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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주말가족여행] 섬진강 따라 미니열차 출발한다, 전남 곡성
[주말가족여행] 섬진강 따라 미니열차 출발한다, 전남 곡성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10.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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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섬진강을 따라 운행되는 미니열차.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섬진강을 따라 운행되는 미니열차.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곡성] 섬진강 36km, 보성강 18km. 54km 이어지는 강은 곡성의 자랑이다. 섬진강 따라서 9km 달리는 미니열차, 섬진강에 살포시 그늘을 내리는 함허정, 보성강 자락에 자리한 태안사. 곡성은 순박한 여행의 맛이 있다.

칙칙 폭폭 미니열차
토요일, 새벽 일찍 곡성으로 향했다. 시속 30km로 달리는 곡성 미니열차를 타러 가면서 시속 3백km를 자랑하는 고속철도를 탔다. 익산까지 가서 익산에서 곡성역으로 가는 무궁화열차로 갈아탔다. 소요시간 3시간 30여분, 곡성역에 내리니 9시가 조금 안됐다. 새벽에 떠나는 여행은 하루가 길다.

곡성군청 김현남 씨가 마중왔다. “먼 길 와 부렀네.” 그녀의 사투리에 웃음이 먼저 번진다. 곡성은 사투리가 구수하다. 남원, 담양, 순창 등 전라도의 잘 알려진 동네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덜 알려진 곡성은 제 색을 간직하고 있다. 섬진강처럼 맑고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가 그냥 좋다.

미니열차가 다니는 곡성역은 옛 곡성역이다. 전라선 직선화로 폐쇄된 철로를 이용해서 가정마을 간이역까지 운행한다. 시속 30km로 섬진강을 따라서 왕복 1시간 10여분. 속도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미니열차는 느릿느릿 거북 열차다. ‘시속 30km와 3백km의 차이는 삶과 죽음의 차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타보고 속도에 대한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미니열차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역도 아담하다. 입구에는 ‘미니기차 탑승권을 받아가세요’ 안내판이 붙어있다. 올 10월까지 운행되며 탑승권은 무료다. 효녀 심청이가 그려진 1량 21승. 귀엽다. 먼저 온 가족들이 기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기차 옆에는 빨간 2인용 철로자전거도 있다. 이 역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주인공 두 형제와 농아 어머니가 이별하는 장면을 촬영한 역이라고 한다.

미니열차에 탑승하신 할머니 승객분들. 2004년 10년. 사진 / 김연미 기자
미니열차에 탑승하신 할머니 승객분들. 2004년 10년. 사진 / 김연미 기자

기차를 타면 웃음이 나온다. ‘정말 달릴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아이들 장난감을 크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앞뒤로 설치된 기계는 마치 오락실에서 뽕뽕 누르는 작동장치 같다. 그러나 기차를 운전하는 아저씨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길게 기적소리를 울려주고 드디어 출발. 한쪽 의자에는 단체관람을 온 할머니들이 쭉 앉아있다. 근엄한 표정인지, 심심한 표정인지, 계란이라도 몇 개 삶아 와서 너스레라도 떨어볼 걸 후회가 든다.

창가 자리는 꼬마 손님들의 차지.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창가 자리는 꼬마 손님들의 차지.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섬진강이 바라보이는 자리는 꼬마들 차지다. 유리창에 고개를 내밀고 열심히 내다본다. 철로 밑에는 남원에서 구례로 가는 17번 국도가 함께 달린다. 주유소를 지날 때는 아저씨가 길게 기적을 울린다. 그럼 주유소 직원이 나와서 손을 흔든다. 아이들도 따라서 손을 흔든다. 봄에는 철쭉 길이요. 여름에는 백일홍 길이요. 가을에는 단풍 길이다. 단지 좀 짧다는 게 흠이다.

역에서 내려서 잠시 섬진강을 둘러 볼 수 있다. 빨간 다리 두가현수교에서 바라보면 섬진강에서 올갱이를 잡는 사람들이 있다. 열차가 길게 기적을 울리면 다시 기차에 올라야 한다. 출발역이자 도착역인 곡성역으로 간다.  

