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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숯가마 체험] 무독, 무취, 무해한 숯처럼 몸을 구워 보세요~ 원주 제일참숯공장
[숯가마 체험] 무독, 무취, 무해한 숯처럼 몸을 구워 보세요~ 원주 제일참숯공장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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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참나무 숯 열기로 몸 속 노폐물을 빼는 원주 제일참숯공장의 모습.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참나무 숯을 만드는 원주 제일참숯공장의 모습.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원주] 숯가마 찜질이란 숯을 구워낸 황토 가마 속에 들어가 그 열기를 몸에 받는 걸 말한다. 그렇다고 숯 꺼낸 가마에 곧바로 들어갔다간 그야말로 숯이 되고 만다. 1천도 이상의 고열로 일주일이상 달구어진 황토 가마이기에 이틀은 지나야 들어갈 수 있다. 그래도 10분을 버티기가 힘들다.         

뜨거운 열기를 참으며 땀을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하다. “눈이 약해요. 난시인데다… 그런데 숯가마 찜질을 하고 나면 밝아지는 것 같아요.” “어깨 아파서 죽겠다던 사람이 하루 하고 나더니, 가뿐 해졌디야… ” 찜질객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숯가마 찜질 자랑을 한다.

숯가마 입구에 평상에서 점심이나 과일 등을 먹으며 쉴 수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숯가마 입구에 평상에서 점심이나 과일 등을 먹으며 쉴 수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수년을 고생한 오십 견이 하루 만에 나았다니 쉽게 믿기진 않지만 잘 아는 친지가 그랬다는데 안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외에도 고혈압이나 중풍, 비만이나 두통, 디스크, 팔다리 쑤실 때 등등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만한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을 정도다.

원주 제일참숯공장에서는 16개의 가마가 쉼 없이 돌아가며 숯을 구워낸다. 덕분에 항상 숯가마 찜질을 할 수 있다. 숯을 굽는 가마들은 불 땐 날짜가 각기 다르고 숯을 꺼낸 날짜도 다 틀리다. 그래서 자기 취향에 맞게 고온, 중온, 저온 이렇게 세 가지 가마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숯을 꺼낸 지 이삼일 지난 고온 가마는 얼굴과 머리에 수건을 칭칭 동여매고 어깨에는 방석을 덧대어야만 10여분이나마 버틸 수 있다. 뜨거운 것을 못 견디는 이들은 중온이나 저온 가마를 찾아간다. 체험 효과는 온도와 상관없다고 한다.

제일참숯공장은 매일 고온 중온 저온 가마를 운용한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제일참숯공장은 매일 고온 중온 저온 가마를 운용한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숯가마의 효능은 황토에서 발산하는 원적외선과 숯이 구워지면서 나온 음이온, 각종 미네랄 성분 등에서 비롯된다. 이런 성분들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여 몸속에 쌓인 각종 노폐물들을 땀과 대소변으로 배출시킨다는 것. 요즘 사람들이 걱정하는 중금속 성분도 빠진다고 한다. 또 숯가마처럼 높은 온도에서 찜질을 하고 있으면 암세포가 활동을 멈추기 때문에 암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제일참숯공장은 13년째 숯을 굽는 공장이다. 원주시청 홈페이지에 가면 ‘황골참숯가마찜질방체험’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공장이 있는 곳이 치악산 밑자락 황골이다. 2년 전부터 찜질을 할 수 있도록 가마를 개방했는데 시중의 일반 찜질방 생각하면 오산이다. 본래 숯을 굽는 곳이라 서비스를 위주로 하는 찜질방과는 달리 대접이 좀 투박(?)하다.

넓은 마당 한 구석에 있는 콘테이너 박스가 카운터이고 따로 떨어진 본채 사무실 안쪽에 탈의실이 있을 뿐, 도시민이 좋아하는 세련된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 숯가마 역시 사무실 앞에 그날 개방하는 숯가마 번호 표시를 한 걸 보고 찾아가야 한다.  

숯을 무료로 제공하는 바비큐 시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등의 행위를 하면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숯을 무료로 제공하는 바비큐 시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등의 행위를 하면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콘테이너 박스 뒤편에 숯불 바비큐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데 숯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시끄럽게 떠들면 퇴장(?)시킨단다. 그래도 찾는 이는 넘쳐나 주중에도 관광버스가 몇 대씩 들어온다. 상업적이지 않은 소박한 맛에 더 찾는지도 모르겠는데 겨울철이면 북적대는 손님들 때문에 본업이 바뀐 듯한 느낌도 들 정도다.      

