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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5월호
[서해안 맛기행] 전어 먹는데 집나간 며느리는 왜 찾아? 서천 홍원항 전어
[서해안 맛기행] 전어 먹는데 집나간 며느리는 왜 찾아? 서천 홍원항 전어
  • 김연미 기자
  • 승인 2004.11.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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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지난 2016년 7월 홈페이지를 개편한 <여행스케치>가 창간 16년을 맞이해 월간 <여행스케치> 창간호부터 최근까지 책자에 소개되었던 여행정보 기사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지나간 여행지의 소식을 게재하는 이유는 10년 전의 여행지는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16년 전의 여행은 어떤 것에 관점을 두고 있었는지 등을 통해 소중한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 입니다. 기사 아래에 해당 기사가 게재되었던 발행년도와 월을 첨부해 두었습니다. 
서촌 홍원항에서 만난 아이가 전어를 들고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서촌 홍원항에서 만난 아이가 전어를 들고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여행스케치=서천] 예부터 전어가 많이 잡혔다는 홍원항. 요즘도 전어가 인기다. 가을 전어(9월∼11월 초)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난 생선이다. 홍천항에는 아침저녁 거르지 않고 통통거리며 들어오는 전어잡이, 대하잡이 배들로 붐빈다.

큰 배들은 어쩔까 모르지만 정박해 놓은 배들을 보면 부부가 나가서 잡아오는 것 같다. 그래 어부의 아내는 차양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다. 그물을 던져서 잡는 전어보다 대하를 잡을 때 같이 걸린 전어가 더 맛있단다. 일일이 그물에서 손으로 떼어내니 상처가 나지 않았으니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다만 양이 많지 않은 게 아쉬울 따름이다. 홍원항에 얼쩡거리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떴다.” 바닷가에서 왠 ‘떳다 방(?)’ 알고 보니 전어잡이 배들이 들어온다는 소리다. 들은 풍월이 있어 부부가 그물로 잡아온 전어에 눈독을 들였다. 양이 적기 때문에 들어오는 대로 곧바로 인근 좌판이나 식당으로 들어간다.  

먹음직스러운 전어회.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먹음직스러운 전어회.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우물쭈물하다가는 구경도 못할 것 같아 일단 좌판 옆에 딱 붙었다가 손가락으로 집어가며 “아주머니 방금 들어온 걸로 주이소!”라고 매달렸다. 아주머니는 “아가씨 오늘 제대로 전어 먹게 생겼네”라며 한 바가지 회를 떠준다. 1kg에 1만원.

김순월 아주머니 좌판에 앉아서 전어회를 먹으며 아주머니가 들려주는 홍원항과 전어 이야기를 들었다. 홍원항에서 해산물을 판지 4년째. 원래 고향도 홍원항이란다.

고향이 홍원항인 김순월 아주머니. 전어가 생선 중에 가장 맛있으시다고.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고향이 홍원항인 김순월 아주머니. 전어가 생선 중에 가장 맛있으시다고.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나 자랄 때는 전어는 팔지도 않았어. 근데 그 때도 나는 전어가 제일 맛있었어. 아버지가 선장이라 내가 전어 좋아하는 것을 알고 늘 한통씩 잡아줬어. 처녀 때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집에 오면 아버지가 전어를 잡아와.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 전어야.”

전어가 이렇게 인기 짱이 된 게 5년 전부터이다. 그 전에는 전어처럼 싼 생선은 없었다. 전어는 회로 먹어도 맛있고, 초무침을 해도 맛있고 구워먹어도 맛있다. 뼈째 먹어야 제 맛이다. 입안에 기름이 좌르르 돌면서 고소하다. 한번 씹어보면 전어가 기름 많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구우면 기름이 빠지면서 머리부터 통째로 먹을 수 있다. 구워먹을 때도 내장이며, 가시를 발라낼 이유가 없다. 머리부터 통째로 꼭꼭 씹어 먹어야 더 맛있다.  

홍원항은 부부가 잡아오는 대하와 전어를 볼 수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홍원항은 부부가 잡아오는 대하와 전어를 볼 수 있다.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잘 구워진 전어구이. 2004년 11월. 사진 / 김연미 기자 

홍원항과 장항을 잇는 해안 드라이브
홍원항에서 남쪽으로 해안 길을 따라서 1시간 달리면 장항이다. 홍원항은 작은 포구로 아기자기한 삶이 있지만 장항은 큰 항구다. 썰렁하고 볼 것은 없다. 단 건너편에 군산이 훤하게 보이는 지리적인 특수성은 있다. 그런데 홍원항에서 장항까지 가는 해안도로가 좋다.

밀물 때는 바닷가 드라이브고, 썰물 때는 개펄에 드러난 서천 사람들이 삶의 엿볼 수 있다. 선도리 갯벌, 송석리 갯벌 등. 갯벌체험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간간히 바닷가 옆에 긴 해송이 어울러져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잠시 쉬었다 가도 좋을 듯. 아낙들이 조개잡이 모습, 부부가 경운기를 타고 개펄로 들어가는 풍경 등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드라이브 길이 험하지 않아서 쉬엄쉬엄 구경하며 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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