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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호반여행] 물길 따라 1백리를 간다, 경남 합천호
[호반여행] 물길 따라 1백리를 간다, 경남 합천호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3.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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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합천호 풍경.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합천호 풍경.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경남] 합천호 가는 길은 조용하다. 한겨울의 고요함이 수면위를 뒤덮는다. 간혹 댐을 보러온 사람들만이 호수의 풍광에 환성을 지를 뿐이다.

조용한 여행지? 휴일이면 관광지마다 북적대는 풍경만 보아 와서 그런지 가는 길조차 한적한 이곳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길을 따라 잠시 드라이브를 하다 보니 은빛물결이 일렁이는 호수면이 바람에 살짝 물결을 쳐댔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호수와 나무숲이 번갈아가며 감췄던 살갗을 드러냈다.

“생각보다 상당히 기네요.” 운전사에게 운을 떼었다. “이곳이요? 암요. 백리 길인데. 이렇게 가다보면 계속 해인사도 갈 수 있어요. 뭐, 거기까지 치면 엄청 긴 거리지.” 물길 따라 백리라. 고요한 호수는 끝없이 이어져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따라오는 것만 같다. 밤하늘의 달처럼.

수몰지구에서 복원된 정자 광양정. 회양관광지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저멀리 합천댐이 보인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수몰지구에서 복원된 정자 광양정. 회양관광지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저멀리 합천댐이 보인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합천댐의 수문. 전망대에서 본 광경이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합천댐의 수문. 전망대에서 본 광경이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황강을 가둔 저수지
합천호는 소양호, 충주호, 대청호 등에 이어 국내에서 5번째로 큰 호수다. 협곡을 따라 길게 이어진 호수면적은 총 925㎢. 이곳의 젖줄기는 거창을 거쳐 흐르는 황강이다. 황강은 예로부터 낙동강의 다른 지류와는 달리 물이 오염되지 않아 어족이 풍부하고 황강축제가 열릴 정도로 강변의 금빛 모래가 유명한 곳이다.

1988년 깊은 협곡이던 황강 하류에 합천댐이 들어섰다. 이곳은 예로부터 비경이라고 칭했는데 이제 물이 들어차면서 강태공들에게 인기 좋은 낚시터가 되었다. 수질을 위해 공식적으로는 낚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어디 강태공들이 가만있을 리가 있나.

특히, 수문을 열고 방류를 하는 날이면 물이 한 바퀴 뒤집혀서 먹이를 먹으러 몰려온 고기들이 많기 때문에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꾸벅꾸벅 졸며 물고기를 낚는 강태공과 유유히 먹이를 찾으러 수면 위를 비행하는 백로들은 합천호의 또 다른 진풍경을 연출한다.

4월이면 벚꽃천지로 변하는 드라이브 콧. 이 도로가 바로 1백리길이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4월이면 벚꽃천지로 변하는 드라이브 코스. 이 도로가 바로 1백리길이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드라이브와 함께 즐기는 합천호 여행
‘뭐, 볼거나 있겠어? 그냥 댐이나 구경하고 전시관이나 한 바퀴 둘러보면 끝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짓이다. 고요하다고는 했지만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구석구석 둘러볼 만한 곳은 많다. 우선은 여느 호반 관광지처럼 이 곳 또한 멋진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합천호를 이룬 합천댐을 둘러보려면 부산이나 거창 쪽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봉산대교를 건너오는 방법이 있고 아니면 합천읍에서 조정지 댐을 지나 합천댐으로 들어오는 방법이 있는데 어느 방향으로든 보일락 말락하는 호수와 줄다리기를 하며 달릴 수 있다. 4월이 되면 양 옆으로 늘어서 있는 벚꽃터널에서 꽃비가 흩날린다.

벚꽃은 만발하나 찾는 사람이 적으니 이보다 좋은 춘경여행이 또 있을까. 부지런히 달려 댐이 있는 곳까지 가봐야 한다. 드라이브 코스가 아무리 멋지다고 이곳까지 와서 댐도 안 보고 가는 것은 서운하다. 정석대로 치자면 합천댐 전망대를 올라가보라고 해야겠지만 전망대에서 댐을 보는 것은 합천댐이라고 써 있는 글씨만 보고 오는 격이다.

합천호기념탑 아래에 있는 산책로와 댐하류전망대 및 쉼터 가는 길. 이 쉼터는 바로 전망 좋은 정자인데 꼭 놓치지 말고 가볼 것.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합천호기념탑 아래에 있는 산책로와 댐하류전망대 및 쉼터 가는 길. 이 쉼터는 바로 전망 좋은 정자인데 꼭 놓치지 말고 가볼 것.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발품을 좀 팔면 멋진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망대가 있는 곳에서 30~50m 정도 내려가면 하늘을 찌를 듯한 ‘합천댐다목적준공기념탑이’이 세워져 있다. 그 아래 계단을 내려가면 넓은 공터 양 귀퉁이에 ‘합천댐 산책로’ 와 ‘댐 하류 전망대 및 쉼터’라는 푯말이 보일 것이다. 이곳이 바로 합천댐의 절경이자 하이라이트. 산책로로 내려가면 바로 댐 아래에서 합천댐을 올려다 볼 수 있다.

