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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지구촌기행] 산동반도의 맑고 고운 도시, 청도
[지구촌기행] 산동반도의 맑고 고운 도시, 청도
  • 박상대 기자
  • 승인 2004.05.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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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청도 TV타워. 우리나라의 남산타워처럼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꼭 들려보자.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청도 TV타워. 우리나라의 남산타워처럼 주변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청도 방문 시 꼭 들려보자.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여행스케치=중국] 하루에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해안 비치가 13개나 있는 곳, 태산이 부럽지 않다는 멋진 산 노산과 세계적인 술 청도 맥주가 있고, 도교의 발상지이며, 중국 근대문학의 거목 노신의 고향, 북경과 함께 2008년 올림픽을 공동 개최한다는 청도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이름값을 하는 모양이다. 아니다. 고귀한 이름을 가진 도시를 너무 몰라주었다. 중국행 항공기에 몸을 실으면서 황사를 걱정했다. 황사 때문에 항공기의 이착륙이 어려운 지경에 이르진 않겠지만 사진을 촬영해야 하는 사진 기자한테 황사는 가장 큰 적이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광도 황사가 날리면 카메라에 담을 수가 없기 때문.

그런데 청도는 황사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말끔했다. 공항에서 내려 가장 먼저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한국 강원도의 하늘보다는 못했지만 파란 색깔을 띠고 있었다. 옛 사람들이 지명을 지으면서 얼마나 신중하고 정확하게 결정했는지 다시 한번 감탄하게 만들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조각상들이 포토존을 이룬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바다를 배경으로 멋진 조각상들이 포토존을 형성한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청도의 첫인상은 쾌적한 도시였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달려 청도시 노산구에 있는 숙소로 달린다. 노산구는 중국이 자랑하는 태산과 견주어 한치도 물림이 없다는 명산인 노산이 있는 곳이다. 공항에서 노산구까지 거리는 자동차로 30분 거리. 멀리 벌거숭이 바위산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벌판과 새로 지은 듯한 아파트들이 늘어 서 있다.

호텔에 들어가 커튼을 젖히자 창 밖으로 파란 바다가 펼쳐져 있다. 잔잔한 바다가 눈 아래 펼쳐져 있고, 해안선을 따라 해수욕장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청도시가 산동반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모래사장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걸닐고 있다. 오후 늦은 시각이지만 일단 카메라를 매고 밖으로 나갔다.

큰길을 건너야 하는데 차들이 정말 ‘맘대로’ 달린다. 신호를 무시하는 것은 아닌데 차선을 무시한다. 황색선도 중앙선도 무시한다. 달리는 차들을 피해 큰길을 건너 해안가로 가는데 전원주택단지가 나타난다. 눈치로 봐도 전원주택단지를 지나면 해안가에 이를 듯하다. 그러나 입구에서 경비대원이 길을 막는다.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으니 담장 밖으로 빙 돌아서 가란다.

2008년 올림픽 때 요트경기가 열리는 청도시 앞바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2008년 올림픽 때 요트경기가 열리는 청도시 앞바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청도의 모든 해수욕장은 금빛 모래사장이다. 동쪽 끝에 노인을 닮은 바위가 있어서 석노인 (石老人)마을이라 불리는 이곳 석노인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1km가 넘는 해수욕장이 13개나 있다. 이른봄, 아직도 옷을 여미게 할 만큼 바닷바람이 차다. 바닷가에는 참 다양한 인간들이 놀고 있다.

사람이 많으니 개성도 다양한 모양이다. 연을 날리는 사람과 옥수수를 먹는 사람, 술을 마시는 사람, 겨울 점퍼를 입고 걸어다니는 사람, 비키니차림으로 조깅을 하는 사람, 수영복을 입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사람, 바닷물에서 수영하는 사람들… 사계절이 공존하는 땅답게 사람들의 성향도 사계절이 혼재하고 있다. 이런 문화가 낯선 방문객들의 손에 땀이 흐르게 하는 힘이 아닐까.

