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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통나무운동회 참관기] 청태산 자연휴양림, 전국 휴양림 애호가족들이 한자리에!
[통나무운동회 참관기] 청태산 자연휴양림, 전국 휴양림 애호가족들이 한자리에!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4.06.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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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통나무 운동회가 열렸던 청태산 자연휴양림.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통나무 운동회가 열렸던 청태산 자연휴양림.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횡성] <여행스케치> 4월호에 ‘오서산 자연휴양림’을 소개한 다유네 가족이 청태산 자연휴양림에서 통나무 운동회를 연다고 초청했다. 다유네 가족 홈페이지를 자주 찾는 가족들이 오프라인 상에서 한번 모이자고 의기투합하여, 첫 정기모임을 겸해서 운동회를 한 것.

늑장을 부리다 저녁 7시가 거의 다되어 갈 무렵에야 청태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했다. 6시부터 바비큐 파티가 시작된다고 했는데 여러 가족이 모이는 만큼 제 시간에 진행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찾아갔는데, 웬걸 벌써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다유네 홈페이지는 휴양림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서로 생생한 정보를 나누며 상부상조한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다유네 홈페이지는 휴양림을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 서로 생생한 정보를 나누며 상부상조한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오후 3, 4시에 거의 모든 가족들이 도착해서 일찍 시작했단다. 전국 각지에서 모두 26가족이 왔는데 4개조로 편성을 하고 각 조별로 바비큐를 굽고 있었다. 봄이 무르익은 숲 속에서 자상한 남편들이 고기를 굽고, 아내들은 식탁에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서로 어울려 깔깔거리며 사방을 뛰어다니고. 보기만 하는데도 가슴 가득 따뜻한 행복감이 밀려왔다.

놀라운 것은 이 가족들이 모두 오늘 이 자리에서 서로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너무나 스스럼없이 ‘석이네’, ‘해모수네’ 부르며 이런 저런 수다(?)를 떠는데 이제까지 얼굴도 몰랐던 이들이라고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인터넷의 힘에 다시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딸 다경 유경의 이름을 따서 만든 다유네 홈페이지가 개설된 것은 작년 3월. 숲을 좋아해서 자연휴양림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때그때 모은 정보들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엄마 최희선 씨가 만든 가족홈페이지다.

청태산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청태산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전국 1백50여 개의 휴양림 가운데 50여 곳을 다녀와서 후기 형식으로 안내를 했는데 휴양림 여행을 좋아하는 가족들이 한둘씩 모여들면서 지금은 하루에 8백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는 인기 있는 홈페이지라고. 실제로 전국 각지의 가족들이 자신들이 다녀온 휴양림에 관한 정보와 후기를 싣고 있어 자연휴양림에 관한 한 가장 생생하고 다양한 정보가 쌓여있다.

즐거운 바비큐 시간.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너무나 스스럼없이 어울려 놀라웠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즐거운 바비큐 시간.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너무나 스스럼없이 어울려 놀라웠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점차 찾는 이들이 늘면서 바비큐 그릴을 공동구매하거나 휴양림 예약에 성공할 수 있는 노하우 소개까지 서로서로 상부상조하고 있다. 자연휴양림은 예약제인데 신청 가족이 많아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예약 접수가 시작되면 재빨리 해야 간신히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모인 가족들 면면이 휴양림 여행의 고수(?)다웠다.

바비큐 솜씨부터 달랐다. 바비큐라면 돼지고기나 갈비를 굽는 걸로 생각했는데 석쇠를 보니 소시지, 고등어, 장어, 조개까지 다양한 구울거리들이 지글지글 익고 있었다. 은박지에 싼 감자, 고구마는 숯불 속에서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익고 있었다.

가족들마다 싸온 음식들이 한 가득이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가족들마다 싸온 음식들이 한 가득이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가족마다 아이스박스에 한 가득 먹을거리를 싸왔는데 아이들 과자는 물론 갖은 야채와 과일까지… 커피는 기본이고 우아하게 녹차를 타서 내놓는 집도 있었다. 휴양림 수련관에서는 만화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아빠들이 준비한 것이라고. 숲에 와서 심심한 아이들의 저녁 시간을 위한 배려인데 정말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바비큐 시간 후에 숲에 관한 해설이나 정기모임에 대한 회의 등의 일정이 있었는데 너무 화기애애한 분위기라 그만 모두 취소됐다. 사실 굳이 시간 따져가며 일정을 강행할 이유도 없었다. 애초에 모인 목적이 온라인상에서 서로 글이나 사진으로만 봤던 가족들이 얼굴 한번 보자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권태원 소장님으로부터 숲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권태원 소장님으로부터 숲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사는 곳, 하는 일, 연령 모두 제각각인데도 수십 년 지기처럼 마음 터놓고 대화를 나누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단란함이었다. 여행은 확실히 가족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는 무엇인가가 있나보다. 그 때문일까? 아이들의 얼굴 또한 맑은 하늘처럼 구김이 없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뛰어 노는데도 싸움 한번 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

