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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미리가보는 축제] 전국에서 제일 굵은 줄다리기라오~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미리가보는 축제] 전국에서 제일 굵은 줄다리기라오~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4.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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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 풍경.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 풍경.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여행스케치=당진] 의여차, 의여차 줄을 당기세. 수상(水上)마을이 이기면 나라에 평안이 오고 수하(水下)마을이 이기면 마을에 풍년이 든다네. 의여차, 의여차. 힘을 내어 줄을 당기세.

기지시 줄다리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구전으로만 전해질 뿐이다. 4백년 쯤 된다고. 조선 선조 초 당진 지방은 자연재해를 입었다. 하룻밤 사이에 17개면 중 5개 면이 바다에 매몰되고, 나머지 면에 전염병이 돌아 민심이 흉흉하였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지관이 이곳의 지형이 옥녀가 베틀을 놓고 베를 짜는 형상이라며, 윤년마다 주민들이 지극정성으로 줄을 당겨야 모든 재난이 물러간다며 방책을 알려주었다.

마을사람 모두가 나와 합심하여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마을사람 모두가 나와 합심하여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윤년에만 줄다리기를 하는 이유는 베를 짜는데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마을 이름도 베틀을 뜻하는 ‘틀’자와 길쌈을 하기 위해 필요한 물을 뜻하는 연못 ‘못’자가 합쳐져 ‘틀못시’라고 부르기도 했다. 전설에 불과하지만 마을은 윤년마다 줄다리기를 시작하고부터 탈이 없었다. 처음에는 아녀자들이 가볍게 줄을 꼬아 서로 당겼다. 그것이 점차 발전하여 마을 줄다리기가 됐다.

일제시대에는 주민들의 동요를 두려워하던 일본사람들이 줄다리기를 금지했었다. 그러나 민심의 반발로 다시 복원되었다. 그 결과 1982년에 중요무형문화재가 되는 영광을 얻었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다. 유서깊은 줄다리기를 보려고 윤년마다 수많은 인파가 기지시로 몰려들지만 지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의 예산지원에서 외면당했다.

당제를 지내는 모습.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당제를 지내는 모습.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이제는 보존회와 군청이 어렵게 전통을 끌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크게 당제와 줄다리기 행사로 나뉜다. 윤년에는 당제와 줄다리기를 함께 진행하지만 평년에는 그냥 당제만 지낸다. 윤년이 오면 음력 3월 가운데 하루를 택일하여 줄다리기 날을 받는다. 그리고 날에 맞추어 바로 전날에 당제를 지낸다.

당제는 유교, 불교, 무속 순으로 이어진다. 이 당제를 지내는 제관은 부정을 타지 않기 위해 외출도 삼간 채 집에서 근신한다. 줄다리기 하는 날이 정해지면 한 달 전부터 기지시는 바쁘다. 축제에 사용할 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마을 시장터에 모두 모여 몸줄을 들어보고 있다. 튼튼하게 만들어야 줄이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마을 시장터에 모두 모여 몸줄을 들어보고 있다. 튼튼하게 만들어야 줄이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최대의 줄다리기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기지시의 줄은 특별하다. 길이 2백m, 지름 1m로 크기 또한 만만치 않다. 대형 몸줄 제작에 쓰는 중소형 새끼줄은 각기 마을에서 나누어 만든다. 몸줄에 붙는 곁줄도 각기 마을에서 각자 꼬아 가지고 나온다. 몸줄은 한 달 동안 15인의 기술자가 만들지만 곁줄은 그 전날 붙인다.

마을사람들이 넓은 시장통에 모여 그간 꼬은 새끼줄을 붙여낸다. 줄틀에 곁줄을 매달 때에는 술과 음식을 먹으며 함께 즐긴다. 역시 잔치 전날을 연상케 한다. 나이든 노인들이 혹여 줄에 부정이라도 탈까 경계하는 날도 이 날이다.

줄에 바늘을 꽂아두거나, 여자가 줄을 넘거나 양잿물을 떨어뜨리면 안된단다. 줄이 끊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밤새도록 줄을 지키지만 아들을 기원하는 부녀자들은 야음을 틈타 줄을 넘기도 한단다.

수상수하의 두목들이 선두에 서서 마을에 줄다리기 행사를 알린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수상수하의 두목들이 선두에 서서 마을에 줄다리기 행사를 알린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합덕에서 기지시리를 거쳐 당진, 서산으로 향하는 국도를 경계로 두 편으로 나눈다. 남쪽은 수상(水上), 북쪽은 수하(水下) 라고 부른다. 남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해마다 줄다리기를 지휘하는 두목과 비장을 뽑는다. 평소 체골이 장대하고 품행이 방정한 자 가운데서 선발한다. 드디어 줄다리기 하는 날 마을사람들이 몸줄 앞으로 모여든다. 줄다리기장으로 줄을 옮겨야 한다.  

‘의영차, 의영차’를 외치면서 구령과 함께 줄다리기장으로 끌고간다. 그러면 마을마다 줄다리기를 응원하는 풍물패들이 몰려들어 풍악을 울린다. 몸줄은 길고 무거워 사람들이 마음을 합쳐 들지 않고서는 옮길 수 없다.

