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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이달의 섬]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
[이달의 섬]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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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백령도의 선대암.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백령도의 선대암.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인천] 인천연안부두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4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 한숨 자고 일어나도 망망대해다. 백령도 가는 바닷길을 직선으로 펼치면 173km. 그러나 휴전선은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 휴전선을 돌아서 222km. 큰 맘 먹고 가야 갈 수 있다.

‘국군아저씨께. 우리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시작하는 위문편지를 초등학교 때 썼던 기억이 있다. 여고시절 ‘00오빠 보고싶다’, 스무살 무렵에는 ‘자기야 제대할 때까지 꼭 기다릴게’ 국방의 의무를 다 하고 있는 우리 청년 애인들에게 참 많이도 편지를 띄웠다. 섬 이야기는 하지 않고 웬 뜬금없이 위문편지 이야기냐고?

백령도에서 훈련을 받는 군인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백령도에서 훈련을 받는 군인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백령도 가는 배를 타 보라. 이리 보아도 군인이요. 저리 보아도 군인이다. 배를 타려는 군인은 줄부터 따로 선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다. 그렇다고 살벌한 섬이라는 선입견은 갖지 말 것. 일몰이 기암괴석 사이로 서해바다를 조용히 적시는 아름다운 섬이다.

근래에 백령도는 안개가 잦다. 안개 때문에 여객선이 2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출발했다. 안개 길을 4시간이 넘게 헤치고 백령도 용기포선착장에 도착했다. 서둘러 땅을 밟고 싶은 마음이 등을 민다. 내리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 휴가를 끝내고 귀대하는 군인. 선착장은 어수선하다.

서울은 ‘헉’소리가 나오게 덥더니, 최북단이라 그런지 더위가 한풀 꺾인 느낌이다. 선착장을 벗어나니 구멍가게 담벼락에 붉은 우체통이 달려 있다. 백령(百翎)이라는 섬 이름에는 편지와 얽힌 이야기가 담겨있다.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선비가 살았다. 선비는 사또의 딸과 사랑에 빠졌는데, 사또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서 선비를 아주 먼 섬으로 귀양을 보낸다. 선비는 사또의 딸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견뎠다. 그러던 어느 날, 학 한 마리가 종이를 물고 와 떨어뜨린다. 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 내려간 편지는 아가씨가 보낸 편지다.

백령도의 기암괴석 절경.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백령도의 기암괴석 절경.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선비는 행복에 젖어서 읽고 또 읽으며 긴 답장을 써서 학에게 보냈다. 그렇게 편지를 주고받다가 아가씨도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선비가 있는 섬으로 도망와서 행복하게 살았단다. 둘을 이어준 새 이름을 따서 백령도라 했다나….

그 먼 옛날부터 바다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게 한다. 요즘은 이메일이 발달해서 편지를 직접 쓰는 게 드물지만, 백령도에는 4천2백 명의 주민과 4천여 명의 군인이 있다. 아마 하루에도 수십 통의 편지가 바다를 건너고 있으리라.  

백령도는 여느 섬과 달리 해안도로가 없다. 북한과 15km 거리에 있다보니, 육·해·공 삼군과 해병대 1개 여단이 주둔해 있다. 해안을 군인이 지키고 있어서 관광지외에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대신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백령도에 서식하는 산게.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백령도에 서식하는 산게.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관광지 초입에는 군 초소가 하나씩 있는데 딱딱한 이미지가 아니다. 주민과 군인들의 유대감이 굉장히 깊다. 섬을 구경하는 내내 주민보다는 군인들을 더 많이 만난다. 이야기는 나눌 수 없지만 섬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지 친근하다. 백령도는 국내 섬 중에서 14번째로 큰 섬이었는데 최근 화동과 사곶 사이를 막아서 백만 평의 간척지가 생기면서 8번째가 되었다.

