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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펜션여행] 소복소복 눈 나리는 겨울밤이 그리워지는, 평창 삼봉출발
[펜션여행] 소복소복 눈 나리는 겨울밤이 그리워지는, 평창 삼봉출발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1.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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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평창 삼봉출발의 모습.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평창 삼봉출발의 모습.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평창] 삼봉출발은 둔내 IC에서 현대 성우리조트로 들어가는 도로를 따라 평창 쪽으로 넘어가야 한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마을회관에서 부드럽게 좌회전을 해주면 펜션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사람도 동물도 다니지 않는 휑한 길. 그 길 끝에 과연 누군가 살고 있기는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조용한 동네다.

삼봉출발은 이곳에 위치한 성우참빌이라는 펜션부락 중 가장 마지막 집. A자 3개가 올라와 있는 듯한 집모양은 포커의 ‘에이스 트리플’을 의미한다. 그 박진감 넘치는 그 순간, 어떤 즐거움이 스며있을지 모를 그 한때처럼 소중한 추억을 이 곳에서 만들라는 뜻으로. 현관은 어디 있을꼬 했더니만 주인장이 집 뒤쪽으로 안내한다.

2층 내부. 조명으로 한껏 분위기를 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2층 내부. 조명으로 한껏 분위기를 냈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2층의 입구는 집 뒤쪽에 있고, 그 앞에 벤치와 숯불구이대가 놓여있다. 어린시절 어느 가겟집에서 보았음직한 난로 2대와 두꺼운 널빤지를 대충 재단해 놓은 듯한 벤치가 조화 속의 부조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2층으로 구성된 실내 공간이 그럴 듯 해 보인다. 방이 6채씩 총 2동. 1층은 단층이고 2층에는 조그만 다락방이 있는데 평수는 거의 비슷하다. 15평 내외.  

“펜션을 짓다 보니 참 재미가 있습디다. 우리 집 어떤 것 같아요? 예뻐요? 하하. 그런데, 둘러보면 허점 투성이예요. 마음만큼 쉽지는 않더라고요. 집 외관도 그렇고 다락방도 너무 낮고…. 그래서 아래에 짓는 두 번째 동은 조금 더 신경을 많이 썼죠.

주위 경관을 둘러보기 위해 설치한 벤치 데크.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주위 경관을 둘러보기 위해 설치한 벤치 데크.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에서 새로운 사람도 만나보라고 펜션객들이 서로 모일 수 있게 미니 영화관이나 휴게소를 꾸며볼까 해요.” 집이 예쁜 것 같다는 말에 집주인은 머쓱해하면서도 미래의 청사진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였다.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아쉽다는 것일까 하며 2층 다락방으로 올라가는데 쿵! 하며 이마에 바로 신호가 왔다.

이런! 다락방은 다락방인데 너무 낮아서 어른들이 올라가려면 허리를 잔뜩 구부려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재미지 뭐 하면서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봤는데 불을 켜놓고 보니 분위기가 제법 괜찮다. 다락방 난간 사이로 다리를 빼고 달랑달랑 다리를 흔들어보았다. 시원한 창으로 하늘 가득한 별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욱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삼봉출발이 있는 곳에는 도합 4채의 펜션이 있는데, 모두 주인장과는 오랜 친분이 있는 지인들이 한 채씩 지은 것들이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삼봉출발이 있는 곳에는 도합 4채의 펜션이 있는데, 모두 주인장과는 오랜 친분이 있는 지인들이 한 채씩 지은 것들이다. 2004년 1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숯불화로 주변에 여럿이 모여앉아 군밤이라도 구워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재미라도 있었으면…. 밤이 되자 바람이 더욱 거세진다. 아, 이런 날에는 눈이라도 소복이 내리면 좋겠는데…. 눈이 쌓인 삼봉출발이라면 이 노래가 딱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다. ‘우리들 사랑이 담긴 조금만 집에 옹기종기 모여 정다운 이야기. 서로의 즐거움 슬픔을 나누던 밤…’ 바로 조하문의 ‘눈 오는 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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