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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섬여행 3제]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섬, 울릉도 스케치
[섬여행 3제] 이름만 들어도 가슴 떨리는 섬, 울릉도 스케치
  • 구동관 객원기자
  • 승인 2004.08.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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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울릉도의 아름다운 풍경.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여행스케치=울릉도]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다. 그동안 꿈꾸어 왔던 가족여행이 아니어서 아쉬웠지만 동해의 파란 파도를 뱃길로 달려 울릉도에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설레었다.

울릉도에 관한 추억 하나
울릉도로 향했다. 벌써 세 번째 여행이다. 대학 1학년 때 처음으로 울릉도 여행에 나섰다. 그 여행에서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만났다. 그 노을을 보며 아름다움도 설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두 번째 여행은 신혼여행이었다. 철없는 신랑신부가 배낭을 메고 그곳을 찾았다. 그 여행에 대학 후배 두 명이 동행했다. 한 명은 사진을 찍어주고, 또 한명은 식사를 담당했었다.

결혼 10년을 넘기며 세 번째 울릉도 여행을 꿈꾸었다. 신혼여행 때 갔던 길을 현석이 다솜이와 함께 가고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신혼 때 다녔던 길들을 걸으며, 그때 꿈꾸었던 이야기를 해줄 생각이었다. 그런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세 번째 여행이 이루어졌다. 비록 혼자만의 여행이지만….  

울릉도의 유구한 역사를 일러주는 한 증거물 코끼리바위.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울릉도의 유구한 역사를 일러주는 한 증거물 코끼리바위.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울릉도에서의 첫날
오전 10시 포항에서 여객선을 탔다. 그곳에서 울릉도까지 2백17km의 거리를 세 시간쯤에 달리는 빠른 배였다. 전에 울릉도를 갈 때는 배를 탄 시간이 6시간쯤 이었는데,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짧아졌다고, 배 멀미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배가 출항하자 울릉도 트위스트 노래말 처럼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은 어쩔 수 없다. 신혼여행 때도 배멀미로 무척 시달렸는데…. 그래도 배타는 시간이 짧아졌으니 멀미에 시달릴 시간도 줄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울릉도에 도착해 점심식사를 하고, 육로관광에 나섰다. 울릉도 여행은 버스나 택시로 섬을 돌아보는 육로관광과, 유람선으로 돌아보는 해상관광, 그리고 성인봉 등반정도의 큰 가닥으로 진행된다. 이번 여행은 1박2일의 여행이어서 첫날에는 육로관광을 하고, 둘째 날은 날씨를 봐서 성인봉 등반이나 해상관광을 할 계획이었다.

울릉도는 3무(도둑, 공해, 뱀) 5다(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로 유명하다.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울릉도는 3무(도둑, 공해, 뱀) 5다(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로 유명하다.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육로관광은 울릉도 곳곳의 아름다운 경관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다. 대략 44km쯤의 전체 일주도로 중 4km정도가 완성되지 못해 갔던 길을 되돌와 왔다. 그러나 미완성인 그 도로를 만드는데 지금까지 28년이나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아쉬움은 대단한 노력에 대한 감탄으로 바뀐다.

울릉도는 섬이 거칠고 험할 뿐만 아니라 자갈과 모래도 없는 곳이어서 도로를 만들기가 아주 어렵단다. 육로관광을 나선 버스가 처음 차를 멈춘 곳은 통구미. 마을이 거북이가 들어가는 통과 같다하여 통구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다에서 육지로 막 올라서려는 거북 모양 바위가 인상적이었다.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오징어를 말리는 모습.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통구미를 지나 육로관광이 계속 이어졌다. 차 두 대가 비키려면 서로 눈치를 봐야하는 좁은 길들이었고 구불거리는 불편한 길이었지만, 한 구비 돌아설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 경치 중에서도 국수가닥을 말리는 것 같은 비파산의 국수바위, 신라장군 이사부의 전설을 간직한 사자바위, 토굴의 황토가 조선시대 나라에 진상되었다는 태하동의 황토구미 등은 신기하고도 특별한 볼거리다. 그런 풍경에 감탄하다보니 차는 어느새 육로관광의 마지막 목적지인 나리분지로 오르고 있었다.

나리분지에서 만난 꽃동산.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나리분지에서 만난 꽃동산.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그동안의 길도 구불거리는 것이 보통이 아니었지만, 나리분지로 향하는 길은 구불거림이 정말 심했다. 늘 다니는 관광버스 기사 분에게는 일상적인 길이겠지만, 2차선 이상의 길로만 다녔던 육지(?)사람들에는 그 길이 아찔해 보이기만 했다. 하지만 버스 기사분의 구수한 입담에 아찔함이 사라지고 만다.

“자. 2/4박자로 올라갑니다. 오른쪽 엉덩이 들고, 이번엔 왼쪽 엉덩이 들고.”

그렇게 어렵게 찾아간 나리분지는 평온한 시골마을 풍경이었다. 울릉도의 유일한 평지로 전체 면적이 60만평 정도란다. 넓은 밭에는 부지갱이 나물, 더덕 등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자라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너와집과 투막집을 볼 수 있는 것도 특별했다.

