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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서해안 맛기행] 다리가 세 개라 세발낙지라고? 무안 세발낙지
[서해안 맛기행] 다리가 세 개라 세발낙지라고? 무안 세발낙지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1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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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무안 터미널 낙지골목에는 20여 개의 가게가 있어 저렴하게 낙지를 먹을 수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무안 터미널 낙지골목에는 20여 개의 가게가 있어 저렴하게 낙지를 먹을 수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무안] 다리가 세 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땡- ’이다. 낙지 다리는 여덟 개, 세발낙지도 여덟 개가 맞다. 다리가 가늘어서 ‘가늘 세(細)’를 쓴다. 이름도 잘 지었다, 다리가 진짜 가늘다. 서해안에 맛난 해산물이 많이 나는 것은 다 드넓은 개펄 덕분이다. 원래 세발낙지는 목포, 영암에서 많이 잡혔으나 금호방조제가 생기면서 무안이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무안터미널, 버스 타는 곳 바로 앞에 있는 낙지골목이 제일이다. 20여 가게가 나란히 마주보고 있는데 값도 싸고, 물도 좋다. 포장마차와 주점을 합쳐놓은 분위기가 나기에 비 오는 날 가면 저절로 술이 들어가는 곳이다.

큰 낙지, 작은 낙지, 못 생긴 놈, 잘 생긴 놈 등 종류별로 낙지도 많다. 그 중 세발낙지는 단연 눈에 뜨인다. 왜? 작으니까! 다리 하나 잡아 올리면 가는 다리가 길게 늘어진다. 다른 낙지에 비해서 빨판이 더 희고, 몸도 밝은 회색이다. 때깔만으로도 맛나 보인다.

갯것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비가 오는 날은 조업을 할 수 없으니, 그 다음 날 해산물의 가격은 좀 비싸진다. 오늘 비 오니 내일 비싸진다는데…. 얼른 시켰다. 만원에 세발낙지 4마리. 요즘은 낙지가 많이 잡히지 않아서 비싼 편이다.

신안수산 황건애씨.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신안수산 황건애씨.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세발낙지는 까탈스러워요. 더우면 바다로 가고, 추워지면 땅속 깊이 들어가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이 맘 때가 잡기도 좋고 맛도 좋지요. 낙지들이 얼매나 웃기냐면 3-4일 있으면 제 다리 8개를 다 뜯어먹고 죽어버려요. 독하죠.” 신안수산 황건애 씨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그 맛이 더 깊어진다.

낙지 맛은 먼저 손님이 안다고. 낙지를 시켜서 먹고 진짜 무안 낙지면 사가고 아니면 그냥 간다고 하니, 낙지 좋아하는 사람들도 낙지만큼 입맛이 까탈스러운가보다. 무안은 낙지 요리가 다양하지 않다. 요리로 즐기기보다 산채로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낙지, 연포탕, 낙지무침 정도가 있을 뿐이다.

산낙지를 먹는 법. 낙지 다리를 젓가락에 돌돌 만 모습.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산낙지를 먹는 법. 낙지 다리를 젓가락에 돌돌 만 모습.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산 낙지를 먹을 때는, 우선 낙지를 잡고 다리를 두 번 훑어내서 차렷 자세를 시킨 다음 못 움직이게 붙잡고, 머리에 젓가락을 꽂고서 다리를 젓가락에 돌돌 만다. 그리고 나서 다리 끝을 잡고 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으면 된다.

한번에 통째로 넣는 사람도 있는데 꼭 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야 제 맛이다. 눈 밑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데 씹고 있으려면 마음을 좀 단단히 먹어야 한다. 처음 먹어보는 사람은 중간에 낙지 다리가 다 풀려버려 요동치는 바람에 제대로 먹기가 힘들다. 그냥 썰어서 기름에 무쳐서 먹는 게 보통이다. 어떻게 먹든 고소한 그 맛은 일품이다.  

톱머리해수욕장의 아침.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톱머리해수욕장의 아침.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Tip. 토박이가 추천하는 낙지 요리 잘 하는 곳
● 낙지골목 : 무안버스터미널에 있다. 보통 아침 7시(주말 6시)에 열어 밤 9시까지 운영한다. 가격은 시세에 따라서 달라지는데 가장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 무안 뻘낙지 전문점 : 무안 택시기사 아저씨가 추천하는 식당. 낙지골목에서 오른쪽으로 1백m쯤에 있다. 연포탕, 낙지전골, 초무침, 세발낙지를 잘한다.
● 해송별관 : 톱머리해수욕장에 있다. 망운면사무소 직원이 추천하는 횟집으로 주인이 직접 세발낙지를 잡아서 판매한다고 한다.
● 목포 북항 : 무안 톱머리해수욕장에서 30여분 거리에 있는 목포 북항은 회집이 즐비한 곳이다. 각종 활어회가 있으며 산낙지, 세발낙지, 낙지요리를 먹을 수 있다.
● 목포 독천식당 : 목포 택시기사 아저씨가 추천하는 식당으로 오직 낙지로만 요리를 하는 낙지전문 식당이다. 산낙지, 낙지비빔밥, 낙지볶음 등 다양한 낙지요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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