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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맛기행] 얼었다 녹았다, 황태 제철 만났네
[맛기행] 얼었다 녹았다, 황태 제철 만났네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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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여행스케치=인제] 구수한 황태국에 시원한 막걸리 한잔 어떠세요! 막걸리가 싫다고요. 그럼, 황태구이, 황태찜에 소주 한 잔 괜찮죠. 꼴깍꼴깍 카! 살맛 난다면 부르세요 노래든 사람이든….

명태가 황태가 되어가는 과정. 황태덕장의 모습.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명태가 황태가 되어가는 과정. 황태덕장의 모습.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명태 황태 되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왜? 이유는 간단하다. 명태가 황태가 돼야하므로. 작년 12월부터 내내 눈을 기다렸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명태가 눈 속에 묻혀 얼기를 기다렸다.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고 올 해 들어서 제일 춥다는 날 황태덕장을 찾았다. 황태덕장은 주로 대관령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와 인제군 북면 진부령에 가까운 용대리, 고성군 거진항 주변에 세워진다.

그 중에서 겨울 바람이 쌀쌀맞기로 소문난 용대리를 찾았다. 용대리는 해발 5백40m, 횡계는 해발 7백m 넘어서 날씨가 더 춥기 때문에 횡계 황태가 최고라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용대리 사람은 용대리가 해발은 낮지만 높은 산에 싸인 분지형태라 돌개바람 등 센 바람이 불어 용대리 황태가 최고라고 한다.

거진항. 동해의 거친 바람과 파도가 밀려온다. 이 바람이 황태를 만든다.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거진항. 동해의 거친 바람과 파도가 밀려온다. 이 바람이 황태를 만든다.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요즘 사람들 원조 좋아하는데 어디가 원조면 어떤가, 맛만 좋으면 되지. 덕장에 턱 걸어놓기만 해서 황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서른 세번의 사람 손질이 필요하다. 덕장 사람들이 겨울 내 추위와 싸워서 얻어낸 황태이다. 당연히 황태에 대한 자부심이 서로 높을 수밖에 없다.

12월에 나무를 이어서 생선을 말릴 수 있게 덕장을 만든다. 명태 내장을 빼내고 씻어서 두 마리씩 얽어서 덕장에 걸어둔다. 겨울 매서운 바람과 뼈 속까지 얼게 하는 찬 기온, 가끔씩 내려서 명태를 덮어주는 눈에 의해서 밤에는 얼고 낮에는 녹았다를 반복한다. 그렇게 4월까지 걸어두는데 그 때는 봄바람까지 더 한다. 명태가 언 상태로 15∼20일은 유지해야 황태 모양이 된다고 한다.

황태덕장은 6·25 한국전쟁 이후 함경도 실향민들이 피난을 내려와서 휴전선 부근 속초 등지에서 터전을 닦게 되었다. 이때부터 함경도 지방과 날씨가 흡사한 진부령과 대관령 일대에서 황태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

산꼭대기 등대에서 바라본 대진항.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산꼭대기 등대에서 바라본 대진항.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용대리 황태덕장을 가다  
용대리에서 겨울 바람을 만났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가 어찌나 세던지, 황태국을 들고 후루룩 마셨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먹고 난 후에야 ‘이 추위가 별미를 만드는군’하는 여유도 부릴 수 있었다. 요즘은 이상기온으로 겨울이 춥지 않고 따뜻하다. 추운 게 싫기는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눈이 많이 와야 풍년이 들 듯 황태도 춥고 눈이 많이 와야 맛이 좋다. 따뜻한 날이 많아서 올 겨울 맛 좋은 황태를 맛볼 수 있을까? 염려스럽다. 황태는 눈 속에서 자연상태 그대로 말리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럽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낮에는 겉만 살짝 녹았다가 밤이면 꽁꽁 얼기를 몇 번씩 반복한 끝에 속살은 솜같이 부드럽고 겉은 누런빛을 낸다. 좋은 황태는 물에 불린 것처럼 통통하고 노란빛을 띤다. 속살은 희고 포슬포슬해야 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먹기 좋게 뼈를 제거하고 살을 포슬포슬하게 손질을 해서 팔기 때문에 요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용대리에 조금 이른 시기에 찾아왔는지 황태덕장에 눈이 쌓여 있지 않았다. 왜 황태는 다들 입을 벌리고 있는가? 잡히면서 깜짝 놀라서? 아님 죽을 때는 아가미로 호흡하지 못 해서? 황태 입속에 눈이 먼저 와서 앉아있다. 마치 목화가 하얀 솜을 벌리기 시작했을 때처럼….