섬이지만 농업이 70%, 한해 쌀 생산량이 백령도 사람 3년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간척지에 경작을 하면 7년 동안 먹을 수 있는 분량이 생산된다고 하니, ‘섬이 맞나?’저절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안개 낀 콩돌해안.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안개 낀 콩돌해안.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장군들이 줄지어 서 있는 두무진
백령도는 두무진, 콩돌해안, 사곶천연비행장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그 중 ‘서해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은 기암절벽이 유명한 곳이다. 용기포선착장에서 백령도의 명동이라는 진촌리를 지나 푸른 들녘을 달려서 30여분 거리. 두무진 가는 길에 보니 바다에 철조망이 쳐져 있다.

철조망 사이사이에 ‘지뢰’라는 경고판이 붙어있다. 사람의 집에는 옥수수 수염이 바람에 흔들린다. 두무진(頭武津)은 ‘금방이라도 장군들이 출전할 듯 줄지어 서 있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두무진 입구를 지키는 군인 아저씨에게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간다. 횟집이 눈에 띈다.

백령도는 섬이지만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두무진밖에 없다. NLL이 있어서 조업을 할 수 있는 바다가 좁다. 당연히 어업을 많이 하지 않는다. 유람선도 현지 어업을 하시는 분들이 운영하는 작은 고깃배다.

통일기념비에서 바라본 기암절벽.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통일기념비에서 바라본 기암절벽.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유람선을 타고 해안선 4km에 펼쳐지는 기암절벽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저렇게 될 수 있지!’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생긴다. 선대암,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촛대바위 등 사암과 규암이 시루떡처럼 겹겹이 쌓여서 세월의 흔적을 말없이 보여준다. 동굴과 바위 위에 가마우지가 많다.

간혹 물 속에서 헤엄을 치는 물범도 보인다. 사람들은 가마우지를 보고, 가마우지는 오직 바다만 바라본다. 해상관광은 30여분 정도. 군사작전지역이라 뱃머리를 돌린다. 가다마는 듯하여 아쉬움이 남지만 두무진은 육로로도 구경할 수 있다. 통일기념비에 올라보면 선대암이 한 눈에 들어온다.

통일기념비 뒤 나무계단으로 내려가면 해상관광에서 봤던 절벽이 달리 보인다. 도라지꽃, 각시원추리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바위에 앉아 선대암을 바라보고 있으니 정말 출전을 준비하는 장군들이 줄지어 서 있는 듯 하다. 바위 하나하나에 상상력이 가득하다.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심청.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고전소설 ‘심청전’의 무대
요즘 TV나 영화 속 무대가 여행지로 인기가 있다. 고전소설 ‘심청전’의 무대가 바로 백령도다. 심청이는 아버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공양미 3백 석에 팔려간다. 가녀린 몸을 풍덩 바다에 던진 곳이 인당수. 백령도와 황해도 장산곶이 17km 거리, 그 사이에 인당수가 있다.

심청이가 연꽃으로 환생했다는 연봉바위, 연꽃이 떠내려 와서 연화리라 불리는 마을 등이 있다. 그래서 인당수와 황해도 장산곶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진촌리에 심청각을 세웠다. 그 안에 심청전과 관련된 판소리, 영화, 음반 등이 전시되어 있다. 심청각은 걸어서 10분 정도.

심청각에서 바라본 바다. 날씨가 좋은 날은 멀리 황해도 장산곶과 심청이가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가 보인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심청각에서 바라본 바다. 날씨가 좋은 날은 멀리 황해도 장산곶과 심청이가 몸을 던졌다는 인당수가 보인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올라가는 길에 해당화 씨가 붉게 익어가고 있다. 백령도는 산이 높지 않다. 그러나 모든 산이 입산 금지다. 6.25 때 묻힌 지뢰가 지금도 남아 있다고 한다. 다양한 동·식물이 있지만 산을 들어갈 수 없으니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단다.