태안사 삼층석탑과 작은 연못.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태안사 삼층석탑과 작은 연못.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고즈넉한 태안사
곡성 역에서 좌측방향으로 나와 구례방향 17번 국도를 탔다. 미니열차에서 내려다 본 길이다. 곡성은 섬진강과 보성강이 만나는 데 그 합수점이 압록이다. 섬진강을 따라서 약 15km 정도 달리면 압록유원지. 자전거 하이킹도 할 수 있으며, 섬진강 참게, 은어구이, 민물매운탕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압록유원지에서 우회전을 해서 18번 국도를 타고 약 6km 정도 가면 태안교가 나온다. 건너서 다시 6km 정도 더 가면 태안사다.

태안사는 신라 경덕왕(742년) 때 세워진 절이다. 혜철선사가 선종 구산의 하나인 동리산파를 열었다. 송광사, 선암사, 화엄사 등을 말사로 거느렸던 큰 사찰이었다. 조선시대 억불정책과 6.25를 거치면서 쇠락했다. 지금은 혜철스님의 부도와 광자선사 탑과 비가 이끼 낀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조태일 시문학기념관 앞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서 천천히 걸어가면 30여분 정도 걸린다. 계곡 소리는 시원하고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산책하듯 걸어가면 된다. 몇 개의 다리를 건너면 계곡 위에 세워진 능파각을 만난다. 옛 나무다리 위에 세워졌다. 이 다리는 천년의 세월동안 사람들과 절을 이어준 다리다. 잠시 다리 위에서 쉬었다 가기를. 계곡 물이 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듯 계곡과 하나가 되는 착각에 빠진다.

능파각 바로 앞에 음료수자판기가 있다. 손을 위한 배려겠지만 눈에 거슬린다. 탄산음료보다 계곡 물이 더 시원할 듯 하다. 조금 올라가니 ‘동리산 태안사’ 현판을 단 일주문이다. 다듬지 않은 굵은 기둥과 겹처마의 화려한 단청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일주문이 과감하다. 일주문 뒤에 대단한 절이 있을 듯 하다.  

일주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대숲에 쌓인 부도밭이다. 광자대사탑과 귀부(龜趺)와 이수만 남아있는 광자대사 부도비가 있다. 일주문에서 받았던 과감한 느낌과는 달리 절은 태안사(泰安寺) 이름 그대로 편안하고 고요하다.

배알문과 적인선사조륜청정탑.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배알문과 적인선사조륜청정탑.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배알문 앞에서 바라본 절풍경.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배알문 앞에서 바라본 절풍경.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김현남씨는 개인적으로 태안사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작아도 그 안에 들어가야 절 맛을 안당게, 아늑하제.” 새로 지어진 대웅전을 지나서 오른쪽으로 오른다. 계단을 오르다 보니 스님이 기거하는 선방 담장에 능소화가 곱게 피었다. 혜철스님의 부도탑은 부도와 탑비가 함께 모셔진 ‘적인선사조륜청정탑’이다. 탑은 특이하게 ‘배알문(拜’謁門)’ 안에 모셔져 있다. 절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일주문이 당당하게 사람들을 들여보낸다면 배알문은 누구든 고개를 들고 들어오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 혜철스님 부도탑을 보기위해서는 누구나 고개를 숙여야한다. 배알문을 들어가면 선승이 앉아있는 양 부도탑이 모셔져있다. 곡성을 간다면 꼭 들러 볼 곳이다.

부도탑을 내려오면서 일주문을 빠져나오지 않고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인공 연못을 만날 수 있다. 산은 둥근 연못을 감싸고, 연못 중앙에는 삼층석탑이 놓여있다. 소원을 비는 사람보다 이 연못을 만든 사람은 속내가 궁금하다. 어떤 질긴 인연을 뒤로하고 이 연못을 만들었을까? 잠시 걸음을 멈추고 탑돌이를 한다.

함허정은 광양, 곡성 등에서 훈도를 지냈던 당대의 문사 심광형 선생이 만든 정자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함허정은 광양, 곡성 등에서 훈도를 지냈던 당대의 문사 심광형 선생이 만든 정자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함허정은 닫혀있어도 열려있는 듯 모든 공간이 자연 안에 있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함허정은 닫혀있어도 열려있는 듯 모든 공간이 자연 안에 있다.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섬진강에 그늘을 내리는 함허정
다시 27번 국도를 타고 곡성을 가로질러서 40여분 정도 달려서 도착한 곳이 군촌마을이다. 저만치 험허정이 나무 뒤로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섬진강을 굽어보고 있다. 함허정 오르는 입구에 군지촌정사가 있다. 군지촌정사는 함허정을 만든 심광형 선생이 후학을 기르던 강학소다. 심광형 선생은 조선 중종 때 광양, 곡성 등에서 훈도를 지냈던 당대의 문사다.

