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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여행동호회 따라가기] 대관령 양떼목장, 이효석 생가, 양평 한화 눈썰매장을 단 하루에!
[여행동호회 따라가기] 대관령 양떼목장, 이효석 생가, 양평 한화 눈썰매장을 단 하루에!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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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강원] 여행에는 정석이 없다. 이렇게 가는 여행도 있고 저렇게 가는 여행도 있고 여행의 형태는 너무 자유로워서 어느 것이 참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 동호회에 합류하던 그날도 여행의 또 다른 형태를 배웠다.  

벌써 2주째나 기다렸다. 비닐포대 썰매를 타러 간다기에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었는데 눈이 생각만큼 잘 도와주지 않았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에 올라타서야 2주간 기다린 보람을 또다시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Daum 카페 '산/바다여행' 여행동호회 사람들이 양떼목장을 거닐고 있다. 2004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Daum 카페 '산/바다여행' 여행동호회 사람들이 양떼목장을 거닐고 있다. 2004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원래는 대관령 양떼목장에서 비닐포대 눈썰매를 타고 봉평 허브나라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오는 것이 코스였는데 목장에 눈이 없어 운영자는 그 일정을 약간 변경했다. 양떼목장을 잠깐 견학하고 이효석 생가 마을에 들렀다가 양평에 있는 한화리조트에서 눈썰매의 아쉬움을 달래기로 하자는 것이다.

누군가 한 사람 불만을 터뜨릴 만한데 사람들은 조용히 운영자의 말에 수긍했다. 그래도 어쨌든 출발이다. 70여 명이 참여한다는 이번 여행은 벌써 버스 2대를 꽉 채우고 있었다. 떠나기 전부터 오징어 냄새, 과자 냄새가 솔솔 풍기는 것이 진짜 여행을 가는가 싶다.

아침 7시 30분부터 출발하는 길. 우선 피곤할 테니 잠이나 자두라며 운영자는 마이크를 껐다. 얼마나 잤나. 평창에 다 와가니 운영자는 이제야 자기소개를 해보자며 곤한 잠을 깨우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 그래서 통성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그리고 이성끼리 왔지만, 가만 보면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 가장 많았다. 특히 이번에는 여행에 처음 참가한 사람들이 월등히 많아 대부분 어색한 미소로 잘 부탁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조금 뜸을 들였더니 첫 번째 행선지 양떼 목장에 도착했다.

눈이 쌓인 목장을 볼 심산으로 몇 주를 기다려 왔었는데 목장은 황량한 고갯마루를 드러낸 채 손님을 맞았다. 그나마 짙푸른 하늘마저 없었으면 서운할 뻔 했다. 양은 참 순한 동물이라 좀처럼 물지 않는다. 그래서 건초를 주는 것도 잘 받아먹는다면서 먹이주기 체험을 해보라며 권했다.

양들의 털을 보니 목욕을 할 때가 됐지만 얼굴들은 어찌나 해맑던지. 2004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양들의 털을 보니 목욕을 할 때가 됐지만 얼굴들은 어찌나 해맑던지. 2004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그러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양떼 목장 주인은 조심스럽게 조금씩 주라면서 외쳐대기 시작했다. 2백 여 마리의 양들이 있다는데 추운 겨울이라 축사에만 갇혀있어서 조금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족들은 양을 처음 보는 아이들 때문에 오랜 시간 양에게 붙어 있었지만 젊은 청년들은 어디로 가는지 하나둘씩 언덕을 향해 힘차게 오르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언덕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다들 끼리끼리 온 덕에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텔레비전에서 볼 때보다는 볼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투덜거리다가 막상 멋진 풍경이 나오면 사진기를 넘겨주고 쪼르르 달려 나가 찍어달란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아직도 아이처럼 눈이 조금 남아 있는 구덩이로 뛰어 들어 눈 장난을 치고서는 버스로 달려가는 사람도 있었다. 조금 더 고갯마루 뒤로 가보고 싶었지만 집결 시간이 발목을 잡았다. 시간이 워낙 빠듯하니 시간을 잘 지켜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횡계 시내에서 맛난 황태국을 먹고는 바로 봉평에 있는 효석문화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효석문화마을에 갔더니 당나귀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장돌뱅이가 장을 넘어 가서 탔을 그 당나귀일까? 이 옆에는 물레방앗관과 다리가 있어 토속적인 풍경이 많다. 사진 / 2004년 김정민 기자
효석문화마을에 갔더니 당나귀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장돌뱅이가 장을 넘어 가서 탔을 그 당나귀일까? 이 옆에는 물레방앗관과 다리가 있어 토속적인 풍경이 많다. 사진 / 2004년 김정민 기자

소설의 무대가 되었던 다리에서부터, 물레방앗간, 작은 식물원이 함께 하는 마을을 관람하고 가산 이효석 생가로 걸음을 옮겼다. 생가는 가산 이효석이 태어나서 14세까지 살았던 집으로 현재 주인의 5대조 할아버지가 집을 이어 받아 지금은 숙박시설과 식당, 찻집으로 꾸며져 있다.

집 자체에는 크게 구경거리가 없다고 할지라도 주변 경관이 그나마 볼만 했었는데 마침 그날은 마당에 조각가가 나무에 물을 뿌려 조성해 놓은 ‘자연’이라는 얼음조각이 있어 모든 이의 환성을 자아냈다. 이제 마지막 코스이자 가장 기다렸던 양평 한화리조트 눈썰매가 남았다.

