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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미니여행] 단돈 3만원으로 즐기는, 인천여행
[미니여행] 단돈 3만원으로 즐기는, 인천여행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3.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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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인천항구 모습.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인천항구 모습.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얼마 전 모 카드회사의 CF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열심히 일한 당신이여. 떠나라~!’ 그래, 떠나는 것 까지는 좋은데 이 빈약한 주머니는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꼭 여행이 멀리 떠나야 맛이겠는가. 뜻이 있는 곳에 길도 있는 법이다.

아침 10시. 인천으로 출발이다. 서울역에서 종착역인 인천까지는 약 1시간 10분 거리. 인천역 앞 건널목을 건너 중국식 페루를 들어가면 인천 차이나타운에 들어선 셈이다.

차이나 타운의 별미 짜장면 골목. 이 중에서도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 풍미.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차이나타운의 별미 짜장면 골목. 이 중에서도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음식점 풍미.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짜장면과 공갈빵, 인천 차이나타운
드라마 야인시대 세트장을 가 본적이 있는가? 야인시대가 방영되기 이전부터 5~60년대 서울거리 세트장은 인기를 끌었었다. 차이나타운에서는 그런 건물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  

우선 자유공원 전망대 아래에는 ‘인천중구문화원’이 있다. 1900년대 인천에 거주하던 미국·독일·러시아·일본인들이 사교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인데 아직도 삐걱거리는 마룻바닥과 낡은 단상을 가진 넓은 댄스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옆에서 펜화로 그린 인천 근대화 건물들이 옛스런 풍경을 그린다.

1905년에 개업해 부귀영화를 누렸던 고급청요리집 '공화춘'. 현존하는 요리집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건물만 남았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1905년에 개업해 부귀영화를 누렸던 고급청요리집 '공화춘'. 현존하는 요리집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건물만 남았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한국에서는 명절날 떡을 먹듯이 중국에서는 명절날 월병을 먹는다. 월병은 5가지 과일을 넣은 월병과 팥을 넣은 팥 월병이 있다. 그러나 월병 못지 않게 인기를 끄는 것은 속이 뻥 뚫린 공갈빵.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한국에서는 명절날 떡을 먹듯이 중국에서는 명절날 월병을 먹는다. 월병은 5가지 과일을 넣은 월병과 팥을 넣은 팥 월병이 있다. 그러나 월병 못지 않게 인기를 끄는 것은 속이 뻥 뚫린 공갈빵.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차이나타운의 중심 거리에는 저녁마다 휘황찬란하게 고급손님들을 맞던 청요리집 ‘공화춘’이 글씨도 칠도 벗겨진 채 그늘 속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고, 그 아래 도로에는 일본이 한국금융계를 잠식할 목적으로 세운 일본58은행터와 일본제일은행터가 골목 하나를 두고 서 있다. 제일은행터는 관광센터로 모습을 달리 했지만 일본58은행터는 황량한 모습 그대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짜장면을 한국에 뿌리내리게 한 고향마을이다. 붉은 홍등과 깃발들이 나부끼는 언덕을 오르다보면 이 곳 저곳에서 풍겨나오는 짜장냄새에 뱃속이 거칠게 요동친다. 사람들이 보통 가는 곳은 중국음식점이 몰려있는 중국집 골목이다.

그 길 끝에는 ‘공화춘’의 주방장 출신이 문을 연 ‘풍미’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붉은 유니폼을 입고 중국어를 속사포처럼 늘어놓는 화교출신 점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한다. 짜장면 3천원, 짬뽕 3천5백원, 간짜장 3천 5백원. 그 곳이라면 간짜장을 먹을까 짜장을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좋다. 일반 짜장도 간짜장만큼 고소하게 볶아내지만 특유의 춘장맛이 살아 있어 짜장만 먹어도 맛이 좋다.

월미도는 언제 보아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월미도는 언제 보아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인천을 한 눈에 바라보는 월미산 공원
짜장면도 먹고 차이나타운 거리도 걷다보면 어느덧 2~3시. 이제는 슬슬 다른 곳으로 떠나볼 때다. 월미도는 차이나타운이 있는 곳에서 버스로 5분 거리. 역 바로 앞에서 큼지막하게 월미도행이라고 쓰여있는 버스를 타면 된다.

시원한 바닷바람 좋고 갈매기와 파도가 그림을 그려놓은 갯벌들이 따사로운 곳이지만 금세 지루해 지기 일쑤. 3천원 하는 바이킹을 타볼 의향이 없다면 월미도 뒤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월미산을 정복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해발 1백8m. 정상까지는 1시간, 왕복 2시간이 족히 걸리는 길이다.

입담 좋은 DJ가 장난을 쳐도 마냥 좋은 놀이기구 '디스코'.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입담 좋은 DJ가 장난을 쳐도 마냥 좋은 놀이기구 '디스코'.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월미산공원의 정상. 영종도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과 주위 섬이 한 눈에 보인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월미산공원의 정상. 영종도를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과 주위 섬이 한 눈에 보인다.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월미도의 놀이공원 ‘마이랜드’의 옆 도로를 따라 바다쪽과 반대인 산쪽으로 걷다보면 ‘월미공원’이란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다. 월미산 공원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생태공부와 역사공부를 함께 할 수 있도록 표지판 안내를 잘 설치해 두었다.

그러나 이 곳에서 가장 좋은 점은 인천항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소 가까이서 볼 수 없는 몇 십만 톤의 커다란 배와 화물선도 구경하고 짙푸른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풍경도 가슴에 담아올 수 있다. 인천의 푸른 항만을 마주대하고 있다보면 씻김굿 하듯 마음에 진 얼룩들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정상은 두 군데. 한 곳은 인천항을 조망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다른 한곳은 월미도 앞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는 표지판이 있어서 자신이 지금 바로 보고 있는 곳의 지명을 알 수 있게 해 두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일러주는 인천 이야기가 꽤나 신선한 곳이다.