집 앞에는 하마석(下馬石)이 있다. 말에서 내릴 때 발돋음으로 썼던 노둣돌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지 알 수 있다. 군지촌정사에서 함허정이 바로 보인다. 함허정은 마을 건너편에 호젓하게 있다. 정자는 세월을 말해주듯 커다란 상수리나무들에 쌓여있다. 섬진강이 나뭇가지 사이로 흐른다. 조선 중종(1543년) 때 지어졌으며 1980년에 중수하였다. 방 2칸, 마루 1칸. 작다.

그러나 사방으로 문이 나 있어서 작아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나무가, 섬진강이 안으로 들어와 그대로 녹아버린다. 안과 밖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잠시 마루에 앉아있으니, 다람쥐가 기웃거리다 달아난다. 이제 상수리가 여물고, 다람쥐가 쥐방울마냥 드나들겠다. 이곳에서 가을도 잠시 쉬었다 간다.  

섬진강 자연학습원.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섬진강 자연학습원.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주변여행지
섬진강 자연학습원
1995년 57년 역사를 가진 옥수분교가 폐교되면서 만든 자연학습장이다. 강의실, 체험교실, 곤충사육장, 야생화전시장, 산책로 관찰장, 체험장 등 아이들 학습 위주로 관찰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부들, 미나리꽃, 옥잠화, 다양한 수생식물을 철렁거리는 나무다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도예, 야생화, 염색교실 등이 가장 인기 있는 체험프로그램이다. 주로 단체 학생들을 받는다.

섬진강변 자전거하이킹
섬진강을 따라서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강변을 따라서 자전거를 타도 좋을 듯 하다. 길이에 따라서 3코스가 있다. 1코스 20분 2.2km, 2코스 4시간 25km, 3코스 2시간 11.6km.

곡성심청축제
심청축제가 2004년 10월 7∼10일 (4일간) 곡성 섬진강 자연생태공원에서 열린다. 관음사 ‘사적기’에 실려 있는 원홍장 설화가 국내에서 심청전 원전과 가장 흡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곡성은 심청이 나고 자란 곳으로 불린다. 심청마당극, 대장간 체험, 방물전, 전통 떡치기 체험, 전통 민속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뺑덕어미 주막에서 쉬었다 갈 수 있다.

미니열차 타기.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섬진강 레일바이크.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Tip.
미니열차 타기 10월까지 주말과 공휴일만 하루 (시간 09:30, 11:00, 14:00 16:00) 4회 운영. 약 1시간 10여분 소요. (예약 필수)

가는 길
기차 : 서울 -> 곡성역 고속철도 3시간 20여분 정도. 새마을호 4시간 정도, 버스는 서울에서 직접 곡성으로 가는 게 없다. 광주를 거쳐서 곡성으로 가야한다. 광주에서 곡성까지 1시간 정도 소요.
자가용 : 중앙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광주에서 순천방면으로 40여분 정도 가다가 구례, 석곡IC로 진입 쮝 보성강 따라 국도 18번을 탄다.

태안사 석등.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태안사 석등. 2004년 10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태안사 가는 길
자가용 : 구례방면 국도 17번 따라 16km 가다보면 섬진강과 보성강이 합류하는 압록유원지가 나온다. 이곳에서 국도 18호선을 따라 죽곡방면으로 6km 가다 태안교가 있다. 다리를 건너 다시 원달 방향으로 6km를 가다보면, 태안사가 있다. 대중교통 곡성버스터미널에서 태안사행 버스를 탄다.

함허정 가는 길
자가용 곡성읍에서 국도 17번을 타고 2km 정도 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지방도로 840번을 타고 9km 정도 가면 제월리 군촌마을이다. 함허정이 보인다. 대중교통 옥과버스터미널에서 제월리행 버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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