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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야생화 특집②] 야생화, 그 하나의 이름으로! 가평 설매재 자연휴양림
[야생화 특집②] 야생화, 그 하나의 이름으로! 가평 설매재 자연휴양림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4.07.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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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야사모'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야생화를 만나러 간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보물을 찾듯 야생화를 만나러 간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설매재 자연휴양림. 서울에서 1시간 이내면 충분하다. 용천계곡과 유명산 계곡이 인접해 있고 단체 연수도 하며 개인이 통나무집을 이용할 수 있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설매재 자연휴양림. 서울에서 1시간 이내면 충분하다. 용천계곡과 유명산 계곡이 인접해 있고 단체 연수도 하며 개인이 통나무집을 이용할 수 있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여행스케치=가평] 야사모의 회원수는 7천명이다. 사이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런 거대 조직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야생화가 좋아서 모였을 뿐이다. 꽃 이름이 궁금해서 게시판에 문의라도 하면 10분 만에 어디선가 대답이 들리는 것이 야사모다.  

이번 모임은 서울지부의 정기 모임이라고 했다. 가평에 있는 설매재 자연휴양림에서 야사모 회원들을 초청했다고 자랑들이 대단했다. 어쩌다보니 춘천에서 출발하게 됐는데 운이 좋았는지 꽃에 관해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춘천파 3인방을 만날 수 있었다.

기린초 : 기린초는 장미목 돌나물과의 여러살이 풀로 산지의 바위 곁에서 자란다. 2004년 7월. 사진제공 / 석상옥
기린초 : 기린초는 장미목 돌나물과의 여러살이 풀로 산지의 바위 곁에서 자란다. 2004년 7월. 사진제공 / 석상옥
한영교 선생니 회원들에게 야생화 묘종을 선물하고 있다. 나리꽃 일종이었는데 회원들의 입이 귀에까지 걸렸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한영교 선생이 회원들에게 야생화 묘종을 선물하고 있다. 나리꽃 일종이었는데 회원들의 입이 귀에까지 걸렸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우리 국화꽃만 30년간 연구해 온 국야농원 이재경 선생과 교직 은퇴 후 8백여 종이 넘는 야생화를 자식처럼 보듬고 사는 한영교 선생, 그리고 아이디 삼악산으로 활동하는 윤기선 씨 부부가 그들이었다.

휴양림에 도착했더니 회원들은 벌써 유명산에 야생화 탐사를 하러 올라갔단다. 야생화에 목을 멘 사람들인데 조금 늦었다고 기다려줄리 만무하다. 갑자기 한 팀이 내려오더니 휴양림 정상에서 밥을 먹기로 했으니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 정상까지 올라가자고 했다.

수정란풀 : 숲속의 낙엽 속에서 자란다. 뿌리는 덩어리처럼 생기고 엽록체가 없는 꽃자루가 흰색으로 자란다. 2004년 7월. 사진제공 / 전택수
수정란풀 : 숲속의 낙엽 속에서 자란다. 뿌리는 덩어리처럼 생기고 엽록체가 없는 꽃자루가 흰색으로 자란다. 2004년 7월. 사진제공 / 전택수

설매재는 사유지를 일군 휴양림이다. 용문산과 유명산에 걸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도 있고 산 정상에는 7만 여 평이나 되는 광활한 고랭지 농장도 있어서 볼거리도 쏠쏠했다. 정상으로 간 팀을 기다리다 지쳐 등산로를 따라 회원들을 마중 나가기로 했다.

봄이 가고 여름이 오는 시기라 생각만큼 산에는 야생화가 드물었다. 울창한 숲일수록 키 작은 야생화가 버텨내지 못하니 야생화 보는 것도 이제는 하나의 기쁨이 되어버린 것. 얼마나 올라갔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회원들을 만났다. 누군가는 손에 카메라를 들고 누군가는 수첩을 들고 열심히 적고 서로에게 물어보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이것 깻잎을 닮았지. 그 뭐라더라? 아, 맞다. 홀아비 꽃대. 그거라고 했어” 하면서 잎도 직접 만져보고 줄기에서 잎 모양까지 연구한다. 야생화는 그 종류가 수천가지라 잎 모양이나 줄기와 수술 심지어는 뿌리모양까지 알고 있어야 정확하게 판단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취 : 한자의 대자를 닮은 꽃. 꽃소리님께서 알려주셔서 찍어왔다. 습한 그늘의 바위틈에 사는 상록다년생 초본이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바위취 : 한자의 대자를 닮은 꽃. 꽃소리님께서 알려주셔서 찍어왔다. 습한 그늘의 바위틈에 사는 상록다년생 초본이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회원들은 조그만 풀잎조차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그 풀 이름을 알 때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넘어간다. 서로가 선생이 되고 학생이 된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회원들은 조그만 풀잎조차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그 풀 이름을 알 때까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넘어간다. 서로가 선생이 되고 학생이 된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이제 겨우 싹이 올라온 식물조차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심지어는 잎을 뜯어 씹으면서 그 식물이 어떤 맛을 가졌는지 판별해 본다. 걷다가 자연을 훼손하는 쓰레기가 있으면 그 쓰레기조차 주워 담아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온다. 풀의 이름을 적거나 부지런히 그 형태를 그려 넣는 사람, 그리고 혼자 시험하듯 되뇌이는 사람, 카메라를 대고 정교하게 찍어대는 사람.