드디어 수상, 수하를 앞세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드디어 수상, 수하를 앞세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하나로 길게 이어져 있어 차로도 옮기기 힘들다. 줄을 옮길 때는 용이 꼭 용트림을 하는 것처럼 바람과 먼지를 일으킨다. 사람들은 이 현상을 ‘용이 승천하기 위한 용트림’이라고 부른다. 숫줄이 먼저 도착하여 수상 위치에 진지를 확보한다. 그러면 암줄은 뒤를 따라 자기 위치에서 숫줄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사람들이 암줄의 줄머리를 번쩍들면 숫줄의 머리가 옆으로 틀려 암줄의 줄머리 속으로 들어온다. 이것이 바로 암수의 결합이다. 비녀장이 끼워지고 준비가 끝나면 드디어 본 게임이 시작된다. 수상은 노란색, 수하는 초록색 두건을 두르고 함성을 지르며 줄다리기를 한다. 자신이 서 있는 편이 힘이 달리면 자신도 모르게 줄을 잡고 동참하는 것도 이때 이야기.

수상이 이기면 나라의 평안이 오고 수하가 이기면 지방에 풍년이 든다고 하여 일부러 수상이 져주기도 한단다. 워낙 많은 인파가 모이기 때문에 줄다리기는 금방 끝난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곁줄은 참가자들이 모두 끊어간다. 곁줄을 지붕 위에 올려두면 다음 줄다리기가 열릴 때까지 집안에 평안이 깃든단다.

줄다리기 행사장 옆에서는 베틀짜기가 실제로 시연된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줄다리기 행사장 옆에서는 베틀짜기가 실제로 시연된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아이를 못 낳는 여성이나 요통이 심한 사람들은 특히 암수가 결합된 부분의 곁줄을 잘라간다. 곁줄을 다린 물을 마시면 아이가 생기고 아픈데 영험한 약이 되기 때문이다.

윤년이 든 올해의 줄다리기는 4월 4일이다. 당진군에서는 인터넷을 통하여 줄다리기에 참여할 관광객을 모집한다. 4월 1일부터 4일간 펼쳐지는 기지시 줄다리기 행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당진군 송악면 기지시리 일원에서 펼쳐진다. 오래동안 기다린 축제인 만큼 줄다리기 당제와 용왕제, 시장굿을 포함, 남사당패 공연과 농악공연, 마당극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Interview 권갑순 (당진군수 권한대행)

“당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니, 관심을 가져준 것만도 감사합니다.”  

권갑순 부군수는 전임군수의 총선 출마 때문에 갑작스럽게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당진군의 행정책임자다. 군수와 부군수가 해야 할 일을 혼자 하려니 정말이지 두 배로 바쁘다. 어렵게 시간을 냈는데 얼굴에는 여유가 넘친다. 정년을 2년여 앞둔 베테랑 행정가답다.

“당진에는 문화 유적이 많습니다. 기지시 줄다리기는 역사가 4백년이 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죠. 조상들이 후손에게 물려준 뜻깊은 유산인데, 당진 주민들의 자긍심이 아주 큽니다.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객지에 나가 살던 사람들도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동창들끼리 오기도 하고, 친척 형제들끼리 오기도 합니다. 그동안 헤어져 살았던 친구들과 형제, 선후배들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를 벌이는 겁니다. 이런 뜻깊은 이벤트가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마을에서 대표하는 깃발을 가지고 나와 장관을 펼친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모든 마을에서 대표하는 깃발을 가지고 나와 장관을 펼친다. 2004년 4월. 사진제공 / 당진군청 문화관광과

권갑순 부군수는 벌써 손님 맞을 준비로 바쁘다. 객지에 나가 사는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이나 어렵게 지내는 사람이나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산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고향을 찾은 사람들만 귀한 것은 아니다. 기지시 줄다리기 축제에 참가한 사람이면 누구나, 멀리 외국에서 온 사람들까지 불편함이 없이 지내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 가득 담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당진 인심은 바뀌지 않았다는 인상을 모든 방문객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Traveler’s Guide 
주변관광지

필경사 : 일제의 저항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심훈이 내려와 작품활동을 하던 아담한 한옥. 1932년 심훈은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아버지가 살던 당진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이 집을 직접 설계하여 <필경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이 집에서 1935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농촌소설 중의 하나인 <상록수>를 집필했다. 한 때 교회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그의 장조카 심재영이 사들여 당진군에 희사했다.

군함테마파크의 함상공원에서 볼 수 있는 군함. 2004년 4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군함테마파크의 함상공원에서 볼 수 있는 군함. 2004년 4월. 사진 / 여행스케치 DB

삽교호 관광지 (함상공원) : 삽교천 유역 농업종합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방조제.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1시간 이내에 찾을 수 있는 관광지다. 삽교호관광지에는 동양최초의 군함테마파크인 함상공원, 서해대교와 행담도 주변을 유람하는 바다 유람선, 놀이동산 등이 있다. 주위에는 횟집들도 즐비해 가족 여행 장소로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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