안개가 끼어서 인당수와 장산곶은 보지 못했다. 요즘 심청이 같은 효녀가 있을까? 현대인 상은 심청이가 아니라 뺑덕어미에 가깝지 않을까? 심청각에서 잠시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Info 백령도 여행 정보
ㆍ콩돌해안 : 콩돌해안 가는 길에 달맞이꽃이 곱게 피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해를 달로 착각했는지 꽃은 질줄 모르고 활짝 웃고 있다. 길이 향긋하다. 콩돌해수욕장 입구에는 두 명의 돌지킴이가 항상 있다. 발가락 사이로 끼는 돌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하니, 탐난다고 가져가면 안된다.

파도에 쓸려 콩돌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파도에 쓸려 콩돌이 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파도 가까이에는 콩알만한 자갈들이 때그르르 쌀 씻는 조리질 소리를 낸다. 큰 파도가 몰려오면 콩돌이 콩콩콩 파도에 튄다.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자갈들이 예쁘다. 맨발로 걸으면 견디기가 좀 힘들지만 지압효과가 있다고 한다. 차분히 돌 흐르는 소리를 들어도 좋을 듯하다.

사곶천연비행장은 차가 달려도 모래사장에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사곶천연비행장은 차가 달려도 모래사장에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ㆍ사곶천연비행장 : 사곶천연비행장은 안개에 가려있다. 회백색 모래사장이 길이 3km, 폭 3백m나 된다고 한다. 수심이 완만해서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하지만 천연활주로로 더 유명하다. 천연 모래사장은 공영버스가 달려도 빠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 이탈리아 나폴리와 함께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다는 천연활주로. 실제 한국전쟁 당시 활주로로 이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현재는 백사장 뒤로 담이 생겨서 빠지는 곳이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백년의 역사가 있는 중화동교회.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백년의 역사가 있는 중화동교회.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ㆍ중화동교회 : 중화동교회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워진 교회로 백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계단 입구에는 팽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그 그늘 아래 백령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게(육지로 올라와 땅에서 사는 게)가 기어다닌다. 중화동교회에는 전시실이 있어서 교회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중화동포구를 산책해 보라.

백령도는 까나리액젓이 유명하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백령도는 까나리액젓이 유명하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ㆍ백령도 특산물 까나리액젓 : 중화동 가는 길에는 커다란 통에 곰삭은 까나리액젓 냄새가 가득하다. 구수하다면 구수한 향이다. 백령도 까나리액젓은 잡어를 넣지 않고 순수 까나리만으로 담근 액젓이다. 잡어가 섞이지 않아서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백령도 사람들은 까나리액젓으로 간장 대신 음식에 간을 한다. 미역국에도 까나리액젓을 넣고, 해물전도 까나리액젓에 찍어 먹는다.

백령도 가는 길
인천연안부두여객선터미널 -> 백령도 용기포선착장 백령아일랜드호 07:10, 만다린호 07:40, 백령아일랜드호 12:10, 데모크라시호 12:40, 백령아일랜드호 19:10 

백령도는 신분증 필수. 성수기 때는 왕복표를 끊으세요. 혹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가는 표를 구하지 못할 수 있어요. 백령도는 먼 바다에 있기 때문에 기상 조건에 따라서 배가 안 뜨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꼭 알아보고 출발하세요.

섬내 교통편
​​​​​​섬은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가 힘듭니다. 그렇다고 차를 가지고 가기도 좀 불편하지요. 특히 표지판이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다른 섬이야 해안선 따라서 다닌다고 하지만 백령도는 해안도로가 없습니다. 렌트 할 수 있으며 여행사를 통해서 다니면 편리합니다.

짠지떡.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짠지떡.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맛집
두메 칼국수 : 김치를 만두속에 넣어서 만든 짠지떡과 굴육수에 메밀 국수를 넣어서 만든 칼국수가 구수하다.
사곶냉면 : 까나리액젓으로 국물을 내는 냉면집.
두문진횟집단지 : 백령도에서 유일하게 멍게, 해삼, 광어, 우럭 등 싱싱한 자연산 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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