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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섬플러스⑫] 걸음마다 애틋한 전설이 감도는 섬, 군산 장자도ㆍ선유도
[섬플러스⑫] 걸음마다 애틋한 전설이 감도는 섬, 군산 장자도ㆍ선유도
  • 조아영 기자
  • 승인 2019.07.29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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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봉 올라 만나는 전설 속 장자 할머니 바위
노래미 매운탕ㆍ실치전 등 ‘섬의 맛’ 만끽할 수 있어
망주봉에 얽힌 흥미로운 전설부터 최치원 탄생 설화까지
대장봉 정상의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본 섬 풍경. 장자도마을부터 선유도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여행스케치=군산] 전북 군산은 서로 다른 시간의 켜가 쌓인 도시다.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품은 근대문화유산거리를 비롯해 앞바다에 올망졸망 떠 있는 고군산군도에는 아득히 먼 옛날 전설이 서려 있다. 군산을 배경으로 한 채만식의 소설 <탁류> 속 문장처럼 ‘슬퍼도 달코롬한 이야기’를 찾아 섬으로 떠난다. 

‘먼 옛날 장자섬의 한 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떠나자 아내는 매일같이 산에 올라 금의환향을 기도했다. 하루는 남편이 장원급제하여 돌아온다는 소식에 아기를 등에 업고 한달음에 산마루로 올라갔다. 그러나 남편은 등과도 하지 못한 채 새 부인까지 맞고, 아이를 낳아 돌아왔다. 부인이 크게 상심하고 돌아서려는 순간 등에 업힌 아이가 힘을 쓰는 바람에 그대로 돌로 변했다고 전해진다.’

고군산군도의 끝 섬, 장자도 둘러보기
할머니(할매) 바위 전설이 어린 장자도는 고군산군도에서 육로로 여행할 수 있는 섬 중 가장 끝자락에 자리한다. 장자도까지 편리하게 가기 위해서는 99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99번 버스는 1시간에 1대씩 군산 시내와 섬을 오가는 2층 버스로, 탁 트인 풍광을 조망할 수 있어 많은 여행자에게 사랑받는다. 시원스레 뻗은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등 3개의 섬을 차례로 지나면 장자도 교차로에 닿게 된다. 

군산 시내(비응항)와 신시도, 선유도, 무녀도, 장자도를 오가는 99번 시내버스. 사진 / 조아영 기자
2층 버스에 올라 조망할 수 있는 풍경은 더욱 이채롭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장자도 교차로 인근에는 관광안내소가 자리해 여행 정보가 담긴 팸플릿을 가져갈 수 있고, 사전 예약 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안내소 앞에는 여행에 소소한 재미를 더하는 스탬프 함도 설치되어 있어 팸플릿에 첫 스탬프를 남겨봄 직하다. 건물을 벗어나면 잔잔히 일렁이는 바다와 항구에 나란히 정박된 어선 등 소박하고 한적한 풍경이 펼쳐진다. 

'구불길'을 알리는 노란 표식이 곳곳에 매달려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구불8길에 속한 고군산길 안내판. 사진 / 조아영 기자

섬이 주는 정취를 만끽하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구불길’이라 쓰인 기다란 천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구불길은 총 8개 테마로 구성된 군산의 도보 여행길로, 장자대교, 장자도마을 등은 ‘고군산길 A코스(12.4km)’에 속한다. 길가에는 고군산길 이동 경로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서 있고, 가로수에는 노란색 구불길 표식이 묶여 있어 처음 방문했더라도 수월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Tip 군산 99번 시내버스
비응항(환승장)에서 출발해 고군산군도 곳곳에 정차하는 2층 버스. 오전 6시 40분부터 오후 8시 4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며, 선유도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오전 7시 20분부터 오후 9시 20분까지 매시간 운행한다.
이용요금 1350원(교통 카드 이용 가능, 하차 후 1회 30분 이내 군산 시내 전 지역 무료 환승)

Info 장자도 가는 배편
군산항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고군산카훼리호를 타면 장자도에 입도할 수 있다. 장자도까지는 2시간가량 소요되며, 관리도, 방축도, 명도, 말도 등 뱃길로만 닿을 수 있는 섬까지 운항된다. 장자도를 제외한 섬에는 매표소가 없어 선박에서 매표가 이루어진다.
입도시간 군산 출항 오전 9시, 장자도 출항 오후 2시(주말 오후 1시, 오후 2시 20분) 
이용요금 대인 1만3900원, 중고생 1만2700원, 경로 1만1600원, 소아 7200원(주말, 공휴일, 특별수송 기간 10% 할증)
주소 전북 군산시 임해로 378-8