인천 종합어시장.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인천 종합어시장.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의 마무리, 어시장에서 먹는 회
공원에서 내려오면 어느덧 날은 저물어 어두운 저녁 시간. 바닷바람 부는 도시까지 왔는데 회도 먹지 않고 돌아간다면 참 섭섭할 노릇이다. 인천역 바로 앞에서 연안부두행 28번을 타고 종합어시장에 살짝 들러보길.

종합어시장은 건어물을 포함하여 각종 생선과 횟감을 판매하는데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2명이서 만원 정도면 충분할 듯한데 이 곳에서만큼은 발빠른 에누리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7시가 넘어 장사가 끝날 무렵에는 가격들이 곤두박질을 치기 때문에 이 때를 이용해 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우럭, 도다리, 광어와 같은 횟감을 지정하면 주인이 투박한 솜씨로 회를 썰어서 접시에 담아주고 남은 생선뼈는 매운탕거리로 따로 싸준다. 야채나 초고추장은 제공하지 않는다. 어시장에서 회를 즐기기가 여의치 않는 사람은 연안부두 골목골목 들어차 있는 횟집에서 식사를 해결해도 되는데 가격이 그리 싼 편이 아니다.

어시장을 나오는 길에 길거리에서 파는 생선포 부침도 맛깔나는 별미이므로 눈여겨보도록. 이렇게 끝맺는 인천여행의 비용은 두 명이서 약 2만8천원 정도. 서울역에서 인천역으로 가는 운임은 1인당 왕복 2천5백60원, 인천 시내버스 1인당 7백원(총4회) 2천8백원, 맛있는 짜장면 1인분 3천원, 둘이서 먹는 어시장의 회 2인분 만원. 가까운 친구와 연인이 즐기기에는 적당한 가격 같다.  

인천차이나타운 풍경.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인천차이나타운 풍경.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Tip.
인천차이나타운
인천차이나타운은 1883년 인천항이 개항되면서부터 선린동 일대 구릉지대에 약 5천평 규모의 청국지계가 설치되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마을이다. 1946년 중국인과의 친선을 위해 ‘선린동’이라고 명명하였으며 개화기 인천의 상권을 주도하며 번성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시설들도 많이 파괴되었고 중국과의 국교단절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떠난 상태. 현재는 5백명 정도가 ‘화교학교’와 ‘화교협회’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상권과 문화를 유지한 채 이 지역을 이어나가고 있다.

인천 중구에서는 이 지역의 문화를 발굴하는 차원에서 선린동 일대를 관광상품거리, 특화점거리, 전통중국음식거리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인천역에서 내려 횡단보도 앞 페루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차이나타운에서 맛볼 수 있는 짜장면.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차이나타운에서 맛볼 수 있는 짜장면.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짜장면의 유래
짜장면은 1883년 제물포항의 탄생과 더불어서 생겨난 음식이다. 청나라 영사관이 생기고 청나라를 오가는 무역상인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청요리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청요리집에서는 물건의 선적일을 하던 부두노동자들에게 싼 값에 맛있는 면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의 짜장면이다. 짜장면은 ‘작장면’이라고 하는 중국 산둥지방의 음식이다.

우리나라 짜장면은 캐러멜 넣은 춘장을 써서 까맣고 달콤한 맛을 내지만 중국의 정통 짜장면은 콩으로 뽑은 면에 노란 장을 얻어 노랗고 고소한 맛이 난다고. 

버스를 타고 하루만에 인천을 돌아보는 여행을 해보자. 2004년 3월. 김정민 기자
인천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하루만에 인천을 돌아보는 여행을 해보자. 2004년 3월. 김정민 기자

Traveler’s Guide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여행을 즐기기
인천시티버스 투어 : 인천역 바로 옆에 붙어있는 인천관광정보센터에 가면 인천시티관광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인천시티버스 여행’이다.

시티투어버스는 코스에 따라 일일권과 전일권으로 나뉜다. 일일권은 시내버스처럼 한번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며 전일권의 경우에는 하루 종일 시티버스 내 어느 노선에서든 타고 내릴 수 있다. 원하는 곳을 구경하고 싶어서 내렸다가 다음차를 타고 여행을 계속할 수도 있는데 버스 배차시간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라서 전일권을 택할 경우에는 첫차를 타는 것이 좋다.

노선은 시내노선, 공항노선, 강화도노선, 소래노선이 있는데 강화도와 소래노선은 날이 따뜻해지는 4월부터 10월까지만 운행한다. 시티버스의 가장 큰 장점이 운전자의 구수한 해설이 함께하는 여행이라는 점이다.  

노선 중에서는 시티투어를 이용해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인천시내노선 중 갑문을 통해 들어가는 인천항 여행. 일반인 출입 통제 구역이지만 시티버스를 타는 순간 허가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진행시간은 약 25분 정도.

대형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인천항 부두 모습.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대형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인천항 부두 모습. 2004년 3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몇 십만 톤의 큰 배가 무리 없이 부두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수면의 높이를 조절하는 갑문시설과 항에서 선적을 하는 외국상선, 그리고 여러 곡식이나 돌가루 등을 실어 나르는 콘베어라인 등 인천항을 한 눈에 구경할 수 있다.

티켓구입은 인천역 관관정보센터에서 구입하거나 시티버스정류장에서 승차해서 기사에게 요금을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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