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호 표지이미지
여행스케치 4월호
[강촌여행] 내 젊음의 사원, 강촌
[강촌여행] 내 젊음의 사원, 강촌
  • 이종원 객원기자
  • 승인 2004.11.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모습.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유유히 흐르는 북한강의 모습.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여행스케치=강촌] 학창시절 지겹도록 찾아간 곳이 강촌이랍니다. 청량리에서 춘천행 통일호 열차에 몸을 싣고 무작정 한강을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80년대 암울한 시기.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마음의 안식처로 삼은 곳이 바로 강촌이었습니다.

강촌은 마음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젊은 날, 무슨 고민이 그리 많았고, 무엇에 그리 목말라 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지 말없이 흘러가는 북한강을 바라보며 커다란 위안을 받은 것은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참 순수했구나!’ 라는 생각을 합니다.  

직장에 들어가서 또 한번의 시련을 겪었습니다. 거침없이 앞만 보고 달렸는데 그만 승진시험에 떨어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일도 아닌데 제 자신이 그렇게 처량하고 초라해 보인 적도 없었습니다. 실의에 빠진 저를 일으키며 아내가 데려간 곳 역시 강촌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강가를 거닐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북한강은 제 옹졸함을 감싸주었습니다.  

이번에 또 강촌을 가게 되었습니다. 북한강에 고민을 토로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기쁜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건강하게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 어머니 같은 북한강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강은 저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를 와락 안아 주었습니다. 아마 제 아이들도 힘겨울 때나 기쁠 때 강촌을 찾을 겁니다.  

강촌은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단을 내리게 해주었답니다. 연애시절 저는 영어 학원에서 만난 아내와 함께 이곳 강촌을 찾았습니다. 저는 북한강을 바라보며 과감히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그 때의 설레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구곡폭포.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구곡폭포.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춘천의 이름 모를 성당에 쳐들어가 신부님께 다짜고짜 ‘축복’을 해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신부님. 우린 6년 후에 결혼할 예정입니다. 아내가 미국 유학에서 돌아오면 결혼 할 겁니다. 우리 둘을 위해 축복해주세요.” 신부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우리의 미래를 위해 기도해주셨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후 우린 드디어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강촌은 아내를 주었고 자식을 둘씩이나 낳게 해준 저의 은인입니다.  

사설이 좀 길었네요. 청량리에서 기차 타고 1시간여를 달리면 예쁘장한 강촌역이 나옵니다. 절벽아래 아스라이 걸쳐 있는 예쁜 역이 우리 가족을 맞이합니다. 역사 아래쪽은 예나 지금이나 북한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구곡폭포까지는 걸어서 올라갈 수 있지만 자전거 타고 올라가기를 권합니다.

워낙 자전거 대여하는 곳이 많아 잘만 얘기하면 싼값에 빌릴 수가 있지요. 주차도 무료로 해준답니다. 2인용 자전거를 타면 둘이 함께 페달을 밟으며 미래를 향해 내달릴 수 있답니다. 구곡폭포까지 가는 길은 아늑하고 아름답습니다. 누런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고 분홍빛 코스모스가 파란 하늘을 수놓고 있습니다. 빼곡한 잣나무 숲길은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아홉 구비 물줄기가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고 해서 구곡폭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한여름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한 인파로 가득하지만 요즈음은 한적하게 폭포를 감상할 수 있답니다. 한겨울에는 폭포가 꽁꽁 얼어 있어 얼음을 타고 오르는 빙벽의 모습은 장관이지요.

아름다운 억새밭에서 한 컷.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아름다운 억새밭에서 한 컷.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구곡폭포 위 문배마을까지 꼭 올라가십시오. 구곡폭포에서 30여분 정도 발품을 팔면 마을까지 갈 수 있지요. 등산로라기보다 한적한 트레킹 코스에 가깝습니다. 황톳길도 넓고 지그재그 소나무 숲길이 일품입니다. 둘째 성수도 엄마의 도움을 받지 않고 엉금엉금 올라갑니다.  