장자도관광안내소에서는 여행 정보가 담긴 팸플릿 수령이 가능하다. 사진 / 조아영 기자 

Info 장자도관광안내소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단체 10명 이상 사전 예약 시 해설 가능)
주소 전북 군산시 옥도면 장자도리 47

대장봉 기슭에 사는 할머니를 찾아서
구불길을 따라 10여 분가량 걷다 보면 할머니 바위 전설의 주 무대가 된 대장봉이 멀찍이 보이는데, 이곳에 가려면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한다. 윤연수 군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대장봉이 솟아 있는 섬은 행정 구역상 대장도에 해당한다”며 “주민들은 장자도와 대장도를 아울러 모두 장자도라 부르며, 전설 속 장자섬도 바로 이곳”이라 설명한다.

대장봉은 해발 142.8m의 나지막한 산이다. 그러나 경사가 무척 가파른 편이어서 오르내릴 때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산에 들어서면 흙길과 나무 계단이 번갈아 나타나며, 성인 정강이에 닿을 정도로 높은 계단이 많아 쉬엄쉬엄 오르는 것이 좋다. 할머니 바위는 대장봉의 50여m 위치에 자리해 10분 남짓 올라가면 마주할 수 있다. 둥그런 머리와 불룩하게 튀어나온 등, 선착장을 향해 있는 얼굴이 영락없이 아이를 업고 있는 사람의 모양새다. 

대장봉 등산로. 대장봉은 나지막한 산이지만, 경사가 가팔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애달픈 전설을 지닌 장자 할머니 바위. 사진 / 조아영 기자
대장봉 정상 진입 전 나무 계단에 서서 바라본 풍경. 사진 / 조아영 기자

할머니 바위 앞에서는 두 손을 모으고 소망을 비는 여행객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돌이 되어버린 할머니가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이야기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애달픈 사연을 품은 바위를 바라보며 마음속 소원을 빌고 나서는 등산로로 발걸음을 이어간다. 

대장봉 정상에는 섬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데크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다. 전망대 중앙에 서면 장자도마을과 선유도 전경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인다. 전망대 오른편으로 향하면 뱃길로만 닿을 수 있는 이웃 섬 관리도를 조망할 수 있다. 윤연수 해설사는 “날씨가 맑을 때는 이곳에서 부안 위도까지 볼 수 있다”고 귀띔한다. 

전북 익산에서 이곳을 찾은 김민자 씨는 “이전에 선유도는 몇 번 다녀간 적이 있지만, 장자도는 이번에 처음 방문했다”며 “할머니 바위에 얽힌 애달픈 전설이 궁금해 오게 되었는데 바위는 물론 전망대에서 바라본 섬 능선이 무척 멋져서 오랜 시간 감상했다”고 소감을 전한다.

한 여행객이 데크 전망대에 서서 풍경을 조망하고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산 정상에서도 구불길 표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관광안내소 인근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한 상 차림새. 특히 노래미 매운탕과 실치전의 맛이 좋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산을 오르내리고 나면 걸음은 더뎌지고, 속은 출출해져 온다. 관광안내소 인근에는 식당과 횟집이 여럿 영업 중이어서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섬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노래미를 넣어 끓인 매운탕과 실치를 통째로 넣어 부친 고소한 실치전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할 정도로 맛이 좋아 장자도에 방문했다면 꼭 먹어보길 권한다.

Info 대장봉
주소
전북 군산시 옥도면 대장도리 산 1

신선이 노닐다간 자리에 피어난 전설
장자도에 어린 할머니 바위 전설을 살펴봤다면 이웃한 선유도로 여정을 이어간다. 두 섬 사이에는 구 장자교와 장자대교로 불리는 2개의 다리가 놓여있어 도보로 쉽게 오갈 수 있다. 예부터 섬과 섬을 이어주던 구 장자교는 도보와 자전거로만 통행할 수 있으며, 차량을 가져왔다면 장자대교를 이용하면 된다.

