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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맛있는 여행] 알 꽉 찬 참게탕&빛나는 은어구이 '통나무집'
[맛있는 여행] 알 꽉 찬 참게탕&빛나는 은어구이 '통나무집'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09.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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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우거지 푹푹 끓인 탕에 빨갛게 익은 참게.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우거지 푹푹 끓인 탕에 빨갛게 익은 참게.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전남] 니가 게맛을 알어? 아따 성님, 게도 게 나름이요 참게요 참게. 일단 먹어보랑께! 알이 꽉 찼소. 요즘 은어가 제철인 것 아소? 입만 나부렁대지 말고 참게, 은어 먹으러 섬진강으로 와보랑께.    

전남 곡성에서 먼저 만난 게 사투리다. 나처럼 싱거운 말을 쓰는 사람은 사투리 잘 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곡성은 예부터 고기가 많이 잡혔다. 그래서 다슬기, 민물매운탕, 참게탕, 은어회 등 민물고기 요리가 맛이 좋다.

통나무집 전경.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통나무집 전경.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옛 방식 그대로 참게매운탕을 끓인다는 집이 있어서 찾았다. 섬진강에 세워진 유럽풍의 ‘통나무집’, 입소문이 많이 났는지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인데 손님이 많다. 수족관 안에는 요즘 제철이라는 은어가 반짝반짝 시원하게 헤엄을 친다. 고거 맛나겠다.

말로만 듣던 섬진강 참게. 바다 게와 다른 게 있다면 집게발에 털이 숭숭 나 있는 정도. 크기도 먹기 좋게 적당하다. 참게를 먹을 때는 애인하고 가지 마라. 애인 앞에서는 먹는 것도 예쁘게 보여야 하는데, 참게는 팍팍 먹어야 제 맛을 안다.

등딱지에 살이 한가득한 참게.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등딱지에 살이 꽉 찬 참게.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우선 등껍질을 딱 연다. 알이 꽉 찬 속을 깨끗이 파먹고 딱딱한 다리를 오도독 쩝쩝 씹어먹는다. 게를 다 잡았으면 들깨 넣고 작년에 말려둔 묵은 우거지를 넣어서 끓인 걸쭉하고 구수한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다. 이래야 참게탕을 제대로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참게탕의 제 맛은 첫째 싱싱한 참게지만 국물 맛을 내는 비결은 우거지라고 유명자(42) 사장님이 살짝 귀띔을 한다.

담백한 은어를 씹을 때마다 마늘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온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담백한 은어를 씹을 때마다 마늘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온다.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요즘 진짜 별미는 은어다. 은어는 민물에 사는 생선인데도 그냥 먹어도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다진 마늘을 소금으로 간을 한 후 내장을 빼낸 은어 속에 집어 넣는다. 약한 불에 껍질이 바삭바삭할 때까지 굽는다. 속살은 담백하고 껍질은 노릇노릇, 은어구이는 단순히 굽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다.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외 식당에서 사장님 한 컷.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외 식당에서 사장님 한 컷. 2004년 9월. 사진 / 김연미 기자

9년 전 식당을 열었을 때 찾아온 손님들이 지금까지 찾아온다는 걸 보면 이 집 음식이 옛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며느리에게 모든 걸 맡겼으면서도 이 집 장맛은 아직도 시어머니 솜씨란다.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게 전라도 맛 그대로다.  

Tip. 가는 길
남원에서 구례 가는 17번 국도를 타고 곡성으로 들어가면 섬진강을 따라서 압록유원지 안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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