아이가 부쩍 자랐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지요. 첫째 정수와 아빠는 먼저 ‘깔딱고개’에 도착하였습니다. 나무 의자에서 쉬면서 말했지요. “정수야. 우린 토끼야. 저 거북이들 오기 전까지 여기서 낮잠이나 자자.” “아빠. 난 똑똑한 토끼여서 잠이 없어.” 고개를 넘었더니 무진장 넓은 분지가 나오는 겁니다. 조그만 논도 있고 밭고랑도 보입니다.  

지금이야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한 때는 약초를 캐며 사는 오지였다고 합니다. 가을 내음 물씬 묻어나는 억새밭에 들어가서 사진 몇 컷 찍어 보세요.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겁니다. 마을엔 생태 연못도 있습니다. 구곡폭포에 물이 말라 버릴 경우 이곳에서 물을 내보낸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문배마을의 진수는 먹거리에 있습니다. 김가네, 신가네, 장씨네 등 친근감 있는 상호가 손짓을 합니다. 마을엔 10여 개의 식당이 있지요. 대부분 민박집과 겸하고 있습니다. 도토리묵과 토종닭, 순두부도 맛 볼 수 있지요. 시간이 여유롭다면 강촌역으로 다시 돌아와 삼악산 입구까지 걸어 보세요. 대략 20여분정도 걸릴 겁니다.

영화 '편지'의 주무대 경강역.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영화 '편지'의 주무대 경강역.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버스를 타고 가도 되지만 강을 따라 걷는 것도 운치 있습니다. 학창시절 제가 자주 거닐었던 길이랍니다. 북한강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다보면 어느덧 삼악산 입구에 도착해 있을 겁니다. 삼악산 정상까지 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산행하는데 만만치 않습니다.

등선폭포는 크지는 않지만 새악시처럼 예쁜 폭포랍니다. 한참 올라가면 작은 암자가 나오지요. 산사가 포근하게 느껴질 겁니다. 경강역은 아담한 역입니다. 영화 ‘편지’에서 박신양과 최진실이 처음 만났던 장소가 바로 경강역이지요. 역사에는 배우들의 손자국과 편지의 명장면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생각하며 철길을 거닐어보세요. 분명 영화 속 주인공이 될 겁니다.  

Tip. 가는 길
자가용 : 서울 -> 올림픽대로 -> 팔당대교를 지나 45번국도 -> 새터유원지에서 46번국도 이용 -> 청평 -> 가평 -> 강촌
대중교통 버스 : 상봉시외버스터미널 -> 강촌역 하차
기차 : 청량리 -> 강촌역 하차(1시간 20분소요)

검봉산 칡국수.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검봉산 칡국수.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주변 여행지
◆경강역 가는길 경춘국도 (46번) 따라 대성리 쮝 청평 쮝 가평으로 오시다가 가평 5거리에서 춘천방향으로 약 4Km 직진하면 경강역, 서천리 표지판이 나온다. 이곳에서 우회전하면 경강역이 나온다.
◆검봉산 칡국수 검봉산 칡국수는 막국수의 메밀가루 대신 갈근전분을 사용하여 담백하고 쫄깃하다. 양념장도 매콤하여 식욕을 돋군다. 칡부침과 도토리묵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구곡폭포 가는 길 오른편에 있다. 

강촌 자전거 대여소.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강촌 자전거 대여소. 2004년 11월. 사진 / 이종원 객원기자

◆강촌 자전거 안내 ·제 1 코스(1.0 ㎞) 강촌 철교밑 ~ 춘천방향 강변 ·제 2 코스(1.8 ㎞) 구곡교 ~ 구곡폭포 주차장 아래 ·제 3 코스(2.3 ㎞) 강촌교 ~ 등선교 아래 강변 ·제 4 코스(8.1 ㎞) 강촌역 아래 ~ 춘성대교 아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