호텔에서 여장을 풀고, 침대에 앉아 텔레비전을 켰는데 한국 방송이 뜬다. 노대통령의 탄핵반대 시위와 총선에 대비한 각당의 움직임이 소개된다. 여행을 하다보면 나랏일은 잊어 먹고 가족만 생각한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회사도 떠올리겠지만. 어쨌든 이성은 실종되고 감정만 난무하는 한국 사회현상을 눈꼴시러워했는데 외국에서까지 그걸 봐야 한다니…

그러나 실시간으로 남의 나라에서 제나라 방송을 볼 수 있는 세상이라니 세계가 넓으나 넓지 않고, 국경이 있으나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실감났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청도 여행을 시작했다. 10여년 전 고구려 유적지를 여행하던 중 집안시에서 팔등신 미녀들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지자 곁에 있던 사내가 청도에 가면 더 예쁜 아가씨들이 더 많이 있다고 말해서 웃었던 기억이 있다.

청도 신도시는 길이 ㄴ럽고 곧으며 소나무 가로수가 많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청도 신도시는 길이 넓고 곧으며 소나무 가로수가 많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취재팀을 태운 자동차가 시내를 질주하는 동안 혹시나 해서 시선을 휘두르는데도 팔등신 미녀는 보이지 않는다. 집안시나 심양, 북경에서 심심찮게 보았던 미니 스커트 입고 자전거 타는 미녀들도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구릉지대라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 타기가 힘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독일군부가 1백여년 전에 지어 놓은 영빈관 외부. 80년대까지 사용했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독일군부가 1백여년 전에 지어 놓은 영빈관 외부. 80년대까지 사용했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동양 사람들은 손님을 모시는 방이나 집을 따로 마련해 두었다. 청도에는 영빈관이 있다. 1백여년 전 독일이 점령하던 시절, 독일식으로 지어놓은 건물이다. 독일군은 조용한 반도 청도에 유럽 문화의 터를 닦기 시작했다. 그 결과 2층 짜리 영빈관을 지었는데 80년대 초까지도 그 건물에 귀빈들을 모셨다고 한다.

마당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여러 그루 영빈관을 지키고 서 있다.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영빈관 안으로 들어갔다. 고풍스런 실내장식과 가구들이 배치되어 있다. 오른쪽으로 메인룸이 있다. 귀빈들이 잠을 잔 곳이다. 1957년에는 모택동이 한 달간 머물렀던 방이다. 장경국 총통과 베트남의 호치민도 이곳을 다녀갔다.

독일 사람들이 지은 기독교 교회. 인근에 독일식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독일 사람들이 지은 기독교 교회. 인근에 독일식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1층에 독일제 그랜드 피아노가 하나 있는데 1876년에 생산된 것이다. 모택동의 세 번째 부인 강청이 이 피아노를 연주했다고 한다. 인걸은 간 곳 없고 유물만 남아 있는 영빈관을 나와 자동차로 10분 쯤 달리자 고풍스런 유럽형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1910년에 독일 사람들이 지었다는 기독교 교회다.

교회 마당으로 들어서며 가이드에게 물으니 그 시절에 지은 천주교 성당도 있다고 한다. 중국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는지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물론 있다. 교회 예배당을 구경시켜준 아가씨에게 크리스찬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우리 선교사들이 간혹 구금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나친 선교활동을 금지한 탓이다.

노산 가는 길. 해안과 절벽으로 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절경이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노산 가는 길. 해안과 절벽으로 가는 드라이브 코스는 절경이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이제 여행객을 태운 차가 해안도로를 달린다. 청도는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구청도와 신청도로 나뉜다. 구청도는 옛건물들이 있고, 길도 좁다. 당연히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산다고 한다. 그러나 신청도는 정말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여행객들은 넓고 곧은 도로와 해안선을 따라 꾸며 놓은 공원들을 보면서 동쪽의 작은 도시 청도에서까지 중국의 위대한 힘을 느낀다.

신청도의 해안선 공원은 25km. 서쪽 단도에서 동쪽 대맥도까지 이어지는 해안선 공원에는 먼저 청도시의 상징인 잔교가 있다. 1백년 전에 군사용 부두로 만들었다는 잔교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남녀들로 붐빈다.

