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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사찰체험기행] 전통문화 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낙산사 1박 2일
[사찰체험기행] 전통문화 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배우는, 낙산사 1박 2일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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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낙산사에 있는 해상관음상. 낙산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지 않아 대웅전이 없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낙산사에 있는 해상관음상. 낙산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지 않아 대웅전이 없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여행스케치=양양] 이땅에 불교가 들어온 지 1500년. 그 긴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생활이고 문화였던 불교. 사찰을 찾아 바루 공양, 참선, 다도, 108배 등의 사찰문화를 체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찰 체험이란 사찰에서 며칠을 묵으면서 스님들이 해온 생활을 체험하는 것. 어느 종교든 성직자의 길은 외롭고 엄격하다. 생활의 기초는 절제!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먹는 양을 줄이고, 씀씀이를 줄이고, 휴식 시간을 줄인다. 그들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한다. 이것은 인류가 지향해온 ‘더불어 삶’이고, 생존의 가치다.

낙산사 입구 홍예교를 들어서는 체험 여행 가족들. 체험 교육은 의상대사 교육관에서 한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낙산사 입구 홍예교를 들어서는 체험 여행 가족들. 체험 교육은 의상대사 교육관에서 한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그러나 이런 가치는 쉽게 지켜지지 않았다.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인간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거대한 사회는 물론 가정도 뿌리가 흔들리고 울타리가 무너지고 있다. 절제된 생활을 하지 않은 탓이다. 천주교나 기독교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절제된 생활을 가르치고 있다. 과연 사찰에서는, 스님들은 절제된 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연중 무휴로 상설 사찰 체험 교실이 열리고 있는 동해안 양양의 낙산사를 찾았다. 1박2일은 물론 1주일도 체험이 가능하다는데…

사찰내 스님들의 절제된 생활과 다도에 대해 설명하는 스님.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찰내 스님들의 절제된 생활과 다도에 대해 설명하는 스님.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우리 차를 마실 줄 알아야 하나니…
다도(茶道)! 차를 마시는데 도가 필요하다! 뜨거운 물에 차 잎을 담가 후루룩 마시면 되지 않을까? 커피를 타는데 물의 온도를 따지며, 커피 양을 따지는가? 크림과 설탕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제 입맛에 맞춘다. 그러나 한국 차는 커피에 비유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다도를 배우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단정히 해야 한다. “온세상 모두가 청정한 법신(부처의 몸)인데 누가 몸을 함부로 굴리며, 남의 잘잘못을 시비하는가? 그것은 중생의 분별일 뿐이다.”  

차를 마시는 가족들. 청량음료에 입맛이 길들여진 아이들도 차를 잘 마신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차를 마시는 가족들. 청량음료에 입맛이 길들여진 아이들도 차를 잘 마신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찰문화 체험교육 담당인 법공 스님은 짧은 인사말을 마친 뒤 다도를 가르친다. 다기들의 이름을 먼저 일러 준다. 다기 차호 차측 수구 찻잔. 수구에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찻잔에 골고루 따라서 찻잔을 씻고, 다기를 씻어 퇴수 그릇에 그 물을 붓고… 수구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다기에 찻잎을 넣고… 수구(사발)를 들 때는 네 손가락으로 받쳐서 들고, 특히 찻잔은 오른 손으로 들고 왼손으로 받쳐서 일직선이 되게 한다.

차는 곡우 무렵에 따는 잎으로 만든 우전이 가장 상품이고, 각기 12일 간격으로 따는 세작  중작 말작이 뒤를 잇는다. 우전은 차맛을 제대로 아는 큰스님들이나 마시는 것. 차는 모두 네 번 우려 마신다. 차는 차례로 쓴맛 단맛 짠맛 떫은맛을 맛봐야 제맛을 느꼈다고 할 수 있다.

차는 머리를 맑게 하고 눈을 맑게 해준다. 귀를 밝게 하고 갈증을 멈추게 하고 피로를 풀어 준다.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기도 한다. 차를 우려낸 잎은 버리지 않고, 바로 양념해서 먹거나 볶아서 먹으면 반찬이 된다. 말린 잎을 베개 속에 넣어도 좋다.      

수행하는 분들은 잠과 잡념을 쫓기 위해 차를 즐겨 마신다. 청량 음료에 길들여져 있던 아이들도 차를 잘 마신다. 집에서는 쓰다며 고개를 돌리던 아이들이다.    

음식을 먹을 때는 반찬을 먹을 수 있는 양만 덜어서 먹어야 한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음식을 먹을 때는 반찬을 먹을 수 있는 양만 덜어서 먹어야 한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발우 공양은 내 입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네…
우선 내 몸이 부처의 몸이니 중앙에 바른 자세로 앉힌다. 공양(供養)은 내 입안에 음식물을 집어 넣는 일이지만 사실은 부처의 몸을 공양하는 일. 음식이 입에 들어가기 전에 그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고생했을지 헤아릴 것! 식탐하지 않고, 음식을 먹은 후 얼마나 많은 덕행을 할지 생각할 것!

