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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안성 특집①] 천년 '장터'에서 '예향'으로 다시 태어나는 안성
[안성 특집①] 천년 '장터'에서 '예향'으로 다시 태어나는 안성
  • 이민학 기자
  • 승인 2004.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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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체험, 전설이 어우러진 안성맞춤으로의 여행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안성의 고삼호수. 2004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안성의 고삼호수. 2004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여행스케치=안성] “지내보니 정말 이름 그대로입니다. 신기하게 폭설이나 물난리 같은 자연재해도 별로 없어 늘 온화한 느낌이에요.” 5년 전 결혼하면서 안성에 정착한 이가 ‘기후와 풍토가 좋아서 편안할 안(安), 안성이라고 하지 않았을까’라고 이름을 풀어 주었다. 옛 이름이 그냥 지어지는 게 아니니 일리가 있을 것이다.

안성시를 내려다보는 비봉산 전망대에 오르면 사방으로 산이 두르고 있어 분지 같은 느낌, 자연이 만든 성같은 느낌이 든다.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경기도 남쪽 끝에 위치한 안성은 경기도와 충청남도, 충청북도 이렇게 3도가 만나는 곳이다.

비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성의 모습. 2004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비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성의 모습. 2004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접점이었다. 당연히 전란이 끊이지 않았을 것. 삼국의 흥망성쇠에 따라 주인이 바뀌었는데 4세기 이전엔 백제, 5세기에는 고구려, 6세기에는 신라의 땅이었다. 후삼국시대 풍운아 궁예가 자라고 기틀을 다진 곳이었으니 그야말로 변화무쌍했던 곳이다.

고구려 시대에는 내혜홀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다가 고려 초에 와서야 현재의 이름 안성현이 되었는데, 이제야 편안을 찾았다 해서 또는 이제 좀 편하게 지내자라고 해서 그 이름을 안성이라 한 게 아닐까?

예로부터 국경은 교역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안성은 우리나라 3대 장터의 하나로 꼽혔다. 조선시대에는 호남과 영남에서 올라온 물자들이 안성에 일단 모였다가 서울로 올라갔다.

분지 형태의 안성은 곳곳에 둘러볼만 한 곳이 많다. 2004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분지 형태의 안성은 곳곳에 둘러볼만 한 곳이 많다. 2004년 9월. 사진 / 이민학 기자

연암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을 보면 남산골 선비 허생이 마누라의 등쌀에 책상을 물리고 지방 장터로 내려가 과일 등을 매점매석 해서 돈을 불린다는 내용이 나온다. 허생이 내려왔다는 장터가 바로 ‘삼남의 길목’ 안성 장터였는데 이로 미루어 짐작해볼 때 안성장터의 규모가 전국의 과일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컸다는 이야기도 된다.

안성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흥미로운 점이 많다. 전국에서 미륵불이 가장 많은 고장이 안성이라고 한다. 카톨릭과도 인연이 깊어 미리내성지, 죽산성지, 구포동 성당 등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양성향교, 안성향교, 덕봉서원, 죽산향교 등 유교의 흔적도 많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안성은 물자뿐만 아니라 사상이나 종교까지 모여드는 고장인 듯하다.  

시인 박두진, 조병화의 고향인 안성에는 근래 들어 시인 고은, 무용가 홍신자, 연극인 김아라 씨 등 많은 예술인들이 내려와 터를 잡았다. 홍신자씨의 죽산예술제와 김아라씨의 무천연극제가 해마다 벌어지고 너리굴 문화마을, 아트센터 마노 등 도자기와 각종 공예, 미술체험 공간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태평무와 남사당패가 맥을 이어가며 예향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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