비록 오늘은 산에 왔지만 정해진 등산시간이나 등산로는 이들에게 무용지물이다. 활공장 근처로 가보자며 길을 재촉했다. 야사모 사이트의 운영자 차동주 선생과 백두산님, 원예선생님이라는 부용님과 함께 걷고 있는데 고갯마루 아래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여기 좀 내려와 보세요. 여기 ○○가 있네요” 갑자기 회심의 미소를 띤 세 사람이 언덕 아래로 내려가 본다.

쪽동백 : 때죽나무과에 속하며 동백처럼 꽃이 질 때는 꽃송이 전체가 떨어진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쪽동백 : 때죽나무과에 속하며 동백처럼 꽃이 질 때는 꽃송이 전체가 떨어진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길도 없는 곳을 내려가다니 대단한 열정이다. 어떻게 저렇게 길가에 핀 야생화를 알아볼 수 있을까라고 했는데 갑자기 백두산 선생이 차동주 선생을 가리켰다. “저 사람은 시속 60km로 달리는 중에도 길가에 핀 그 야생화가 어떤 종이라는 것을 알아맞히는 사람이야. 귀신같은 사람이지” 한다.

도대체 그렇게 야생화를 알게 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그러자 난감해 하는 기자를 달래며 하는 말 “하루에 하나만 머릿속에 담아요”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있겠는가. 귀신같은 차동주 선생도 야생화를 따라다닌 지 10여 년이 되었다고 했다. 이제는 도통 본업과 취미가 분간이 가지 않는다는 우스개 소리와 함께.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야사모가 생긴 지도 어언 4년이다. 차동주 선생의 개인 사이트에 하나둘 회원으로 합류했던 사람들이 벌써 7천명. 야사모 회원들은 보통 40~50대가 많다. 가입한 이유를 들어봐도 ‘그냥 야생화가 좋아서였다’는 말이 태반이다. 목적은 각기 다르지만 야생화라는 이름 하나로 뭉친 이들.

야사모는 훗날 우리나라 야생화를 총망라할 웹 도감을 만들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야생화만 좋아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모여들겠는가. 사람들이 모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상하게도 이곳에 오면 아무도 직업이나 나이를 묻지 않아요. 그냥 단 하나 꽃을 놓고 이야기 하죠. 그렇기 때문에 모두들 편하게 모였다가 편하게 헤어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들어오는 사람은 있어도 나가는 사람은 못 봤어요”

얼떨결에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좋아 쉽사리 떠날 수가 없었다던 어느 회원의 말이다. 간혹 길가에 피어 있는 풀꽃의 이름이 궁금해지면 야사모에 한번 접속해 보라. 어느 순간 야사모의 일원이 되어 들판을 함께 탐색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Tip. 야생화를 잘 찍으려면 
야생화를 찍으려면 접사기능이 있는 카메라가 있어야 한다. 최대 2cm까지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카메라가 있으면 좋은데 성능은 디지털 카메라가 좋다.

먼저 촬영방법을 살펴보자.
1. 주위에 같은 종류의 야생화가 있다면 가장 깨끗하고 반듯한 것을 고르자.
2. 피사체 주위도 깔끔한지 살펴보자.
3. 햇빛의 방향을 보고 위치를 선택해야 하는데 측광, 사광, 순광과 상관없이 피사체 뒤에 장애물이 없고 어두운 방향을 잡아 선택한다.
4. 피사체의 전체 부분 중 특징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야생화도 제각각 특징이 있으므로 특징을 잘 살려 촬영해야 한다.

차동주 선생.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차동주 선생. 2004년 7월. 사진 / 김정민 기자

차동주 선생에게 듣는 한국의 야생화
야생화는 수 천년동안 우리와 함께 했던 친구입니다. 국민정서에도 영향을 미쳤고 유전적인 면에서도 동질의 형질을 가지고 있지요. 흔히들 야생화를 보면 정서가 메마른 사람이라도 그 순간만큼은 참 예쁘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야생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연이 파괴되어 숲에서만 발견이 되는 것이지요. 우리의 민들레가 자라던 자리에는 번식력 강한 서양민들레가 자리를 잡았고 외래식물로 가득 차니 우리 땅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렸던 야생화는 그렇게 조용히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원예가치가 있는 야생화를 남채하여 씨를 말리기도 하고요. 숲으로 쫓겨난 야생화는 숲이 우거지는 바람에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이런 실정이니 요즘에는 야생화를 발견하기 쉽지 않아요.

야사모는 이런 환경변화에 점점 없어지는 야생화를 찾고, 복원하며 그 자료를 가지고 인터넷을 통한 웹 도감을 만들어 후학들에게 물려주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야생화 살리기에 힘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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