내 배가 불렀다고 세상(자연)을 오염시키지 말 것! 물의 소중함을 알고, 감사할 것! 밥을 먹을 때는 입이 그릇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고, 그릇이 입에 다가가게 한다. 밥은 내가 먹을 수 있는 양만 푸고, 국과 반찬도 마찬가지다.

발우는 모두 넷. 가장 큰 게 어씨발우(밥그릇)이구 차례로 일분자(국그릇) 이분자(반찬그릇) 삼분자(헹굼 물 그릇)라 한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발우는 모두 넷. 가장 큰 게 어씨발우(밥그릇)이구 차례로 일분자(국그릇) 이분자(반찬그릇) 삼분자(헹굼 물 그릇)라 한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음식을 담았던 그릇은 미리 국물에 씻어 둔 김치 이파리로 깨끗이 씻어낸 후 그 물을 내가 마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헹굼을 한다.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말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놀랍게도, 반찬 투정을 많이 한다는 아이들까지 제 손으로 음식을 깨끗이 먹어 치우고, 바루를 잘 씻어 놓을 줄 안다. 신기할 따름이다. 한 엄마가 말한다. 일주일만 여기다 맡겨 두면 밥투정하는 버릇을 싹 고칠 수 있겠다고.

꼿꼿한 자세로 참선을 체험해 보고 있는 여행객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꼿꼿한 자세로 참선을 체험해 보고 있는 여행객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참선은 정신과 몸을 바로 세우는 훈련이거늘...
참선은 몸을 바르게 하여 정신을 바르게 하는 수행이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양다리를 당겨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턱을 당기고 어금니를 물고 혀를 입천장에 붙인다.

시선은 20도 정도 아래로 향하게 하여 지긋이 눈을 감는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감싸고 반쯤 구부린 채 양 엄지손가락이 거의 맞닿게 하여 배꼽 아래다 고정시킨다. 몸을 바르게 하였으면 내가 가장 가까이 해야 할 사람을 생각한다.

사찰 체험 가족들은 범종을 타종하며 소원을 비는 경험ㅇ르 할 수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찰 체험 가족들은 범종을 타종하며 소원을 비는 경험ㅇ르 할 수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몸과 마음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람, 나와 평생을 함께 할 사람, 언제나 감사하며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 그 사람을 생각하며 긴 호흡을 시작한다. 그것이 사랑이다. 영혼을 맑고 아름답게 하는 수련이다.

공양을 하는 시간에도 가끔 잡음을 내던 아이들이 모두들 깊은 고요 속에 빠져든다. 어린 아이들의 참선하는 모습이 곧 부처님이 꿈꾸던 세상이 아닐까?

사찰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108배를 하는 시간이다. 나를 낮추고 잘못을 참회하고 영혼을 맑게 하는 시간이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찰 체험의 하이라이트는 108배를 하는 시간이다. 나를 낮추고 잘못을 참회하고 영혼을 맑게 하는 시간이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백팔배로 잘못과 죄를 참회하나니…
낙산사에는 대웅전이 없다. 석가모니불을 모시지 않고 관음보살상을 모신 탓이다. 관음보살은 세상 모든 중생이 해탈하기 전에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중생의 기도 소리를 듣고 소원을 들어 주려는 구원의 보살이다.

해수관음상을 모시고 있는 보타전에서 저녁 예불 후, 저녁 공양을 마치고 108배를 한다. 물론 하고 싶은 사람만 참여한다. 오체투지로 참회한다. 진심으로 말을 조심하고, 남을 비웃지 않고, 남을 탓하지 않고, 남의 잘못을 눈에 담지 않고 내 가슴에 담아 거울로 삼겠나이다.

사찰문화 체험을 하는 가족들이 108배를 하는 보타전. 법당 안의 관음보살상은 모두 목불(木佛)이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사찰문화 체험을 하는 가족들이 108배를 하는 보타전. 법당 안의 관음보살상은 모두 목불(木佛)이다. 2003년 12월. 사진 / 박상대 기자

세상 모든 것은 내것이 아니거늘 아껴 쓰고,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게 하고, 소중하게 다루겠나이다. 아이들은 이마에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히도록 온몸으로 절을 한다. 매일 같이 백팔배를 하며 참회하면 얼마나 좋을까.

1박2일 사찰체험을 마친 아이들은 너나없이 재밌었다고 말한다. 어른들도 고리타분한 불교  문화를 생각했다가 삶의 근본을 다시 일깨운 좋은 시간이었다고 흡족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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