숯을 구을때는 입구를 벽돌로 막고 다시 황토로 발라 밀봉시킨 가마.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숯을 구을때는 입구를 벽돌로 막고 다시 황토로 발라 밀봉시킨 가마.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숯은 참나무로 만든다. 황토 가마에 켜켜이 참나무를 쌓고 사람하나 들어갈 만한 좁은 입구를 벽돌로 쌓아 막은 다음 다시 황토를 발라 완전히 밀폐시킨다. 그 다음 아궁이에서 불을 때는데 그 열기로 가마 안의 나무에 불이 붙어 숯이 되는 것이다. 나무 하나 하나가 순수한 불덩이 그 자체가 될 때까지 일주일 이상을 탄다.

가마 뒤로 뺀 연통은 나선형으로 되어 있다. 나무가 타면서 나온 뜨거운 연기가 대기와 만나며 만들어내는 액체, 참나무 목초액을 받기 위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목초액은 한 가마에서 서너 드럼통이 나온다고 한다.

숯가마 입구 밑을 헐고 아직 불덩이인 숯을 긁어내 식히면 백탄이 된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숯가마 입구 밑을 헐고 아직 불덩이인 숯을 긁어내 식히면 백탄이 된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그렇게 일주일 이상이 지나면 가마 입구를 뜯는데 한꺼번에 뜯는 게 아니다. 밑 부분만 한 30cm 정도 뜯어내고는 쇠스랑으로 숯을 꺼낸다. 여전히 벌겋게 달아 있는 숯을 끄집어내서는 재빨리 탄재와 흙으로 덮어 식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숯이 백탄이다. 겉보기에 희어 백탄이라 부르는데 물로 씻어내면 검어진다.

백탄은 공기와 닿으면서 남은 유해가스를 마저 태우고 무독의 상태가 된다. 장식용이나 건강용품, 숯불구이에 쓰는 숯이 이 백탄이다. 문을 뜯지 않고 가마채 식혔다가 꺼내기도 하는데 이 때 숯을 검탄이라고 한다. 검탄은 밀폐된 공간에서 그대로 식어 가스성분이 남아 있기에 건강용품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대신 불이 잘 붙어 산업용으로 쓰인다.

막연하게 ‘숯이 좋다’는 이야기만 들은 사람에게 그 효능을 세세히 이야기 하면 입이 딱 벌어지고 못 미더워 한다. 겉으로야 끄덕이지만 속으로는 ‘설마, 그럴라고’ 하는 눈치이다. 아마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해왔던 숯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숯은 우리 몸 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게 도와준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숯은 우리 몸 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하게 도와준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그런데 믿는 사람은 또 열성적이다. 온 집안을 숯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경우도 있단다. 전자파를 막기 위해 TV, 전자렌지 옆에 두고, 수돗물에 담가 광천수를 만들어 마시고, 밥 위에 얹어 짓고, 아예 숯가루를 한 숟갈씩 먹고….

숯이 가진 대개의 효능은 뛰어난 흡착력에서 나온다. 숯 1g의 표면적은 3백에서 4백 평방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미세한 구멍이 각종 세균이나 불순물을 빨아들이고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숯가루를 복용하면 간장이나 신장, 소화관의 기능이 좋아지는 것도 불순물을 흡수하는 강한 흡착력 덕분이다. 중금속이나 약물 중독 등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 원리이다.

그러나 이용할 때 주의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숯가루를 복용할 경우 그냥 먹다가 기도가 막힐 수도 있으므로 반드시 물에 개어 먹는다거나 숯을 세제로 닦아서는 안 된다는 것 등등. 숯가마 체험장에 가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목초액 숯을 구울 때 나오는 연기에서 추출한 참나무 목초액은 다량의 원적외선을 방출한다.

연통이 빙글빙글 휘어진 것은 목초액을 받기 위해서이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연통이 빙글빙글 휘어진 것은 목초액을 받기 위해서이다. 2003년 12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물에 타면 물 분자를 아주 조밀하게 만들어 산소를 많이 품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때문에 목욕물에 소량만 타도 미용이나 피부병, 냉증 등의 치료에 온천수 몇 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숯을 이용한 건강법이 관심을 모으면서 목초액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목초액은 염증이나 냉대하증, 비듬, 무좀, 피부미용, 축농증, 악취제거, 개미 등 해충 퇴치 등등에도 쓰인다고 한다.

몸에 바르는 목초액을 다시 걸러 마실 수 있게 만든 드링크제도 나와 있다. 목초액의 효과를 본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이용할 때는 정확한 희석량이나 용량을 사용해야 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다양한 효과가 있다고 해서 만병통치약으로 오인하고 과신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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