일찍 쉬고 싶은 사람은 들어가 쉬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오순도순 사는 이야기하며 첫날밤은 그렇게 새벽 두시까지 이어졌다. 다음날. 각 조별로 아침을 준비하는데 한쪽에서는 닭칼국수를 끓이고 한쪽은 떡국, 다른 한쪽은 매운탕에 밥 등등 정말 다양하게도 준비를 해서 아침 식사를 뚝딱 해치웠다. 누가 진두지휘를 하는 것도 아닌데 각자 알아서 착착 호흡을 맞추는 걸 보면 볼수록 신기했다.

오후에는 서늘한 숲을 돌아다니며 숲 해설을 들었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오후에는 서늘한 숲을 돌아다니며 숲 해설을 들었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식사 후부터 본격적인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먼저 청태산 자연휴양림 권태원 소장이 진행하는 숲 해설 시간.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무찌를 수 있었던 이유가 거북선을 만든 우리나라 나무가 일본 나무보다 더 단단해서였다는 숨어있는 역사 이야기부터 고대문명의 종말이 무분별한 벌목 때문이었다는 것까지 다양한 숲의 상식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시간 가량의 숲 해설이 끝나고 본격적인 통나무 운동회가 시작됐다. 먼저 통나무 징검다리 이어달리기가 벌어졌다. 어른 네 명과 아이 한 명 모두 다섯 명이 팀을 이루는 데 둥근 통나무 발판 네 개를 한사람씩 맡아 번갈아 가며 징검다리를 만들면 아이가 그 징검다리를 딛고 깃대를 돌아오는 게임이다.

아빠들이 젖 먹던 힘까지 내야했던 통나무 썰기.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아빠들이 젖 먹던 힘까지 내야했던 통나무 썰기.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이 울리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작은 운동장은 응원소리와 웃음소리로 뒤덮였다. 이어서 아빠들의 통나무 썰기, 엄마들의 나무조각 자르기, 아이들의 나무조각 쌓기 등등 연이어 펼쳐졌는데 누가 이기고 지는 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푸른 하늘, 푸른 숲에서 뛰고 구른다는 자체가 신나고 즐거운 자리였다.  

쓰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통나무 쌓기 게임.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쓰러지면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통나무 쌓기 게임.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한바탕 신나는 운동회가 끝나고 오후에는 숲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청태산 자연휴양림에 대해 다유네 홈페이지에 소개된 글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에 위치한 청태산휴양림은 영동고속도로 둔내IC로 나오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편이 쉽다. 성우리조트와도 인접해있어 겨울엔 스키어들이 많이 이용하는 휴양림이기도하다.

물이 부족하여 여름보단 겨울에 잘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넓은 잔디광장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 놀기 좋다. 겨울에 비료포대썰매는 주목나무집과 편백나무집 사이가 최고!! 난방은 전기온돌이고 온수는 순간온수기인데 뜨거운 물 콸콸~!’

이날은 특별히 7명의 숲 해설 전문가가 총출동하여 몇 가족씩 맡아서 숲을 안내하였다. 숲 해설이라니? 뭘까? 궁금해서 따라다니면서 들어보았는데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숲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었는지 놀랍기만 했다.

송송 뚫린 구멍은 곤충들이 집을 짓고 산 흔적이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송송 뚫린 구멍은 곤충들이 집을 짓고 산 흔적이다. 2004년 6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숲에 있는 바위 밑에 수천 종의 미생물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서부터 나무 하나 하나 제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숲을 이룬다는 사실에 경외감이 들 정도. 이윽고 헤어질 시간. 가족들은 다음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집이 먼 순서대로 하나 둘씩 휴양림을 떠났다. 돌아와서 다유네 홈페이지가 궁금해서 접속을 해보니 그새 통나무운동회 후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부지런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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