눈썰매에 푹 빠진 동호회 회원들. 2004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눈썰매에 푹 빠진 동호회 회원들. 2004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처음에는 머뭇머뭇 하던 사람들도 한번 타고 내려와서는 아래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 타볼 것을 권했다. 사진 그만 찍고 한번 타보라는 것이다. 이 재미를 놓치고 갈 수 있느냐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다. 솔직히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의 표정이 더욱 신나 보인다. 신나게 질주하던 눈썰매를 타다보니 어느덧 썰매장에는 우리 산·바다여행 동호인밖에는 남지 않았다.

이제는 갈 시간이라고 사람들을 부르려고 했는데 누구하나 할 것 없이 버스에 올라타 갈 시간을 기다린다. 사람들도 꽤 많았던 여행인데 너무 조용하고 고요한 여행을 다녀온 것이 어색해서 같은 버스에 탄 사람들에게 여행소감을 물었다. 명색이 동호회 여행인데 동호인끼리는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너무 조용한 것 같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나름대로 눈치볼 것 없고 편안해서 좋았다는 대답을 해온다.

작은 식물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녀. 2004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작은 식물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녀. 2004년 2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어쨌든 자신들에게는 오랜만에 마음먹고 나온 여행인데 동호인들끼리 똘똘 뭉쳐 그들 사이에 끼기도 애매한 것 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조용히 묻어 와서 편하게 놀 수 있으니 오히려 더 좋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적당한 경비로 하루에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으니 그것도 참 괜찮았다면서.

솔직히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이들의 여행 형태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 흔히 보고 접해왔던 여행의 형태에만 길들여져서 다른 형태는 인정을 하지 않았던 탓이다. 예를 들어 동호회라면 지극히 동호회 같은 맛이 나야 한다는 선입관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변해가는 세상에 맞게 동호회도 그 나름대로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산/바다 여행’도 그런 주류를 이끌어 가는 동호회 중 하나였으리라. 편안한 마음으로 떠나서 간편하게 다니다 돌아올 수 있는 여행. 그것이 ‘산/바다 여행’이었다.  

Interview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
프리챌 동호회 <free 3226> : 친구들 프리챌의 친목 동호회예요. 번개 모임으로 색다른 것이 없을까 하다가 산/바다 여행의 당일여행을 찾아냈죠. 13명이 같이 왔는데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인상적인 장소요? 양떼목장과 눈썰매장이요. 양떼목장에서는 하얀 양을 기대했다가 양이 지저분해서 당황했었는데 애기양이 너무 예뻐서 좋았어요. 그리고 뭐니뭐니 해도 젊은 사람들이다 보니 눈썰매가 재미있었지요.

성남의 박경숙씨 가족 : 아이가 6살이 되니까 자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이 동호회는 오래 전에 가입했는데 여행은 항상 벼르고 별러오다가 이번에서야 참여하게 됐어요. 애기 아빠 취미가 곤충 채집이라 자주 가족끼리 나들이를 다니는 편인데 이번에 좋은 프로그램이 있길래 와봤죠. 눈썰매가 압권이죠.

일산의 두정희 씨 : 벌써 산/바다 여행에서는 세번째로 온 거예요. 개인적으로 가려고 하면 부담스럽기 마련인데 이 곳은 당일이라 부담도 없고 주위사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잖아요. 오늘은 이효석 생가의 얼음조각이 기억에 남아요.

대학교 4학년 채신애 양과 친구 운영자님이 대단해요.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까 하는 생각에. 이 곳은 믿을 수 있어서 좋아요. 경비도 저렴하고 신청도 간편하거든요. 아직은 대학생이라 여행을 하기가 그렇게 쉬운 건 아니거든요. 오늘의 하이라이트요? 당연히 눈썰매죠.

▶운영자 김영운씨와 1분 talk
Q. 동호회 운영은 언제부터?
A. 2002년 1월에 Daum에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혼자서 만들었는데 회원수가 늘어서 4월부터는 정기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죠. 동호회를 만든 취지가 있을 텐데… 여행을 좋아해서 젊었을 적부터 혼자 다니는 여행을 참 많이 했죠. 그러다 보니 여행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동호회를 만들었죠.

Q. 산/바다 여행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는?
A. 별다른 것이 없습니다. 그냥 자연 속으로 떠나보자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뿐이니까요.

Q. 여행일정을 모두 운영자님께서 꾸리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일정을 세우시는지.
A. 여행사에 없는, 고유한 일정을 짜기 위해 답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한번 일정을 짤 때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며칠간 답사를 다녀옵니다. 그렇게 다녀와서 한 달간의 계획을 짜서 한 달 전부터 회원들에게 미리 공지를 합니다.

Q. 정기여행은 한달에 몇 번이나?
A. 매주 한번씩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씩 잡았더니 활성화가 오히려 안 되는 것 같더군요.

Q. 앞으로 진행하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A. 해외여행 경험은 별로 없습니다만 앞으로는 해외여행도 계획해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할 일은 우리 운영자들이 여행지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공부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전문적인 여행사는 아니지만 적어도 여행을 갔을 때 우리 안내자들 만이라도 회원분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Q. 동호회를 운영하면서 가장 좋았던 일이 있었다면?
A. 뭐니뭐니 해도 회원들간의 친목이죠. 벌써 5쌍이나 결혼에 골인을 한다네요. 그런 소식 들으면 가장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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