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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4월호
[서해안 맛기행] 쫄깃쫄깃 오동통통 조갯살과 국물이 끝내주는, 김제 꼬막무침!
[서해안 맛기행] 쫄깃쫄깃 오동통통 조갯살과 국물이 끝내주는, 김제 꼬막무침!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1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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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김제 꼬막무침.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김제 꼬막무침.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김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이 보인다는 김제. 가을에 김제평야 너른 들녘에 서 있으면 내 것은 하나도 없는데 다 내 것처럼 흐뭇하다. 일년 내 고생한 농부는 따로 있는데 괜히 보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듯하다. 오랫동안 농경사회를 이어온 뿌리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김제 만경평야에 서 있으면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는 게 딱 맞는 소리다. 김제에 평야만큼이나 넓은 게 있으니 개펄이다. 백합, 동죽, 바지락 등 작은 심포항에 다양한 조개들이 모인다. 예전에는 개펄만 들어가면 쓸어 담을 정도로 조개가 많았는데 요즘은 배를 타고 멀리 나가야 잡을 수 있다.

백합조개.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백합조개.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근처 개펄에는 이제 잡히는 게 점점 없어진단다. 새만금간척 영향이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반반이다. 서해안을 쭉 따라오면서 ‘예전만 못 해’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사람이여서 미안하고 부끄럽다. 어쨌든 드넓은 개펄 덕분에 김제 백합이나 꼬막은 멀리서도 알아주는 ‘맛’이다.

튼실한 백합을 살짝 구워 한입에 넣으면 입안 가득 짠 듯하면서도 달콤한 바다가 감긴다. 애주가들이 사죽을 못쓰는 안주가 바로 백합이다. 꼬막이라고 하면 벌교, 순천에서 나는 껍질에 주름이 있고 검붉은 액이 나오는 조개를 떠올리는데 김제 꼬막은 동죽이다.

꼬막칼국수.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꼬막칼국수.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김제 사람들은 동죽을 꼬막이라한다. 꼬막을 살짝 대쳐서 양파, 파, 고춧가루 등을 넣고 무친다. 조갯살이 쫄깃쫄깃 오동통통한 게 씹히는 맛이 있다. ‘날 것이 아니어도 더 맛날 수 있다’라고 주장이라도 하듯 확실한 맛을 보여준다. 양파랑 씹으면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괜찮다.

꼬막무침으로 입안이 매울 때 꼬막구수를 먹는다. 동죽 국물이 시원한 건 다 아는 사실. 흰칼국수, 쑥칼국수가 적당히 섞여서 보기도 좋다. 조갯살도 많이 넣어준다. 인심에서 맛 난다는 말이 맞다. 국물이 참 개운하다.   

Tip. 주변볼거리 
심포항 : 김제평야 끄트머리에 자리한 작은 포구다. 북쪽으로 만경강 하구, 동쪽으로는 서해 개펄, 남쪽에는 동진강 하구. 심포항에는 다양한 조개가 많이 나지만 백합조개가 유명하다. 백합죽, 백합국, 백합구이 등 심포항에서 백합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동죽 파는 아주머니께 “새만금 때문에 걱정이 많겠어요” 했더니 “또 어떻게 든 살아지겠지”한다. 짧고도 굵은 대답이다. 심포항에 내리는 노을을 맞으며 백합죽 한 그릇 어떨까?

김제의 드넓은 평야.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김제의 드넓은 평야.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전망대 : 남쪽으로 김제평야 너른 들이 가슴에 팍 안기고, 동쪽과 서쪽으로 이어지는 물 빠진 개펄이 사람의 가슴을 쓸어내린다. 서쪽으로 심포항 횟집 간판들이 깃발처럼 보인다. 가물거리는 지평선, 수평선도 찾아본다. 김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들도 바다도 저만치 있다.

망해사 : 심포리 해발 79m 진봉산 기슭에 있다. 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야산인데 도로가 한가운데로 나있다. 도로 끝이 군부대이고 그 밑에 망해사가 있다. 시골 분교 운동장만한 터 끝은 벼랑인데 기암괴석들 밑으로 바로 바다다. 망해사는 보광명전, 낙서전, 칠성각, 공양집 그리고 네 개의 부도가 전부인 작은 절이다. 손바닥만한 절이지만 드문드문 찾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은 가장 아름다운 서해 낙조를 볼 수 있는 곳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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