자연 바람과 눈 맞은 황태는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며 노랗게 변한다.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자연 바람과 눈 맞은 황태는 얼었다가 녹기를 반복하며 노랗게 변한다.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바람이 드세게 불 때마다 꽁꽁 언 황태가 바람 부는 쪽에서부터 파도타기를 시작한다. 그 바람에 덕대에서 땅바닥에 나가떨어진 놈도 있다. 그런 황태를 낙태라고 따로 부른다. 황태도 말리는 방법에 따라서 다양한 이름들이 있는데 우선 황태를 건조시킬 때 날씨가 너무 추워서 색깔이 하얗게 변한 것을 백태, 반대로 날씨가 따뜻해서 색깔이 검게 된 것은 먹태 또는 찐태라고 한다.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혹 찐태가 많이 나올까 걱정이 된다. 흠집이 생긴 것을 파태, 머리가 잘려나간 것은 무두태 등으로 부른다. 이렇게 온 몸으로 겨울을 맞은 황태가 좋은 이유는 뭘까? 명태를 자연건조 시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몸에 좋은 성분이 생긴다고 한다.

맛좋은 황태구이.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맛좋은 황태구이.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황태는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감기 몸살로 체력이 떨어져서 식욕이 없을 때 뜨거운 황태국을 먹으면 땀이 나면서 기력을 회복하는데 좋단다.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 손발이 찬 사람에게도 좋다. 황태 국물은 체내의 독성을 제거하는 해독 기능이 뛰어나며 고혈압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특히 숙취해소에 탁월하다.

이렇게 몸에 좋은 황태로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우선 가장 많이 해먹는 황태국, 황태구이, 황태를 넣은 김치찌개, 찜, 무침, 황태탕수육, 황태콩나물국 등 다양하다. 저녁상에 황태요리를 하나쯤 올려놓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할 이야기가 없다고? 그럼 황태 이야기라도.

Tip.
용대리황태축제
2월 28일부터 3월 1일 쪾가는 길   홍천 쮝 인제 쮝 원통 쮝 민예단지 삼거리(한계령과 갈림길)에서 진부령과 미시령 방향으로 가다보면, 용대리(백담사 입구)를 지나서 용대 삼거리(진부령과 미시령 갈림길)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좌측, 진부령쪽(46번 국도)으로 3백m 전방쯤에 용바위식당과 용대리덕장이 있음. 

Traveler’s Guide 

명태의 종류
‘1漁4色4味’라는 명태는 보관방법에 따라서 생태, 동태, 황태, 북어가 있다. 생태는 근해에서 잡힌 명태로 얼음에 냉동보관이 되지 않는 것을 말하고, 동태는 냉동보관 된 명태를 말한다. 황태는 12월∼4월까지 장기간 건조시킨 것을 말하고 북어는 황태보다 따뜻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달 정도 단기간에 건조시켜서 딱딱한 명태를 말한다.

그 외 코다리는 명태를 코에 꿰어서 꾸들꾸들하게 반쯤 말린 것을 말하며, 노가리는 2∼3년 된 명태 새끼를 말한다. 또한 잡히는 계절에 따라 봄에 잡은 명태는 춘태, 가을에 잡은 것은 추태, 겨울에 잡은 것은 동태라고 부른다.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 근해에서 잡은 것은 지방태라고 한다.

황태구이 한 상.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황태구이 한 상. 2004년 3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황태요리 잘 하는 집
용대리용바위식당 : 식당에 들어서면 한쪽 벽에 쫙 붙어있는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황태요리로 언론에 가장 많이 소개된 식당이 아닐런지. 그만큼 용바위식당 연영숙 아주머니는 용대리에서 27년 동안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판매용 황태는 크기가 달라서 가격이 다를뿐 맛이 다 좋단다. 자신의 덕장에서 키운 황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주머니가 알려주는 황태요리를 소개한다.

황태 콩나물국 - 황태 1마리, 콩나물 반봉지, 대파, 소금을 준비한다. 황태를 먹기 좋게 찢어서 준비한다. 황태 머리, 뼈, 껍질은 푹 끓어서 육수를 만든다. 준비한 육수를 찢어놓고 한소끔 끓인다. 콩나물을 씻어서 넣고 뚜껑을 덮어서 다시 한번 끓인다. 끓으면 소금으로 간을 하고 대파를 썰어 넣어 바로 불을 꺼주면 시원한 황태콩나물국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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