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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가족여행] 밤 기차의 낭만 속으로! 정동진 해맞이 기차여행
[가족여행] 밤 기차의 낭만 속으로! 정동진 해맞이 기차여행
  • 여행스케치
  • 승인 200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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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풍경. 2003년 12월. 사진 / 김수경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풍경. 2003년 12월. 사진 / 김수경

[여행스케치=강릉] 밤 11시 58분 청량리. 드디어 정동진 해맞이 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차는 거리의 반짝이는 네온사인을 뒤로하고 어둠을 가르며 달려 나아갔다. 밤이 늦었건만 평소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고 졸랐던 지훈이의 눈빛도 초롱초롱했다.       

우리는 밤 기차를 처음 타봐서 약간은 흥분되고 분위기도 궁금하였다. 밤 기차를 타고 새벽에 정동진에 도착하여 동해의 장엄한 해돋이를 감상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듯 싶어 계획한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태백에 들러 탄광촌의 모습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맛있는 한우고기도 먹어보고 싶었다.

짧은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미리 인터넷에서 들러 볼만한 곳과 먹을 만한 식당을 찾아 연락처를 알아놓았다.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동 판매 아저씨가 다양한 군것질 거리를 담은 수레를 밀고 왔다. 조그만 수레에 정말 많은 제품을 팔고 있었다. 우리는 그중에서 삶은 계란과 오징어를 골라서 사 먹었다. 기차에서 먹는 삶은 계란은 역시 꿀맛이었다.

철길 뒤로 파란 바다가 내다보이는 정동진 풍경. 2003년 12월. 사진 / 김수경
철길 뒤로 파란 바다가 내다보이는 정동진 풍경. 2003년 12월. 사진 / 김수경

새벽 한두 시가 되니 기차 안은 조용해지고 승객 대부분이 잠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눈만 감고 있을 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원래 낯선 곳에서 잘 자지 못할뿐더러 조명을 끄질 않아 잘 수도 없었다. 그렇게 뒤척이다보니 어느새 정동진역에 도착 하였다. 기차의 종점은 강릉역인데 정동진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렸다.  

이곳은 임금님이 살았던 경복궁에서 정 동쪽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정동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기차에서 내리니 늦가을 새벽이라 그런지 생각보다는 썰렁 하였다. 도착 후 조금 있으니 붉은 태양이 수평선 멀리서 장엄하게 떠올랐다. 날씨가 아주 맑지 않아서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윤곽은 뚜렷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피어오르는 한 송이 붉은 장미 같은 여명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매일 어김없이 붉은 태양이 떠올라 우리의 세상을  비추어준다고 생각하니 자연 앞에 또 한번 숙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저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고 새로운 나날에 필요한 소망들을 빌고 있으리라.

우리 가족도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바닷가에서 맞이하는 새아침은 그 어떤 날 보다 더욱 더 큰 의미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안겨주었다. 동해안의 해돋이를 감상한 후 마침 해변에서 따뜻한 커피와 사발면을 파는 포장마차가 몇 군데 장사를 하고 있기에, 배도 고프고 해서 사발면을 사 먹었다. 바닷가에서 먹는 ‘특별한’ 라면국물을 먹고 나니 추위에 떨었던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모래시계 공원에는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가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수경
모래시계 공원에는 세계 최대의 모래시계가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수경

정동진역 앞에는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에 유명해진 소나무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때는 소나무가 상당히 크게 느껴졌는데, 직접 보니 그렇게 큰 소나무는 아니었다. 가게마다 다양한 종류의 모래시계를 팔고 있었는데 우리도 기념으로 하나 샀다. 정동진역은 세계에서 바닷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역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고 한다.

역시 무엇보다 기차역 바로 앞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흐린 날씨 탓에 밝게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는 못했지만 하얀 눈과 어우러진 바닷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태백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주변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모래시계 공원이었다. 여기에 전시한 모래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가 아니고, 중력에 의해 떨어지는 모래의 부피에 의해 시간의 경과를 재는 장치다.

정동진 모래시계는 지름 8.06m , 폭 3.20m, 무게 40톤, 모래무게 8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라고 한다. 시계속의 모래가 모두 아래로 떨어지는 시간은 꼭 1년이 걸린다고 하고 매년 1월1일 0시에 반 바퀴 돌려 위아래를 바꿔 새롭게 시작한다. 거대한 모래시계를 뒤로하고 드라마 영상 기념관으로 향했다.

1층에 드라마에 사용한 세트장과 우리나라 방송의 역사, 방송체험관이 마련이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도 TV 속 뉴스 앵커가 되어 사진을 찍었다. 2층에는 강릉의 역사와 문화 관광지를 홍보하는 영상실과 기념품점이 있었다. 영상기념관을 나와 역으로 오는 도중 우린 작은 시골 초등학교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갔다.

자그마한 학교는 참으로 정겨웠고, 방학이라 그런지 운동장은 하얀 눈이 그대로 깨끗하게 덮여 있었다. 어린 초등학생이 혼자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마침 지훈이도 혼자라 심심하던 차에 그 친구와 운동장에서 잠시나마 신나게 놀았다. 이럴 땐 지훈이가 혼자인 것이 은근히 마음에 걸린다.

정동진에서 태백가는 길. 해안선을 따라 소나무가 늘어서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수경
정동진에서 태백가는 길. 해안선을 따라 소나무가 늘어서 있다. 2003년 12월. 사진 / 김수경

기차시간이 다되어 그 친구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우린 다시 태백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유명한 심곡이라는 계곡과 조각공원을 보지 못하고 잠시 머물다만 가는 것이 너무도 아쉬워, 다음에 올 때는 꼭 바닷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푸른 바다를 실컷 보고 가기로 하였다.

두 번째 목적지인 태백에 도착했다. 태백역의 느낌은 정동진역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눈 덮인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린 우선 배가 고파 여행 오기 전 알아두었던 한우고기 식당을 찾아갔다. 재래시장 근처에 있는 작은 식당이었지만, 그곳의 고기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미리 인터넷에서 식당의 위치를 알고 가길 잘한 것 같다. 맛있게 배불리 먹고 나니 그렇게 춥던 몸도 마음도 조금은 따뜻해진 느낌이었다.

시골의 재래시장을 둘러보고 태백 석탄박물관으로 갔다. 석탄 박물관은 지질관, 생성, 채굴전시실 등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석탄의 모든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고, 특히 직접 갱도를 체험하는 전시실은 광산노동자들의 노고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태백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시간이 정해진 기차여행을 하다보니, 눈꽃축제를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었다. 태백산의 하얀 눈을 뒤로하고 우리는 서울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빡빡한 일정으로 몸은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정동진에서의 해맞이는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특별한 각오를 갖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한 기차여행은 우리 가족을 더욱더 사랑하고 함께하는 행복을 준, 짧지만 깊이 있는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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