나리분지를 돌아보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는 길.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다. 그쯤이 여행객에게 외로움이 찾아오기 좋은 시간이다. 함께 왔으면 좋았을 가족들이 떠올랐다. 저동항에서 오징어 물회밥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울렁거리던 배멀미 후유증도 모두 가셔 막 배가 고팠던 참이었다.

싱싱한 오징어를 손질하는 모습.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싱싱한 오징어를 손질하는 모습.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물회밥에서 싱싱한 바다내음이 났다.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들었다. 저동항에 있는 민박집이었다. 일행들과 여행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금세 서너 시간이 흘렀다. 오징어 물회로 채운 배도 꺼졌다. 밤바다를 보러 저동항으로 나갔다.

울릉도 최대의 어항인 저동항의 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낭만을 느끼기에는 너무 까맣다. 선창가 횟집에서 오징어회 한 접시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갔다. 일행들과 오징어 회에 소주 한잔을 기울인 뒤 잠을 청했다.  

섬을 일주하는 유람선. 한바퀴 도는데 2시간이 걸린다.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섬을 일주하는 유람선. 한바퀴 도는데 2시간이 걸린다.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둘째날 유람선을 타다
잠에서 깨어 창문을 열었다. 날씨가 궁금했다. 여행 첫날도 흐리더니, 둘째 날도 역시 흐리다. 맑으면 성인봉을 가려했는데, 그 생각을 접어야 했다. 사실, 울릉도는 맑은 날을 보기 어려운 섬이다. 매년 서너 차례 태풍 영향을 받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도 60일이 넘는다.

해를 볼 수 있는 맑은 날이 일년에 55일 뿐이란다. 날이 흐려도 바람은 거세지 않아 유람선을 타고 해상관광은 할 수 있을 것 같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유람선을 탔다. 사람들이 배에 오르자 갈매기들이 모여들었다. 새우깡 갈매기들이다. 그 갈매기들은 유람선이 출발하자 배 꽁무니에 따라 붙었다.

사람들이 주는 새우깡을 참 잘 받아먹는다. 처음엔 신기했지만 차츰 그 갈매기들에게 짜증이 났다. 사진 찍기를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치 좋은 모습이 보여 카메라에 담으려 하면 그 앞에 갈매기들이 몇 마리가 꼭 들어있었다. 그 갈매기들은 두 시간 내내 배에 따라 붙어, 사진을 찍을 때마다 갈매기들의 눈치를 봐야했다.

새우깡을 던지자 달라드는 갈메기들.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새우깡을 던지자 달라드는 갈메기들.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그래도 울릉도는 아름다웠다. 해상관광에서 보는 울릉도의 모습은 버스를 타고 육지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육지에서 바라 본 모습이 거칠게 그렸던 크로키였다면, 바다에서 바라보는 모습은 제대로 그린 풍경화 같았다. 특히, 유람선이 1시간정도 달려 섬을 반쯤 돌았을 때부터 만난 경치들은 울릉도 여행의 백미였다.

코끼리의 모습을 너무 잘 닮은 공암, 멀리서는 둘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세 개의 바위인 삼선암, 섬 아래쪽으로 두개의 동굴이 있는 관음암 등이 계속 나타나며 여행객들은 탄성이 이어졌다.  

유람선일주를 마치고 도동항으로 돌아오니, 점심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짬이 생겼다. 그동안 도동 선착장 오른쪽의 해안 산책로를 걸었다. 지난해 태풍 피해로 길의 곳곳이 유실되어 10분 정도 걸으면 길을 막혀 있었다. 그래도 그 길을 걷는 동안 기암과 어울린 바다가 아름다웠고, 곳곳에는 미역과 다시마 등 해초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다닌 여행이나 배를 타고 둘러봤던 곳들보다 어쩌면 더 기억에 남을 곳 이었다. 홍합밥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독도 박물관과 전망대를 찾았다. 독도를 볼 수 있다는 독도 전망대까지는 그 아래 자리 잡은 박물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 그곳에 독도까지 92km라는 이정표가 있다.

날씨가 흐린 것도 운치있는 울릉도.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날씨가 흐린 것도 운치있는 울릉도. 2004년 8월. 사진 / 구동관 객원기자

맑은 날이면 독도가 선명하게 보인단다. 흐린 날씨를 탓하며 도동항 주변의 모습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며 독도박물관을 들렀다. 독도의 현황에 대한 자료들과 독도가 우리나라의 땅임이 확실한 여러 증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독도전망대와 박물관을 돌아본 것으로 울릉도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오징어 두 축과 호박엿 몇 봉지를 선물로 산 뒤 포항행 여객선으로 올랐다. 이번 여행은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어서 아쉬움이 더 컸다. 하긴, 이런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을 기약한다. 그때는 가족이 함께 울릉도를 찾아야겠다. 함께 성인봉도 등반하고, 배를 타고 독도까지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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