아마도 방류를 하는 날이면 나이아가라 폭포와 같은 물보라가 일어 우비를 써야만 할지도 모른다. 산책로 계단 옆쪽으로는 ‘댐 하류 전망대 및 쉼터’ 푯말이 있다. 1m가 채 될까? 시야가 터지면서 정자가 하나 나타나는데 그 곳에 올라서면 엄청난 광경에 눈을 비볐다가 다시 떠야 한다. 예로부터 유명했던 합천호의 깊은 협곡과 댐이 어우러진 장면을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양관광지구에 있는 장승공원. 합천에서 가볼만한 관광지가 적혀있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화양관광지구에 있는 장승공원. 합천에서 가볼만한 관광지가 적혀있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그 어느 호수를 가도 볼 수 없는 장관 중에 장관이다. 합천호 주변에는 합천군에서 전략적으로 조성하는 관광지구들이 있다. 회양지구와 봉산지구가 있는데 그 곳에는 각종 음식점과 조각공원들이 들어서 있다. 만약 수상레포츠를 즐기고 싶거나 배를 타고 합천호를 둘러보고 있다면 회양지구에 있는 워터월드를 이용하면 된다.

황매산 7km, 황계폭포 8km
합천호는 하루거리 여행으로도 좋겠지만 1박 2일을 잡고 둘러볼 수 있다. 읍내가 아니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숙박시설이 합천호 주변에 있다. 비록 손에 꼽을만큼 적지만 다른 지역보다 시설도 깔끔하고 새벽 즈음이나 일몰 때 아스라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광경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것도 괜찮다.

합천호는 다른 관광지와 연계점도 좋아서 몇 분만 달리면 금방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합천호의 중간 지점 격인 대병면의 삼거리에서 가회로 가는 1089번 지방도로를 타면 잘생긴 바위얼굴을 가진 황매산과 영암사지를 둘러 볼 수 있고 합천읍을 향해 가다가 그 옆쪽으로 빠지면 합천 8경의 또 다른 비경 황계폭포를 만날 수 있다.

해인사 송월스님이 쓴 합천호 표지석.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해인사 송월스님이 쓴 합천호 표지석.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조금만 더 욕심을 낸다면 8만대장경의 향기가 짙게 깔린 해인사도 괜찮을 듯하다. 합천호에서 해인사까지는 약 25분 거리. 이 외에도 합천호에서 합천읍 방면으로 기수를 돌리면 15분 거리에 ‘태극기를 휘날리며’ 세트장이 있다. 이제는 영화촬영도 끝이 났고 전쟁영화인 탓에 세트장도 많이 무너져 내렸지만 영화 빌리지로 탄생되어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 예정이라고.

임란창의 기념관.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임란창의 기념관.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Tip. 주변여행지
1. 임란창의 기념관
합천은 임진왜란 당시 전국 의병활동의 실제적인 효시가 된 장소였다. 임진왜란의 당시 상황도와 그 당시에 사용된 화살과 칼, 갑옷, 창들이 이곳 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다. 4단에 걸친 넓은 공간에 구성되어 있으며 앞으로는 악견산과 아스라이 보이는 합천댐 계곡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합천호 관광농원.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합천호 관광농원.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2. 합천호관광농원
합천댐 정자쉼터에서 바라보면 합천읍으로 향하는 도로변 위에 난쟁이 마을이 하나 있다. 바로 그 곳이 바로 합천호 관광농원이다. 황토민박과 함께 닭백숙 등의 토속음식을 하는 식당과 찜질방, 전통찻집과 도예원이 있다.

워터월드 풍경.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워터월드 풍경.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3. 워터월드
회양지구에 있는 워터월드. 모터보트를 비롯해 바나나보트, 오리보트, 윈드서핑과 수상스키를 즐길 수 있다.

4. 회양정
도토리수제비가 별미인 이곳은 지역민이 슬쩍 가보라며 찔러준 곳이다. 보글보글 사골국물에서 끓는 토토리 수제비가 일품이다. 겨울에는 저수지에서 건져 올린 빙어튀김과 빙어회, 빙어무침을 맛볼 수 있다.

5. 들꽃촌
차 한잔하기에 적당한 곳. 외관이 예쁜 곳이다. 매운탕집 일색인 식당들 속에서 유일하게 스파게티나 돈가스를 취급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들르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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