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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체험여행] 젬마 가족의 청계산 숲 속 여행
[체험여행] 젬마 가족의 청계산 숲 속 여행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08.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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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계곡에 사는 생물들을 관찰하고 있는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옹기종기 모여 계곡에 사는 생물들을 관찰하고 있는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과천] 물고기하면 밥상에 올려지는 멸치, 고등어, 갈치, 새우 등이 먼저 떠오르는 아이들. 민물에 사는 생물을 물으면 붕어, 개구리, 올챙이, 우렁이를 답하고 입이 막힌다. 직접 보기보다 책에서 눈으로 읽는 아이들. 이번 방학에는 다양한 생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숲속 여행을 떠나보자.

“멸치, 새우, 오징어, 갈치, 상어는 바다에 살아요!” “그럼 계곡에는 뭐가 살까요?” “올챙이, 개구리, 붕어, 우렁이 그리고, 음 ~.”

“숲 계곡에는 올챙이, 개구리, 소금쟁이 말고도 아주 작은 물 속 식구들이 바글바글해요. 어떤 친구들이 물속에 사는지 보러갈까?” 다정(3학년), 다은(2학년), 현경(2학년), 혜미(3학년), 소연(4학년), 지연(2학년) 여섯 명의 꼬마 숙녀가 갓 태어난 병아리가 어미 닭을 쫓아다니듯 양윤화 숲해설가 선생님을 따라서 청계산 계곡을 펄쩍펄쩍 요리조리 휘젓고 다녔다.  

높이 6백18m의 청계산은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과천, 의왕, 성남 경계에 있는, 서울 도심에 가까이 있는 산이다.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2급수인 계곡 물에는 환경지표종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서초구에서 청계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6곳. 원터골, 청계골(옛골), 바람골, 밤나무골 등.

원터골 입구에 음식점 등이 몰려있는 것에 비해 청계골은 식당 하나만 있어서 주변이 깨끗하고 조용하다. 아이들은 청계골에서 숲 속 여행을 시작했다. <숲속 여행 모이는 장소> 푯말 밑 청계골 계곡으로 내려갔다. 비가 많이 내렸는데 물이 불지 않았다. 물이 맑다. 물가 주변에는 사는 고마리, 물봉선, 버드나무 등이 밤새 내린 비로 초롱초롱 제 색을 띄우고 있다.

고마리.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고마리.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얘들아, 물가 주변 식물들은 물을 깨끗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 식물은 물을 깨끗하게 해서 고맙다 고맙다 해서 ‘고마리’라고 불린다. 또 독성이 있는 풀이라서 할머니들이 잘먹고 잘 살았으니 고만 세상 떠나야지 해서 ‘고마리’라고 불리기도 했어.” 다정이가 “선생님 먹으면 정말 죽어요?” 하며 잎을 따려던 손을 움츠린다.

개망초.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개망초.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고 늘 착하게 그 자리에만 있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게 놀라운지 고마리를 유심히 본다. 계란프라이 모양처럼 생긴 개망초는 빈터만 있으면 쳐들어와서 주변식물을 못 자라게 한다. 때문에 ‘망할 놈의 풀’이라 해서 ‘개망초’라고 부른다.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빼앗겼던 시절에 들어왔는데 뽑아도 뽑아도 계속 자라서 ‘개망초’라고 불렀다는 말도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재미난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곤 열심히 듣는다. “얘들아, 이 노랑꽃은 뭘까?” 줄기를 자르면 아기가 배탈이 났을 때 싸는 똥색과 같은 색의 액이 나온다고 해서 애기똥풀. 이름을 맞추려고 “개노랑꽃”, “노랑꽃요” 등등 제각기 여러 가지 이름을 불러댄다.

꽃 이름은 모양이나 특징으로 이름을 짓는다. 식물의 생김새를 유심히 보면 비슷하게 이름을 맞출 수 있다. 애기똥풀 줄기를 자르니 노란 물이 나온다. 아이들이 손톱에 칠한다. 봉숭아 물이 들듯 손톱에 노랗게 물이 든다. 현경이가 소연의 손톱에 발라준다. 식물 이름보다도 손톱을 노랗게 물들이는 게 더 재미있나보다.

숲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숲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숲 속이라 그런지 모기들이 윙윙 달라붙는다. 하얀 피부가 금세 부어오른다. 혜미가 선생님께 배운대로 소연의 다리에 애기똥풀 잎을 비벼서 벌레 물린 자리에 발라준다. 옛날에 별다른 치료약이 없을 때는 쑥과 같은 식물 등을 약으로 썼다. 모든 풀은 독성이 있어서 적절하게 잘 사용해야 한다.

