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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12월호
[이달의 섬] 마을 따라서 떠나는 흑산도 여행
[이달의 섬] 마을 따라서 떠나는 흑산도 여행
  • 여행스케치
  • 승인 2004.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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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흑산도 섬마을 중 리아스식 해안이 아름다운 소사리.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흑산도 섬마을 중 리아스식 해안이 아름다운 소사리.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신안] 톡 쏘는 홍어를 안주 삼아 탁주 한 사발 들이키고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어둠이 바다에 내리고 해안선을 따라 사리, 심리, 곤촌, 비리, 진리, 흑산도 섬 마을에 하나둘 불이 들어온다. 바다로 가는 길, 작은 포구 가로등은 외롭고 집은 따뜻하다.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하여 흑산도. 예리에 내리니 햇살보다 먼저 비린내가 달려든다. 새끼 조기와 어린 갈치 마르는 비린내. 예리항은 배를 떠난 늙은 어부 같은 모습으로 스산하면서 어쩐지 불친절 할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80년대까지 다도해지역에서 가장 큰 파시의 중심지였지만 지금은 모텔, 여인숙, 다방 등 섬보다는 육지의 모습을 더 닮았다. 흑산도는 목포에서 92.7km 떨어져 있으며 쾌속선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홍도와는 30분 거리. 사람이 사는 유인도 11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89개, 1백여 개 섬이 위성처럼 떠 있다.

상리산 봉화대에서 내려다 본 진리.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상리산 봉화대에서 내려다 본 진리.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흑산도는 신라 덕흥왕 2년(828)에 장보고가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고 당나라와 교역을 하면서 서해에 출몰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 상리산성(반월성)을 쌓으면서 사람들이 살게 되었다고 한다.

상리산성은 예리항 정면의 바다 건너에 있는 산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다. 해안선 24km 따라 11개 섬마을 여행 흑산도 여행의 묘미는 역시 해안선을 따라서 하는 24km 도로 일주이다. 예리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섬 마을을 볼 수 있으며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을 도로에서 조망할 수 있어 좋다.

일주도로에서 바라본 촌천리 구명여바위.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일주도로에서 바라본 촌천리 구명여바위.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어떤 지형에 마을이 만들어졌는지 살펴보면 사람들의 지혜에 새삼 혀를 두른다. 여행은 예리항을 출발하여 서쪽 마을부터 시작했다. 흑산도 두 개 해수욕장 중 하나인 진리 배낭기미 해수욕장을 지나면 흑산중학교가 보인다. 흑산중학교는 섬에서 섬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으로 수업중인지 운동장이 조용하다.

진리에는 제주도와 흑산도에만 서식하는 초령목이 자생한다. 3백년이 넘었다는 초령목은 고사하고 주변에 어린 초령목이 30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열두 고개 초입에 3층 석탑과 석등만이 남아 있는 신라 무심사 절터가 있으며 산꼭대기에는 장보고가 세웠다는 반월성이 있다.

흑산도 전경.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상리산 봉화대에서 바라본 예리항과 열두 고개.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꼬불꼬불 열두 고개를 올라 상리산에 오르니 멀리 홍도, 예리항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리산 전망대와 봉화대, 흑산도아가씨비가 있다.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번 만번 밀려드는데 못 견디게 그리운 아득한 저 육지를 바라보다 검게 타버린 검게 타버린 흑산도 아가씨” 5백원 동전을 넣고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를 흥얼흥얼 따라 불러본다.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그 옛날 뱃사람들을 상대로 술을 팔던 흑산도 아가씨도 파시도 사라졌지만 씹을수록 톡 쏘는 맛이 더하는 홍어회에 탁주 한 사발 마시고 싶다. 상리상 봉화대는 일출 일몰을 다 볼 수 있다. 비리는 전복, 가두리 양식으로 유명하다. 흑산도 서쪽은 바람이 잔잔해서 가두리양식을 많이 하고 동쪽 마을은 바람이 세서 멸치를 잡는다고 한다.  

길은 남쪽으로 갈수록 비포장 도로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면서 해안절벽을 달리는 스릴은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진리를 지나면 포구와 가로등이 예쁜 곤촌리가 나온다. 바다를 향해 조용히 고개를 낮추고 있는 마을.

손암 정약전 선생 유적지가 있는 사리.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손암 정약전 선생 유적지가 있는 사리.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곤촌은 포구에 가로등이 들어오는 저물녘이 가장 아름답다. 암동에서 사리로 가는 길에는 홍도 뒤편으로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는 슬픈 노을을 볼 수 있다. 노을을 보려고 차에서 내렸지만 인연이 아니었던지 구름이 끼어서 일몰을 볼 수 없었다.