소설 '아큐정정'의 작가 노신 석상. 노신공원에 있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소설 '아큐정정'의 작가 노신 석상. 노신공원에 있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여기에서 일몰을 보면 장관이라지만 많은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곧이어 세계적인 문호이자 사상가인 <아큐정전>의 작가 노신을 기리는 노신공원이 있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이리 치고 저리 치면서도 잠자코 숨쉬어야 했던 이성이 마비된 사내 아큐(阿Q)를 떠올리며 자문한다.

소청도 앞에 있는 해양박물관. 군함과 잠수함에다 만들었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소청도 앞에 있는 해양박물관. 군함과 잠수함에다 만들었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나는 이 시대의 아큐가 아닌가? 공원에선 노인들이 장기를 두거나 카드놀이를 하고,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바이올린 모양을 하고 있다는 작은 섬 소청도와 잠수함에다 만들어 놓은 해양박물관, 독일, 러시아,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일본식 등 세계 각국의 건축물들이 저마다 개성미를 자랑하며 거리를 꾸미고 있는 팔대관, 젊은 지식인들이 새로운 중국건설을 외쳤던 5.4운동의 기념광장, 그리고 하루종일 음악이 흐르는 음악공원 등등.

노신공원에서 바라본 청도시의 한 풍경. 앞에 보이는게 수산박물관이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노신공원에서 바라본 청도시의 한 풍경. 앞에 보이는게 수산박물관이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모든 건축물들이 맑은 바닷물과 시원한 바닷바람과 어우러져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해안가 음악공원에서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하나 피우고 싶다. 벌써 수년 전에 끊어버린 담배가 생각날 만큼 로맨틱한 분위기가 잔잔히 흐른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반도 청도에는 명산이 하나 있다. 중국의 자랑이라는 명산 노산(Lao Shan : 라오샨). “태산이 아무리 높다 해도 동해의 노산만 못하다.” 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산동 반도의 동서부에 있고, 청도시 동쪽으로 약 30㎞ 떨어져 있다. 황해에 바로 인접해 있는 산 가운데 가장 높은 산(1,113m)이다. 유감스럽게도 노산은 벌거벗은 산이다.

노산의 바위에 새겨 놓은 해상에서 제일 가는 명산 글씨.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노산의 바위에 새겨 놓은 해상에서 제일 가는 명산 글씨.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노산 정상 오르는 길에서 본 태청궁 전경. 노산은 도교의 발상지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노산 정상 오르는 길에서 본 태청궁 전경. 노산은 도교의 발상지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산 아래로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내내 가슴이 아프다. 산에는 당연히 숲이 있고, 계곡이 있어야 할 텐데 바위와 돌덩이들만 눈에 가득하다. 자꾸만 시선이 바다로 향한다. 산 그림자가 봄 바다에 깊이 잠겨 있다. 해안과 산자락으로 굽이굽이 뚫려 있는 찻길이 드라이브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천하제일명산이란 휘호를 바위에 새겨 놓은 노산. 도교 사원 태청궁 앞 주차장에는 승용차와 관광버스가 가득하다. 사원을 안내하는 가이드만 70여 명이라니 그 규모와 방문객 숫자를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2천년 역사를 간직한 사원에는 그만큼 많은 전설들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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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시골프장 전경.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청도시골프장 전경.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 청도시골프장 : 청도시 근교에 청도골프장이 있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데 손님들 중 90%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물론 청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한국 여행객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

청도에서는 매년 국제 맥주축제가 열린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청도에서는 매년 국제 맥주축제가 열린다. 2004년 5월. 사진 / 정대일 기자

② 청도 맥주 축제 : 청도에서는 매년 8월 중순에 국제 맥주축제를 연다. 전세계 유명 맥주들이 모여 제각기 자신의 맛과 향을 자랑한다. 물론 한국의 유명 맥주도 참가한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축제에 참가할 수 있다.

중국에서 만난 사람 : 청도에는 상주하는 한국 사람들이 6만여 명 된다. 수시로 왔다갔다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11만 명이 시내에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부동산 경기침체로 중국에 투자하려는 한국인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쉽지 않다고 한다.

전문지식이 없이 수익만 탐내고 덤비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것. 화한국제방산개발유한공사 이용세 총재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중국 투자자들을 자문하고 있다. 제일은행 청도지점 및 서울 지점장 출신으로 청도시 금융권과 정부, 기업체에 지인들이 많다는 점을 이용하여 한국 투자자들에게 자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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