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강릉] 우리 집에는 낡은 녹음기가 하나 있다. 가만 보면 트렁크처럼 생겼는데 문을 열면 릴 감은 테이프 2개가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렀다. 어릴 적 나는 곧잘 그 녹음기 마이크를 잡고 어눌한 발음으로 무언가를 속삭이기도 하고 혼자 자작한 노래를 크게 불러대곤 했다. 지금 들으면 너무 창피해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데 아버지는 그것도 보물이라며 내가 시집가면 신랑에게 꼭 들려주겠다고 벼르고 계신다.
참소리 박물관을 방문하던 날 난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추억과 다시 만났다. 기계들만 가득해서 사뭇 딱딱해 보이지만 음악과 해설을 함께 듣다보니 옛 생각이 떠오른다. 박물관에는 2백50년 전의 뮤직 박스에서부터 전기 축음기,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연대별로 아름다운 음악을 내는 기계들이 즐비하며 이 외에도 에디슨의 발명품들과 진귀한 옛날 옛적 라디오와 텔레비전도 가득하다. 우리 집 녹음기와는 차원이 다른 휴대용 서류가방에 담긴 여러 종류의 축음기를 비롯해서.
박물관장인 손성목 씨는 어릴 적 아버지가 사주신 이 포터블 축음기 한 대로 인해 축음기 수집가가 되었다. 처음에는 음악에 취해 그리고 그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기계들에 취해 모으기 시작한 기계가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많아졌다. 45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은 수집품만 해도 4천5백여 점.
이외에도 음반 15만장, 서적 1천권이 더 있다. 골동품이 된 축음기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와 에디슨의 발명품들이 하루 종일 빛을 내뿜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떠나보자.
Tip. 박물관 가는 길
강릉 시내 5거리에서 송정 방향 454번 도로를 타고 동명초등학교로 직진한다. 이마트를 지나 동명초등학교 안쪽의 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아파트 한 쪽 편에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 박물관이 있다.(잠깐! 참소리 박물관은 2004년 중 강릉 경포대 호수변 주변의 지상 3층의 새 박물관으로 이전할 계획이므로 사전에 문의 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