숲 속은 비가 내려서 약간 쌀쌀하다. 양윤화 선생님이 먼저 신발을 벗고 계곡에 발을 담근다. 아이들이 쭈뼛거리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는다. 바지를 걷어올린다. 피부가 희다. 도망치던 버들치가 하얀 피부가 신기한지 아이들 다리에 콕콕 입을 댄다.

소금쟁이가 뜰채에서 튀어나가자 아이들이 웃고 있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소금쟁이가 뜰채에서 튀어나가자 아이들이 웃고 있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얘들아, 뜰채로 모래 속도 떠보고 돌 밑에 뭐가 있는지 한번 들여다봐.” 아이들은 물이 좋은지 미끄러운 돌을 덥썩덥썩 밟고 다닌다. 이윽고 모래 속도 휘저어 보고 바위 밑도 들쳐본다. 아무리 보아도 아무 것도 없다. 선생님 뒤를 졸졸 쫓아다니다 하나씩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본다. 각자 돌아다니며 찾는다.

“선생님, 바위 밑에 이상한 게 붙어있어요? 나뭇잎이 돌돌 말렸어요.” “선생님, 거미같이 생긴 게 뜰채에서 폴짝폴짝 뛰어서 빠져나가요.” “얘들아, 날도래야, 뜰채에서 뛰쳐나가면 소금쟁이야!” “선생님, 올챙이 잡았어요. 올챙이. 근데 뒷다리만 있어요.” “개울가에 올챙이 한 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쑥/ 팔딱팔딱 개구리됐네~”

숲 속 생물들 관찰하기.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숲 속 생물들 관찰하기.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올챙이 송도 불러 보았지만 아이들이 잡은 것은 올챙이가 아니라 알에서 깨어날 때부터 다리가 있는 도롱뇽이다. 뜰채에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작은 것들이 조금씩 잡힌다. 날도래, 강도래, 하루살이 애벌레, 플라나리아, 옆새우, 버들치, 도롱뇽 등.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 작은 생명들은 깨끗한 물에만 사는 환경지표종이다.

산소가 부족하면 강도래는 살수가 없다. 옆새우는 물에 떨어진 낙엽을 갈아먹어 물을 깨끗하게 해준다. 물에는 고기만 사는 줄 알았던 아이들이 신기해한다. 흐린 날씨 탓에 계곡에서의 체험을 30분 정도 잡았는데, 한시간이 넘게 놀았다. 지나가는 등산객이 보고 “고기 많이 잡았냐?”고 묻는다. 다은이가 “고기 말고도 작은 생물들이 많이많이 살아요” 대답한다.

돌에는 거머리처럼 생겼지만 가늘어서 눈에 잘 띄지 않은 플라나리아가 붙어있다. 돋보기로 플라나리아를 관찰한다. 아이들 입에서 감탄이 쏟아진다. “와! 거머리같이 생겼어요. 정말 잘려도 죽지 않아요. 진짜 똑같은 모습으로 돼요?” “고무줄같이 늘었다 줄었다 해요?” 물 속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질문이 쏟아진다.

강도래, 도롱뇽, 날도래 등 숲 속 계곡에는 물 속 생물들이 바글바글하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강도래, 도롱뇽, 날도래 등 숲 속 계곡에는 물 속 생물들이 바글바글하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바위에 붙은 날도래가 낙엽들을 엮어서 만든 고치 속에서 살짝 고개를 내민다. 소연이는 날도래를 보면서 “집에서 키우고 싶어요”한다. 가지고 온 바위는 똑같은 자리에 풍덩풍덩 갖다놓고, 뜰채에 물 속 친구들이 붙어있지 않게 잘 털어낸다. 강도래, 도롱뇽, 버들치 등은 놓아준다.

“물 속 친구들아 잘 살아줘!” 아이들은 잊지 않고 인사를 한다. 물 속에는 고기들만 살고 있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보았다. 개암나무가 이제 영글기 시작했다. 토실토실 여물은 개암을 ‘딱’ 깨물면 도깨비도 달아난다는 이야기도 듣고 ‘올챙이 송’도 부르면서 산을 내려왔다.

숲은 아이들의 친구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숲은 아이들의 친구다. 2004년 8월. 사진 / 김연미 기자

Tip.
젬마의 집
4살부터 20살까지 20명의 예쁜 공주님들이 강경자 선생님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 공동체 집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부모님이 안계시거나 여러 가지 사정을 가진 어린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 등 교육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언니가 되고 동생이 되어서 서로 보살펴주는 가정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위탁시설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양윤화 숲해설사
‘톰과 제리’라는 만화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로 숲을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셨답니다. 숲 속 친구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소중한지 머리와 가슴에 쏙쏙 들어옵니다. 양윤화 선생님은 ‘풀빛문화연대’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숲해설 선생님이 서른 분이 계십니다. 숲해설을 듣고 싶으면 이곳으로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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