡에 수북이 밤송이가 떨어져 있어 굳이 따지 않고 주워 올리기만 해도 비닐봉지 하나가 금세 불룩해진다.

펜션 앞을 흐르는 시원한 계곡 물줄기.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펜션 앞을 흐르는 시원한 계곡 물줄기.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그러고 보니 이곳은 펜션이라기보다는 자연학습장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밤나무, 1천4백그루의 잣나무, 초봄에 빨간 자태를 자랑하는 산수유나무로 둘러 싸여 있다. 열매는 그냥 가져가도 된다. 보호되고 있는 산수유만 빼면 밤을 따거나 떨어진 열매를 주워가는 것은 이 펜션의 서비스란다.

“가을에는 이렇게 밤도 따고 단풍도 구경할 수 있지만 봄에 오면 치마 가득 봄나물도 캐고, 여름에 오면 집 앞 계곡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어요. 그리고 겨울에 오면 축령산의 세 가지 절경을 볼 수 있는데, 설경과 설화 그리고 다른 데선 쉽게 볼 수 없는 빙화를 보실 수 있어요. 하지만 빙화는 정말 운이 좋아야 볼 수 있죠.”

계곡으로 내려가는 산책로에 밤들이 떨어져 있다.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계곡으로 내려가는 산책로에 밤들이 떨어져 있다.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런 장점도 장점이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진정한 매력은 인간냄새 풀풀 나는 주인내외인 것 같다. 방 열쇠만 내놓고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는 주인들과는 달리 이들은 항상 손님들과 함께 고기도 굽고 술잔도 기울이며 인생을 나누기 바쁘다.

손님으로 왔다가 하숙생이 된 도희 아빠에 따르면 ‘처음에는 이 집 주위의 자연이 좋아서 들렀지만 농담을 진담처럼 하는 인정 많은 주인과 화끈한 주인댁과 정들어서’ 이 곳에 정착했을 정도란다. 때문에 이들과 교감을 나누고 싶다면 오래도록 엉덩이를 붙이고 술 한 잔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둥지펜션의 내부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둥지펜션의 내부 모습. 2003년 1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취재 도중 안주인이 이 말만은 꼭 써달라고 한다. “펜션이라고 하니 호텔이겠거니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세요. 그러나 저희 집은 호텔만큼 좋은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지는 못했어요. 대신 저희 집에는 멋진 자연과 여행자들이 어우러진 웃음이 있어요. 그러니까, 언제라도 오실 때는 마음을 좀 더 열고 오셔서 푹 쉬시다 가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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