장자도와 선유도를 이어주는 구 장자교. 왼편으로 새로이 조성된 장자대교가 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고운 모래 해변이 인상적인 선유도해수욕장에 들어서면 망주봉이 멀찍이 보인다. 사진 / 조아영 기자
해변에 놓여 있어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는 소라 조형물. 사진 / 조아영 기자

장자도에서 10분가량 걸어 선유도에 닿으면 가장 먼저 드넓게 펼쳐진 선유도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명사십리’라는 별칭이 붙은 해수욕장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다. ‘신선이 노닐던 섬’이라는 말에 걸맞게 고운 모래 해변은 물론 물속에 100여m 가까이 들어가도 수심이 허리에 닿을 만큼 낮아 온 가족이 물놀이를 즐기기 그만이다. 해변에 설치된 게, 소라 조형물은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선유도해수욕장에 발을 담그고 놀다 보면 멀찍이 떨어진 바위산 하나가 보인다. 선유도의 중심에 솟아 있는 망주봉은 현재 입산이 금지되어 있어 오를 수 없는 산이지만, 두 가지 전설이 숨어 있어 흥미롭다.

망주봉 기슭에는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에도 기록된 유서 깊은 사당 오룡묘가 자리한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선유도해수욕장 곁에 마련된 고운 최치원과 황금돼지, 산신 조형물. 사진 / 조아영 기자

편정수 군산시 문화관광해설사는 “과거 억울하게 유배된 한 충신이 임금을 그리워하며 이곳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았다 해서 ‘망주봉(望主蜂)’이라 이름 지어진 산”이라며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을 믿었던 한 부부가 천년왕국의 임금이 될 인물을 기다리다 바위산이 되었다는 또 다른 전설도 전해진다”고 말한다. 망주봉 기슭에는 고려시대부터 영험한 기도처로 꼽혔던 사당 오룡묘가 자리해 여행 중 함께 둘러봄직 하다.

한편, 해수욕장 곁에는 신라시대 학자 고운 최치원의 탄생 설화를 담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과거 선유도 남악산 해안 굴에 살던 금돈(황금돼지)이 아이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바로 최치원이었다는 설화에 의해 조성된 것이다. 조형물에는 구름에 올라탄 신선과 천진난만한 황금돼지, 글공부하는 어린 최치원의 모습이 담겨 있어 선유도 여행 인증사진을 남기기에 제격이다.
 

장자도ㆍ선유도 주변 여행 정보

지정된 팸플릿에 각각의 스탬프를 찍어 한 코스를 완주하면 기념품 또는 상품권을 받을 수 있다. 사진 / 조아영 기자

스탬프 투어: GO군산 코스
여행길에 쏠쏠한 재미를 더하는 스탬프 투어. 테마별로 총 5가지 코스가 마련되어 있으며, 그중 'GO군산 코스‘는 장자도와 선유도를 아우른다. 한 코스를 완주할 경우 1만원 상당 기념품 또는 군산사랑 상품권 1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어 알차다. 
경로 고군산관광 탐방지원센터~선유도홍보관~선유도 기도등대~선유도 남억리 전망데크~(구)장자교~장자도관광안내소~장자도 낙조대~대장도 입구 포토존~선유도 옥돌해수욕장

선유도의 절경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선유스카이SUN라인 하강체험시설. 사진 / 조아영 기자

선유스카이SUN라인
바다 위를 가로질러 건너편의 솔섬까지 닿을 수 있는 하강체험시설. 일명 ‘짚라인’이라고도 불리며, 온몸으로 선유도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수단이다. 체험시설을 이용할 경우 10층에 마련된 전망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주소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리 산56-36

해변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닿게 되는 옥돌해수욕장. 사진 / 조아영 기자

옥돌해수욕장
선유1구 통계마을에 자리한 해수욕장. 해변이 모래가 아닌 옥돌같이 고운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선유도해수욕장과는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해수욕장과 곧장 이어지는 곳에는 해변 데크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푸른 바다를 끼고 기암괴석을 눈에 담으며 산책하기 좋다. 선선하게 불어와 땀을 식혀주는 해풍은 덤이다.
주소 전북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리 산 65

금강철새조망대에 조성된 생태체험학습관 외부 전경. 사진 / 조아영 기자

금강철새조망대
겨울이면 철새들의 보금자리로 거듭나는 금강 일대에 세워진 국내 최대 규모의 철새 관찰 시설. 철새들이 서식하는 모습을 관찰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또한, 생태체험학습관, 부화 체험관 등이 마련되어 있어 더욱 유익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주소 전북 군산시 성산면 철새로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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