사리·천촌리는 유배 역사지 흑산도는 제주, 거제, 진도 다음으로 고려시대 이후부터 중벌을 받은 죄인이 가는 유배지라고 한다. 특히 흑산도는 양반뿐만 아니라 큰 죄를 진 서민들도 귀양살이를 했다고 한다.

‘고려동경’에서는 흑산도에는‘나라에 큰 죄를 지어 사형을 받아야 할 정도’의 죄인이 가는 곳으로, 고려 의종 2년(1148) 정수개가 최초 흑산도 유배자였으며 조선조까지 약 1백30여 명이 유배를 당했다고 한다. 특히 사리는 손암 정약전 선생이 순조 1년 신유사옥 때 유배되었던 곳이다.

손암 정약전 선생이 기거했던 사촌서당.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손암 정약전 선생이 기거했던 사촌서당.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정약전은 다산 정약용의 친형이다. 손암은 벼슬을 버리고 순조가 즉위하면서 천주교에 대한 탄압이 심해지자 흑산도에 유배된다. 손암은 15년 귀양살이 동안에 흑산도 근해에 있는 물고기, 해산물 등 1백55여종을 채집하고 명칭, 형태, 분포상황 등을 기록한 ‘자산어보(현산어보)’를 저술했다.

사리에는 정약전 선생이 자산어보를 저술한 사촌서당이 복원되어 있으며 그 밑에는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올 법한 작은 성당이 있다.   소사리는 골이 아주 깊은 마을로 흑산도 멸치의 주 생산지이다. 멸치젓 곰삭는 냄새가 구수한데 강원도 산골 마을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면암 최익현 유적이 있는 천촌리. 바위에 쓴 '기봉강산 홍무일월' 친필을 볼 수 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면암 최익현 유적이 있는 천촌리. 바위에 쓴 '기봉강산 홍무일월' 친필을 볼 수 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천촌리는 미역, 멸치가 많이 나는 곳이다. 마을 입구 도로변에 면암 최익현 선생 유적지가 있다. 면암은 1876년에 왜선이 강화도에 들어와 수호통상을 강요하자 도끼를 메고 광화문에 나가 ‘왜적을 물리치지 않으려면 신의 목을 베라’고 엎드려 상소를 올렸다가 3년여 동안 유배를 당한다.

귀양살이 동안에 진리, 천촌리에 서당을 세우고 마을사람들의 교육에 힘썼다. 면암이 바위에 친필로 쓴 ‘기봉강산 홍무일월’이라는 글귀에서 면암의 나라에 대한 충정을 알 수 있다. 천촌리, 가는게 등 일주도로 가는 길에 만나는 보석 같은 마을들. 8척만 남았다는 홍어잡이 배는 보지 못 했지만 섬 마을 바다에 쏟아지는 빛이 맑다.  

Traveler’s Guide
흑산도 일주 방법
해안선 일주 방법에는 세가지가 있다. 마을버스, 관광택시, 그냥 걷기. 마을버스는 섬사람들의 정취를 느끼면서 탈 수 있지만 마을에 오래 머물지 않고 많이 운행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관광택시는 사륜차로 운전기사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구경할 수 있고 비수기라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걷기는 1박 2일 정도. 일주는 할 수 있지만 바닷바람이 세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흑산도유람선은 인원이 20명 되지 않으면 운행을 하지 않는다. 흑산도 가는 길 목포 여객선터미널 쮝 흑산도행 아침 7시 50분, 오후 1시 20분 1일 2회 운영. 2시간 소요.

흑산홍어회.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흑산홍어회. 2004년 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Tips  
우리음식점 : 72세 손금순 할머니는 안 나온 TV, 신문이 없다. 홍어회만 나왔다 하면 할머니부터 찾는다. 씹을수록 톡톡 쏘는 맛이 더하는 흑산홍어회를 38년간이나 만들어왔다. 할머니가 자랑하는 흑산 홍어는 차지고 꼬들꼬들하다.

홍어를 물에 닿지 않게 해서 짚 등을 항아리에 깔아두고 가을 날씨에는 3∼4일 정도, 한겨울은 일주일 정도 담아둔다. 톡 쏘는 맛이 나면 할머니가 담근 탁주에 돼지머리고기와 함께 싸 먹으면 그 맛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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